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온라인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주기적으로 ‘햄버거 서열 정하기’가 유행이다. 치열한 논쟁이 한창일 때 꼭 등장하는 숨은 강자가 있으니, 햄버거 좀 먹어봤다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끝판왕’으로 통하는 「맘스터치」의 ‘싸이버거’가 그 주인공이다. 치킨&수제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햄버거시장에서 다윗의 몸집으로 골리앗들과 팽팽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 올해로 기업 설립 12년째를 맞이한 맘스터치의 수장, 정현식 대표를 만나봤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 사진 강경태 포토그래퍼
진천 물류센터 오픈으로 제2의 도약 선포
정현식 대표가 「맘스터치」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치킨&햄버거시장에서 맘스터치 만의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며 현재 55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주)는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군 덕산면 신척산업단지에 육류가공공장과 물류센터를 준공했다. 약 3300㎡(1000평) 부지에 최첨단 시스템으로 문을 연 진천 공장은 하루 10t 분량의 가공식품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정현식 대표가 오랜 준비 끝에 물류센터를 준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소비자의 식탁에 더욱 빠르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물류센터를 진천에 오픈한 것도 진천이 우리나라의 ‘배꼽’이라고 불릴 만큼 지리적으로 중추에 자리하고 있어 국내 어느 곳이든 동일한 조건 하에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물류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해마로푸드는 이번 물류센터 오픈을 기점으로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2015년에는 증시 상장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2016년에는 진천 제2공장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2017년에는 해외진출, 2018년 맘스터치 1000호점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치킨&햄버거업계 상위 브랜드 대다수가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경쟁이 쉽진 않지만 정현식 대표는 고객에게 맘스터치 만의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모 대비 ‘선전’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안위하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고객은 결국 1등과 2등만 기억하기 때문이죠. 향후 3년 안에 글로벌 브랜드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입니다.”
명확한 타깃 고객 선정으로 ‘승승장구’
론칭 이후 꾸준했던 맘스터치의 성장세에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경부터다. 맘스터치에서 물류납품을 기준으로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햄버거시장에서 맘스터치는 매장 수 기준 2위, 매출액 기준 3위를 랭킹하고 있다. 가격대비 만족도 높은 메뉴로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업계의 숨은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맘스터치의 전략은 단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파이시한 맛을 강조했고 양을 푸짐하게 제공했다.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큰 호응을 얻었다. ‘싸고 맛있는 음식이 롱런한다’는 외식업계의 진리는 맘스터치에도 불변으로 적용됐다.
“프랜차이즈기업이 건강한지를 보려면 수십여 가지 체크항목이 있지만, 저는 단순하게 가맹점의 전년 동기대비 매장당 매출액을 보라고 말합니다. 맘스터치는 매장당 매출액이 매년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가맹점매출액의 성장세를 보면 기업의 건실성과 브랜드 롱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맘스터치의 성장세가 가파른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으로 하여금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이라는 구체적인 타깃 고객층을 선정,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견인할 수 있었다. 맘스터치의 대표메뉴는 ‘싸이버거’로 전체 버거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명실공한 킬러메뉴다. 갈아서 만든 패티가 아니라 냉장 닭다리살을 사용, 마치 스테이크처럼 통살 패티로 제공해 씹는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주문 즉시 조리하는 ‘수제버거’라는 점도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로의 포지셔닝에 주효했다. 브랜드를 연상했을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킬러메뉴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것이 맘스터치의 성공 요인인 것이다.
“외식업에서는 보통 입소문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맘스터치의 주 고객층이 입소문에 매우 적극적인 ‘대학생’이라는 것이 우리 브랜드에게 신의 한 수였죠. 젊은층의 주요 입소문 창구는 SNS인데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큰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1등 매장’ 콘셉트의 창업 모델 제안
현재 전국에 약 55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맘스터치는 전체 매장 수에 비해 막상 매장을 찾으려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골목 상권에 숨어있거나 이면도로, 혹은 2층 매장 등에 입점해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맘스터치의 이 같은 입점 전략은 ‘실용 창업’을 추구하는 정현식 대표의 가맹철학 때문이다.
“‘가시성 좋은 입지에 위치한 넓은 매장에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음식을 제공한다?’ 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은 운영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맘스터치는 동네상권에서의 1등을 목표로 저투자, 고효율을 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운영 역시 많은 인원 없이도 부부 또는 가족이 운영하면서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된다’가 모토에요. 맘스터치의 경쟁 포지셔닝에 대해 흔히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비교하곤 하는데, 굳이 싸울 필요 있나요? 맘스터치는 ‘우리 동네 넘버원’이 되면 됩니다.”
정현식 대표는 고객으로부터의 신뢰와 지속적인 만족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성패가 갈린다고 말한다. 이것이 단순히 추상적인 비전이 되지 않기 위해 고객이 브랜드에 더욱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많은 기업과 대표들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실제로 어떠한 노력을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맘스터치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업이 직원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면, 우리 직원들이 가맹점을 위해 노력하고, 가맹점주가 고객을 위해 노력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봅니다. 제품의 품질유지, 안정적인 물류 공급을 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하고 고객에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경영철학 공유하는 탈권위주의 CEO
덥수룩한 수염에 흐트러진 머리, 편한 옷차림은 정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다. 정현식 대표가 정장을 입거나 면도를 하는 날이 일 년에 손꼽을 정도로 그는 일터에서 격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신출귀몰(?)한 정 대표의 행방을 직원들이 잘 파악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는데, 예고 없이 떠난 해외출장 등이 이유다. 연초인 이달 역시 그의 달력은 해외 일정으로 빽빽하다. 요즘 말로 지나치게 ‘프리’한 그의 스타일이 회사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했다.
“일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됩니다. 나보다 훨씬 유능한 직원들이에요. 그 전문가들이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 제 몫이지요. 관리는 ‘숫자’면 충분합니다.”
정 대표가 매달 보고받는 직원 관리 매뉴얼은 업무별 세분화·구체화되어 있다. 매달 개인별 업무에 따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객관적인 지표로 수치화 한 것이 맘스터치만의 관리 매뉴얼이다. 내부 직원의 개인별 목표에 따른 월별 결산은 물론, 전국 가맹점의 매출 및 시도별 매출액 분석 등이 매월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정 대표의 책상 위에 올라온다.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던 정 대표가 어쩌다 한 번 사무실에 들러도 몇 페이지로 정리된 보고서를 통해 단번에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목표 설정과 성과 달성에 대한 명확한 체계만 매뉴얼화할 수 있다면 오너가 시시콜콜하게 관여하지 않아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 성과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도 단순히 ‘가맹점을 한 달에 몇 개 오픈했다’는 단편적인 성과가 아닌, 매장당 매출관리 등 슈퍼바이징이 중요합니다. 지나친 성과주의가 주는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속있게 가자’라는 오너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국내시장 발판삼아 글로벌시장 진출
3년 내 맘스터치 국내 10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현식 대표는 국내에서의 매장수 맥시멈을 1000여 개로 보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준비, 빠르면 내년쯤에는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요즘은 해외진출 첫 스타트를 끊을 국가 선정에 밤낮으로 고심 중이라고. 국내 외식기업의 해외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요즘, 다소 늦은감이 있어 보이는 해외진출에 대해 정 대표는 검증 단계를 거친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동네에서 1등이면 됐고, 대한민국에서 1~2등이면 먹고 살만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에서 1등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어요. 해외진출은 꼭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시장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좁은 땅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고객들도 똑똑하고 예민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레드오션시장의 경쟁에서 사소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저마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을 때 정현식 대표는 유일(唯一)한 시장인 ‘블루오션’을 노리고 있다.
“고객이 기억하는 1등이 되면 됩니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결국
1등이 된다면 그 시장이 바로 블루오션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