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베니스를 찾아서
주자자오(朱家角)는 송나라, 원나라 때부터 경치가 좋기로 명성이 자자해 천년이 지난 지금도 드라마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촬영지다. 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나룻배에 올라 천천히 운하를 가로질러 보자. 물 위에 떠있는 듯한 옛 가옥과 높게 치솟은 지붕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운하를 따라 박물관과 갤러리, 수상 카페와 바, 음식점도 길게 형성돼 있다. 주자자오는 주말보다는 주중 오후에 가서 해질녘까지 머무를 것을 추천한다. 저녁이면 집집마다 홍등을 밝혀 더없이 아름다우며, 이곳에서 보는 해넘이는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항저우
마르코폴로도 반한 파라다이스
최초로 동양을 여행하고 기록을 남긴 마르코 폴로는 항저우(杭州)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라고 극찬했다. 7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저우는 천혜의 자연과 문명의 편리함이 극적으로 만난 여행지다. 특히 시후(West Lake, 西湖)는 항저우 서쪽에 위치한 인공 호수로 버드나무와 연꽃, 호수 위에 뜬 수상 정원과 탁 트인 주변 경관이 멋지게 어우러진 곳이다. 봄이면 연꽃 군락을 이루는 취위엔펑허(曲院風荷), 시후 안의 또 다른 섬 산탄인위에(三潭印月), 호반 카페거리 시후톈디(西湖天地), 석양이 아름다운 레이펑타(雷锋塔)가 있다. 하나하나 무척 시적인 풍광이다. 그 자체가 중국 산수화의 풍경이나 다름없다.
녹차의 진수 롱징차를 맛보다 항저우에서 유명한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롱징차(龙井茶)’다. 롱징차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차로 항저우의 특산물이다. 4월 5일 청명절 전에 채취해 잎이 연하고 맑은 녹색을 띠는 롱징차를 최고로 치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난다. 차에 관심이 많다면 항저우 시외에 있는 중국 차예 박물관에 가보자. 기원전부터 시작된 차의 기원을 설명하는 차 역사관, 각종 찻잎과 품종을 전시한 차엽관, 고대의 토기부터 화려한 청대의 찻 주전자까지 다기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다구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각 시대별, 지역별 다실을 재현한 전시관이 볼 만하다. 붉은 천과 금실로 꾸민 티베트의 다실, 소박하고 차분한 선비에 어울리는 송대 다실 등 저마다 다른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차로 20분 정도 더 들어가면 롱징차의 원산지인 롱징 마을이 나온다.
쑤저우
초록 정원과 아름다운 물길
예로부터 물과 정원으로 명성이 자자한 쑤저우(蘇州).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가 있다”고 할 만큼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졌다. 네모 반듯한 물길로 이어진 구시가지에서는 발걸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남 최고의 정원 조우정위엔(拙政园), 쑤저우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베이쓰타(北寺塔), 세계적인 건축물 쑤저우 박물관(苏州博物馆), 홍등이 아름다운 운하거리 산탕지에(山塘街), 카페 거리 핑장루(平江路) 등은 놓치기 아쉬운 명소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카페 거리 쑤저우 구시가지 북서쪽에 위치한 산탕지에(山塘街)는 총 길이 3.6km의 운하 거리로 825년 당나라 시인 바이쥐이(白居易)가 쑤저우 칙사로 있을 때 제방을 쌓아 만들었다.
당시 거리를 완벽하게 복원한 지금의 산탕지에는 옛 쑤저우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산탕지에는 외지 상인들이 모여 거주하던 곳이었는데 지금도 전 세계의 여행자가 모여들고 있다. 밤이면 골목마다 은은하게 빛나는 홍등이 거리를 수놓아 아름답다. 이밖에 쑤저우 구시가지에서 가장 번화한 1km 남짓의 보행 전용거리 ‘관첸지에(观前街)’도 맛집으로 유명하다. 오래된 상가와 식당이 밀집해 있어 쑤저우의 전통 음식을 맛보기 좋다. 쑤저우 구시가지 동쪽 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옛 거리 핑장루(平江路)는 오래된 돌다리와 거리 풍경을 지닌 멋스러운 곳이다. 세련되진 않지만 앙증맞은 빈티지 골목에 카페가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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