외식업에 있어서 식재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식재, 새로운 메뉴는 없다고 말하는 외식업계에서 단순히 ‘원물 식재료’만을 가지고 승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고객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되,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식재료에 ‘가치’를 입히는 것이다. 식재료 파트에서는 평범한 재료와 재료가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 조리법의 편견을 깨고 고객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하는 식재료의 재발견 등을 주제로 외식업소에서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 사진 월간식당 DB
외식업계, ‘식재의 재발견’에 주목하다
국내 외식업계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외식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하는 것은 바로 식재료의 차별화를 통한 메뉴 경쟁력 확보다. 이에 따라 저마다 ‘친환경’, ‘로컬푸드’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요즘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외치며 친환경 뷔페나 기능성 메뉴를 제공하는 외식업소가 호황을 누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치 있는 식재료를 발굴, 이를 이용한 메뉴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외식업소들도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 역시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식재를 발굴하거나 또는 많이 알려지고 사용하는 식재라도 남다른 활용법을 통해 메뉴 경쟁력을 구축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즉 새로운 식재,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내는 ‘숨은 식재의 재발견’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식재료를 ‘사냥’하는 셰프들
식재의 재발견은 외식업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된다. 세계 최고의 미슐랭 스타 셰프들은 식재료를 ‘사냥’한다고 표현한다. 호주 멜버른 「아티카」의 총주방장인 벤슈리 셰프는 식당 주변의 공원이나 철로변, 바닷가 등에서 풀과 해초 등을 채집해 식재료로 활용하고, 일본 「레 끄레아종 드 나리사와」 레스토랑의 나리사와 요시히로 오너셰프는 시골마을 주민들이 산과 들에서 채집한 각종 나물을 공급받아 사용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방랑식객’으로 불리는 임지호 요리연구가가 들에서, 산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 사용으로 새롭고 창조적인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셰프들을 중심으로 이런 트렌드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유명 스타 셰프들은 물론, 소규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들도 자주 쓰이지 않는 독특한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를 색다른 메뉴에 접목함으로써 고객에게 신선함을 준다. 또 식재료가 가진 독특한 비주얼을 활용해 플레이팅에 주력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메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바로 새로운 조리기술의 개발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미 세계적인 셰프들의 영향을 받은 분자조리법이나, 뛰어난 숙성기술로 새로운 맛을 재창출하는 드라이에이징 등은 오랜 요리 역사 속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한 독창적인 조리기술의 예로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며 식재료 재창조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외식정보(주)의 박형희 대표는 “양질의 식재료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조리기술을 연마해야만 미래 외식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져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식재료를 통한 독창성 있는 메뉴개발이 불황의 외식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INFORMATION
숨겨진 맛, 식재의 재발견
지난해 4월 ‘2014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를 통해 <숨겨진 맛 식재의 재발견>이라는 소책자가 발간·배포됐다. 이 단행본에는 외식업계의 최고 경쟁력으로 ‘식재의 중요성’에 주목해 숨겨진 식재 35가지를 선정, 수확시기, 산지정보, 활용법 등의 정보를 담았다. 국내 유명 셰프와 조리 관계자, 외식업 경영주 등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35가지 식재료는 한정된 조리법으로 인해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식재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식재료, 특정지역에서만 생산되거나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 해온 식재료 등이다.
소비시장에도 이색식재 바람
대형마트 ‘이색식재’ 판매 늘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이색식재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채소나 과일이 대형마트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계에서도 해당 식재를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식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B2C시장의 이러한 흐름은 외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대형마트 중에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채소 아이스플랜트(바라후)를 지난 11월부터 3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식재료는 소금맛이 나는 짭짤함이 특징으로 자체 수분 함량과 천연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고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호텔 뷔페 등에서 샐러드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홈플러스는 ‘오골계란’도 판매하고 있다. 오골계란(유정란)은 오골계를 자연방사해 생산되는 것으로 하루 생산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오골계란의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점차 취급 점포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지난 11월 ‘오메가3 사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사과 과육 자체에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것으로 일반 사과보다 15% 가량 비싼 프리미엄급 사과다.
이마트
생(生)꽃송이버섯, 아삭이 상추 등을 독점판매하고 있다. 하얀 산호초를 닮은 생꽃송이버섯은 강원도 지리산 등 고산지대 침엽수림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생육조건을 갖춘 희귀한 자연산 버섯으로, 시중에서는 잘 유통되지 않았으나 최근 대량 인공재배에 성공하면서 마트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식재료의 가치창출 ① 식재료 활용 사례
활용방식에 따라 부가가치를 높이다
case 1 스토리텔링 가미
아무리 새로운 식재료를 사용해 메뉴로 제공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제공자의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없다면 고객이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식재료 활용에 ‘스토리텔링’과 이를 수행하는 ‘메신저’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메뉴 특성에 맞게 활용되는 식재 스토리텔링 사례를 살펴본다.
당뇨병에 좋은 수프 ‘돼지감자 수프’
국화과의 식물인 돼지감자에는 ‘이눌린’이라는 물질이 많이 함유돼 ‘천연 인슐린’으로 불린다. 특히 ‘당뇨병’에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프렌치레스토랑 「줄라이」에서는 이 돼지감자를 이용해 식전수프를 제공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줄라이에서는 이 식전수프를 제공할 때 직원들이 “당뇨에 좋고 다이어트 음식으로 알려진 돼지감자는 건강에 매우 좋은 식재료이며, ‘뚱딴지’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도 불린다”는 내용의 스토리텔링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살찌지 않는 건강 안주 ‘꼬시래기 골뱅이 무침’
홍조류인 꼬시래기는 꼬들꼬들한 식감과 단맛이 별미로, 찬 성질을 갖고 있어 여름철 별미음식으로 적합하다. 특히 꼬시래기는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꼬시래기의 마치 ‘면’ 같은 식감을 활용해 소면 대신 활용한 이색메뉴가 있다. 「해초락」은 해초보쌈, 해초골뱅이, 해초비빔밥 등 해초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골뱅이 소면의 면 대신 꼬시래기를 활용해 영양가는 높고 칼로리는 낮은 웰빙 술안주를 ‘다이어트 식품’으로 스토리텔링해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도 보양식으로 ‘삼채 도시락’
히말라야 고산 지대 원주민들이 약재로 사용했다고 알려진 삼채는 마늘의 6배에 달하는 식이유황 성분 덕분에 면역력 강화 효과가 뛰어나다. 보양식을 제공하는 외식업소 등에서 자주 활용하던 삼채를 도시락 업계에서 ‘다이어트’와 ‘기력보충’을 스토리텔링해 ‘삼채 닭가슴살 샐러드’를 출시했다. 본도시락은 무더운 여름 각종 보양식 출시로 경쟁이 치열할 때 도시락과 프리미엄 건강 식재료의 만남으로 매출상승은 물론 건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case 2 식재료의 앙상블
평범한 식재료도 어떻게 조화하느냐에 따라 타깃 고객층이 달라지고, 올드한 아이템에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변모할 수 있다. 또한 메뉴가 가진 계절성의 한계를 보완할 수도 있다.
‘치즈+메뉴’로 젊은층 이목 집중
새로운 맛, 색다른 비주얼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치즈’라는 식재료와 다양한 요리의 앙상블이 주목받고 있다. 등갈비, 곱창, 족발, 닭갈비 등 기존 음식에 치즈를 추가하는 메뉴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에 고객층이 다소 한정돼 있던 아이템의 소비자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치즈에 대한 선호도는 외국 식문화의 보급과 퓨전을 키워드로 한 외식업소의 증가가 원인으로 보이며, 비주얼을 중시하는 최근 외식업계의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치즈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매운맛’과 궁합을 잘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문어+보쌈+해물 ‘육해공’의 만남
식재료의 융복합은 최근 외식업계의 화두다. 특히 육류, 해산물 등을 함께 제공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비주얼적인 색다름과 포만감을 선사하는 방식의 융복합은 식재료 조합의 성공적인 사례다. 「접시꽃보쌈」은 각종 해산물과 문어, 보쌈 외에 다양한 먹을거리를 한접시에 담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했다. 이 메뉴는 비주얼적으로 신선함을 줄 뿐만 아니라 어느 구성원과 함께해도 만족도 높은 메뉴라는 것이 장점이다.
디저트도 하이브리드 시대
커피전문점에서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특별한 디저트 메뉴를 앞다퉈 선보이는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원료나 이색 성분을 혼합해 독특한 맛과 재미를 더한 ‘하이브리드 디저트’가 각광 받고 있다. 검은깨, 콩 등 전통 재료를 디저트에 접목하거나 케이크를 음료에 섞는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식재료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커피전문점 「드롭탑」은 검정깨 반죽을 넣은 와플인 ‘깨플’을 판매하고 있다. 전통 벨기에 브뤼셀 방식의 와플에 국내산 검은깨를 넣어 한층 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검은깨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성분은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허약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case 3 편견을 깬 조리법
고등어는 무조건 구워먹어야 하고, 쑥갓은 매운탕에나 들어가는 재료일까? 평범한 재료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메뉴의 가치가 더욱 상승한다. 고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다.
향토 식재료, 양식과 만나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로컬 식재료’에 대한 열풍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셰프가 양식에 국내 향토 식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 많이 대중화된 ‘고등어 파스타’는 조림이나 구이로 활용하던 ‘비린생선’이라는 이미지의 고등어를 파스타에 넣어 제공, 담백한 맛으로 젊은층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바다에서 건진 칼슘으로 불리는 ‘톳’을 활용한 ‘톳 알리오 올리에’는 톳의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을 활용해 한국적 풍미를 더한 양식 요리로 일부 레스토랑에서 메뉴화해 활용하고 있다.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 셰프는 쑥갓을 셔벗으로 만들어 드레싱 대신 활용하는 등 대표적인 향토 식재료를 활용해 양식 조리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성의 한계를 깨다
액체화 돼있는 재료를 고체화해 새로운 식감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양식 조리법에서 자주 쓰이던 방식이다. 최근에는 일부 모던 한정식 레스토랑에서 이러한 물성의 한계를 깬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고 있다. 모던 레스토랑 「콩두」에서는 육회 꽃샐러드에 제공하는 간장을 분자요리 기법을 통해 캐비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테이블의 격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액체였던 간장을 색다른 식감과 맛으로 즐길 수 있다.
case 4 재료의 효율성을 살리다
식재료는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재고가 줄어들고 운영 효율성이 높아진다. 단일메뉴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라도 핵심 레시피 안에서 다양한 세부메뉴를 구비해 판매율을 높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단일 식재료로 다양한 메뉴개발
단일메뉴는 외식업소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주지만, 반대로 고객 선택의 폭이 좁아 매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외식업소에서는 단일 식재료를 활용하더라도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거나 제공 방식을 달리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굴마을 낙지촌」의 경우 ‘굴’과 ‘낙지’라는 메인 식재료를 가지고 약 20여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굴을 사용하는 메뉴만도 굴밥, 굴국밥부터 시작해 각종 식사류와 숙회 등의 안주류까지 다양하다. 낙지 역시 일반적인 낙지덮밥 외에도 ‘비빔밥’과 ‘돌솥밥’ 등 다양한 조리방법으로 세분화해 제공, 고객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인 식재료 활용해 점심특선 제공
육류전문점에서는 낮시간 매장을 활용해 전체 매출 포션을 높이고, 육류의 재고를 없애기 위한 용도로 점심메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쇠고기전문점에서 ‘쇠고기국밥’이나 ‘갈비탕’ 등을 판매하는 것이 일례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매장을 홍보하거나, 구이류로 판매하기에는 선호도가 높지 않은 육류를 효과적으로 소진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한정식전문점에서 일품요리의 재료 중 재고 식재료를 간단한 찬류로 개발해 제공하는 것도 식재료의 효율적인 활용법으로 꼽힌다.
식재료의 가치창출 ② 셰프들의 식재론
식재료 사냥으로 새로운 맛을 발견하다
식재 발굴에 ‘스토리텔링’을 입혀라 오세득 | 줄라이 오너셰프
오세득 셰프는 로컬식재료의 발굴뿐만 아니라 이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 셰프는 “식재료의 고부가가치전략은 크게 ‘맛’과 ‘사람’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며 “재료의 특성을 살린 조리법으로 메뉴를 개발했다면 그 다음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생소한 식재료의 경우 특정 계절에만 한정적으로 맛볼 수 있거나 건강에 좋은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것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된다.
오세득 셰프는 “모자반의 경우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반찬일 수도 있지만 ‘제주도 해녀가 직접 한줄기씩 채취한 귀한 모자반’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면 메뉴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 있는 식재료를 찾아 메뉴로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떻게 파느냐 하는 것이 오 셰프의 식재론인 것이다.
오 셰프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은 결국 사람, 즉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서비스하는 사람일 것”이라며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먼저 서비스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서비스에 특화된 식재료 스토리텔링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해 최현석 | 엘본더테이블 총괄셰프
최현석 셰프는 식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음식의 가치를 높이는 일 중 하나라고 말한다. 첫번째 고정관념은 재료의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간장은 액체로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일례로, 해초를 이용해 간장을 젤리 형태로 만들면 ‘쫄깃한’ 식감의 간장으로 즐길 수 있다. 젤리 형태의 간장을 종이처럼 얇게 굳혀 고기를 감싸면 ‘소스를 찍어 먹는 스테이크’가 아닌 ‘소스를 감싸서 먹는 스테이크’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한식 조리에 흔히 사용되는 재료의 경우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판매한다거나 메뉴 단가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석 셰프는 “한식에서는 구이나 조림으로 활용하는 갈치의 경우 매우 고급스러운 식재료”라며 “조리하는 방식, 사용하는 소스, 플레이팅 등에 따라 색다른 가치가 있도록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석 셰프는 “흔한 재료라도 조리법이나 플레이팅에 변화를 주면 음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실험적인 느낌이라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 고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가능성 있는 식재발굴 게을리하지 말아야 박찬일 | 로칸타 몽로 셰프
박찬일 셰프는 메뉴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식재료를 발굴하고 조리법의 변화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찬일 셰프는 “현대의 요리기술은 모두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매일 같은 음식을 내는 식당은 게으른 식당”이라며 “다양한 정보수집을 통해 식재료 개발, 식재의 다각도 활용을 통한 메뉴 R&D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일 셰프가 추천하는 주목할 만한 식재료는 일명 ‘비선호 부위’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삼겹살 기름, 돼지나 닭의 자주 쓰이지 않는 비선호 부위들은 요리사들이 주목할 새로운 식재라고. 박찬일 셰프는 “유럽에서는 정제된 돼지기름이 버터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닭벼슬을 이용한 메뉴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육류의 경우는 부위마다 다른 질감과 맛이 나기 때문에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모든 식재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식재료를 대할 때 열린 눈으로 볼 것”을 당부했다.
제공 형태 따라 메뉴의 가치 높일 수 있어 양지훈 | 레스토랑 그룹 G 오너셰프
양지훈 셰프는 식재료의 활용 및 새로운 조리법 발굴에 있어 ‘융복합’에 집중했다. 특히 과거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했던 한식과 양식의 융복합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진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훈 셰프는 “한식의 쇠고기 소금구이를 스테이크 형태로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쉽다”며 “간장, 설탕, 버터를 혼합한 소스를 뿌려가며 쇠고기를 구워 접시에 담고, 간장 드레싱 부추 샐러드를 한쪽에 곁들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양지훈 셰프는 “메뉴의 융복합은 결국 재료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한식에 국한된 것이 아닌 양식으로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한상차림 제공 또는 메인요리와 반찬을 구별하는 방식 등에 얽매이지 않고 제공하는 방식에 선입견을 두지 않는다면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식의 나물반찬을 밥반찬이 아닌 웰컴푸드로 제공하는 식이다.
interview
“맛에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식재료의 힘” 노광준 | 쌈도둑 셰프
쌈밥전문점 「쌈도둑」에서는 제철재료의 신선함과 한식의 정갈함을 느낄 수 있는 친숙한 요리들이 한상가득 차려진다. 이 요리에는 한식을 사랑하는 젊은 요리사인 노광준 셰프의 손길이 닿아있다. 노광준 셰프는 제철음식을 선보이기에 한식은 매우 매력적인 요리라고 말한다.
“한식의 가장 큰 강점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해 늘 ‘기억’하고 있는 맛이기도 하죠. 한식은 제철식재료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노광준 셰프의 식재료에 대한 생각은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정직하게 만들어 파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본이며, 그 정직함에는 당연히 믿을 수 있는 안전하고 신선한 식재료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밑바탕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덧입히는 시도를 통해 식재료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노광준 셰프가 식재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목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식재료의 조합, 재료의 물성에 따른 조리법, 플레이팅을 비롯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순간의 스토리텔링까지 포함된다.
“어떤 음식을 봤을 때, 그리고 먹었을 때, 고객들로 하여금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억을 모티브로 디자인하는 만큼 노광준 셰프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쓰는 식재료들은 구하기 쉽고 흔한 식재료가 많다. 노 셰프는 “시장에 가면 바로 있는 식재료, 즉 제철 식재료를 좋아한다”며 “고수, 미나리, 쑥, 달래, 냉이처럼 재료 본연의 맛도 맛이지만 향이 강한 식재료를 특히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노광준 셰프는 향후 ‘식궁합’에 따른 새로운 맛에도 꾸준히 도전할 생각이다. 일종의 ‘식재료 페어링’을 통해 상상하지 못한 조합에서 틀을 깬 새로운 맛을 발견하겠다는 목표다.
노 셰프는 “새로운 조합이라는 것이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해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며 “이를 위해서는 식재료 본래의 물성을 잘 파악하고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독특한 식재료 사용 시 높은 가격 때문에 고민된다면, 최소한의 양을 넣고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방법을 찾는 것도 식재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그만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광준 셰프가 추천하는 식재료 Tip
1. 샐러드도 나물을 이용하면 더욱 풍부한 향과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채소는 익히면 고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잘 불린 고사리와 가지를 간장양념에 볶아 초록 제철나물을 고명으로 풍성하게 얹은 한국식 웜샐러드(warm salad)는 어떨까?
2. 한정식의 대표메뉴인 떡갈비는 대중성은 있지만 제공 방식이 매우 식상하다. 다양한 조리법(날 것, 구운 것, 갈은 것, 찐 것 등)을 통해 다양한 식감(부드러운, 거친, 아삭한)을 제공한다면 평범한 떡갈비도 새로운 자극으로 즐길 수 있다.
3. 음식에 곁들이는 소스의 페어링을 통해 식재료를 더욱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다. 스테이크와 곁들이는 것으로 소금, 후추도 좋지만 우리 고유의 젓갈(조개젓 등)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4. 한국의 전통 디저트로 ‘개성주악’이라는 것이 있는데 기름에 튀긴 떡이다. 튀긴 주악을 조청 시럽에 즙청하는데, 이때 프랑스 전통 디저트인 카놀레에 들어가는 버번위스키를 넣어 맛과 향을 더한다. 위스키에는 캐러멜, 커피, 계피향이 있어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1월호 e-book을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