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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소고기  <통권 45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02-28 오전 04:59:02

목초 사육에서 시작된 지속가능성의 미래 

아일랜드 소고기


 

 

아일랜드 소고기 한국 수입 허용이 임박했다. 유럽에서도 ‘음식의 섬(A Taste of Nature from Europe’s Food Island)이라 불리는 아일랜드는 특히 소고기로 유명하다. 한국 정식 수입이 허용되기 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수년간 아일랜드의 한국 시장을 향한 러브콜은 뜨겁고 지속적이었다. 아일랜드 식품청인 보드비아(Bord Bia, 이하 보드비아)는 한국 시장에 자국 소고기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유럽 소고기–아일랜드의 자연에서 온 소고기’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목초지인데다 비가 자주 내리고 온화한 기후로 유럽에서도 일년 중 가장 오랫동안 목초 사육이 가능한 나라다. 이 나라의 청정 자연 속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자연에서 온 소고기’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4일까지 6일간 아일랜드 육류 산업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글 이지혜 기자 사진 이지혜·업체제공 




멀지만 닮은 나라, 아일랜드의 소고기 산업
한반도의 3분의 1 면적에 인구 500만의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는 영국의 오랜 식민지배를 받았다. 아일랜드공화국(Irish Republic, 수도 더블린)과 영국령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수도 벨파스트)로 나뉜 국가인데다 최빈국의 아픔을 딛고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 식민통치, 최단기간 경제적 부흥을 이뤘다는 점에서 한국과 아일랜드, 두 나라는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한국과 아일랜드는 올해 10월 수교 40주년을 맞는다. 
아일랜드는 국토 면적의 80%가 농경지고 이중 80%가 목초지다. 광활한 목초지 환경으로 축산과 낙농이 발달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품질과 동물복지의 기준에 부합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은 품질 보증, 철저한 추적 이력제, 동물복지 및 지속가능성 관련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내에서는 가축에 성장 호르몬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며 항생제 및 기타 약물 사용의 경우, 절대적으로 필요할 경우에 한해 수의사 및 검역 당국의 관리 아래 사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잔여 약물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아일랜드는 청정한 자연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농부와 국가 그리고 이를 지지하고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아일랜드 소 사육두수는 2021년 기준 660만두로 아일랜드 국민수보다 많다. 연간 도축두수는 180만두로 알려져 있다.
보드비아의 ‘유럽 소고기-아일랜드의 자연에서 온 소고기(European Beef and Lamb-Ireland, Working with nature)’는 유럽연합의 재정을 지원받아 아일랜드 주도로 진행되는 홍보 캠페인으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총 4개국에서 캠페인을 2022년부터 3년간 전개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일랜드 소고기의 우수한 품질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 수출국임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4일에 걸쳐 아일랜드 현지의 농장과 소고기 가공업체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한국 대표 전문가 6명을 초청했다. AMS 푸드 인터내셔널 김환규 대표, 한국농어촌공사 박태선 기반조성이사,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최승철 교수,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박승용 교수, 에코플랜츠 백정민 대표, 본지 이지혜 기자가 대표단으로 아일랜드 현장을 방문했다.




일년 중 220일 방목한 소, 무엇이 다른가
아일랜드의 자연 환경은 유럽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뛰어난 품질의 소 사육을 위한 여건은 아일랜드 특유의 지리적 조건에서 기인하는데 멕시코 만류에 따른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에 힘입어 토양은 비옥하고 목초가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일랜드 연간 강수량도 평균 800~1200mm 정도로 매우 풍부하다. 여기에 더해 가뭄이나 홍수 등 기후 피해가 심한 미국이나 호주와 비교했을 때 아일랜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에게 기후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이 덜 작용하는 데다 목초 사육을 하기때문에 곡물 가격 인상 등의 영향에서도 자유롭다. 이는 소고기 사육과 수출 등 가격 경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더블린에 위치한 보드비아 본사에서 만난 보드비아 소고기 섹터 마크 지그(Mark Zieg) 매니저는 발표를 통해 아일랜드의 청정 자연 속에서 지속가능한 소 사육의 핵심은 바로 목초 사육(Grass Fed)임을 강조했다. 연평균 기온이 10℃를 유지하고 풍부한 강수량 덕택에 최상의 품종 소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는 목초 사육 소고기 생산의 장인이라 할 수 있다. 아일랜드 목초 사육 방식은 미국이나 캐나다 국가에서 주로 이용하는 곡물 비육장이 거의 없고 대부분 기업농이 아닌 작은 가족농 형태의 농장 운영이 주를 이룬다. 아일랜드에서 도축되는 소고기의 80% 이상이 목초 사육으로 실제 9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보드비아는 목초사육제도(Grass Fed Scheme for Beef and Dairy)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제도의 두가지 핵심 기준은 첫째, 소가 생애 전체에서 섭취하는 사료의 90%가 최소한 목초 또는 목초기반 사료여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저장목초를 부분적으로 소 먹이로 활용하지만 연간 야외 목초지 방목일수가 평균 220일에 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아일랜드 목초 사육 기준을 적용해 독립적으로 감시 및 조회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마크 지그 매니저의 발표에서 언급된 양질의 풀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소의 또 다른 차별점은 소 대부분이 30개월령 이하의 어린 소라는 점이다. 어린 소는 성숙우에 비해 연도(부드러움의 정도)와 풍미에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21년 기준 도축되는 소의 90% 정도가 거세우(Steer)와 미경산우(Heifer)다. 
양질의 풀을 먹고 자란다는 점, 우수한 소 품종, 어린 월령은 아일랜드 목초 사육 소의 품질을 뒷받침하는 세가지 큰 축이다.


스트레스 없이 자란 소, 지속가능성과 동물복지의 든든한 울타리
아일랜드 소고기 산업의 경쟁력은 또 있다. 전세계 소고기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캐나다와 같은 대형 기업의 주도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미권에 보편적인 대형 팩킹기업(육가공업체)이 아일랜드에는 거의 전무하다. 캐나다의 경우 3대 대형 팩킹기업의 도축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미국 또한 4대 주요 팩킹기업이 운영하며 이곳에서 미국 도축 시장 점유율의 80%를 상회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는 이 같은 북미권의 팩킹기업이 존재하지 않아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아일랜드 소 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아일랜드 내에 분산된 중소규모 공장들은 대부분 소 농장과 반경 50km 내에 위치해 있어 긴 운송 여정에서 소에게 가해질 수 있는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이는 동물복지 차원 뿐 아니라 육질 향상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향후 아일랜드 소고기 한국 수입 개방 이후를 고려했을 때, 세분화된 소고기 부위 등 절단 규격이나 컷팅, 숙성, 포장 방법 등을 반영한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 수용한 맞춤형 주문을 하기에 기업화된 팩킹기업 보다는 중소형 규모의 팩킹기업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담당자의 의견이다. 
팩킹시설의 선진화된 시스템도 빠질 수 없다. 아일랜드는 EU 규정을 상회하는 엄격한 식품안전, 품질보증, 이력추적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가공 및 포장 시설에 대한 엄격한 지침도 따라야 한다. 일부 공장에서는 자발적으로 DNA 테스트를 모든 지육에 실시해 이력 추적제를 보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혁신적인 포장 가공 기술을 적용해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청단 일행이 방문한 기업 abp는 대표적인 팩킹시설 업체로 엄격한 위생관리는 물론 동물복지를 적극 반영한 도축시설과 윤리적인 가축 취급 방식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줬다. 소들의 스트레스 저감을 위해 소음이 적은 소재의 자재를 사용하고 소들이 이동하는 동선 디자인까지 세심한 설계를 했다. 특히 이곳은 미국의 저명한 동물학자인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이 동물복지를 바탕으로 가축 시설을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오리진 그린, 식품 산업이 문화, 교육, 지역 가치 되기까지
아일랜드의 소고기 산업은 단순히 지역농가와 생산자, 소비자의 소비로만 함축되지 않는다. 아일랜드의 농업식품연구소인 테그스크 애쉬타운 푸드 리서치 센터(Teagasc Ashtown Food Research Centre)의 마틴 대너허(Martin Danaher) 박사는 단순히 식품이나 생산자인 농부(Farmer)에 대한 연구만 국한하지 않고 소비자, 환경, 영양, 건강, 소고기 산업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활동에 이르기까지 푸드 프로세스 전반을 리서치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시장과 소비자, 식품 산업 3곳이 R&D를 거쳐 각 분야가 서로 유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는 이어 양질의 소고기 생산을 위한 아일랜드의 노력은 지속가능성과 탄소 발자국 줄이기로 크게 요약되며 이러한 노력이 농장과, 식품 가공산업, 소비자 모두 함께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일랜드 소고기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여정은 보드비아에서 2012년부터 오리진 그린(Origin Gree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아일랜드 정부 주도의 이 프로그램은 농장 환경을 보호하고 이산화탄소 저감 계획을 위해 아일랜드 축산 농가의 위생, 초지 관리, 온실가스 배출관리, 수질관리, 동물복지, 생물다양성 관리를 포함한다. 또 기업, 소매업자, 외식업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상한 설정 및 이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출생에서 도축 시점까지 철저한 이력추적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다. 
아일랜드의 오리진 그린을 바탕으로 한 소고기는 향후 한국 정식 수입이 이뤄진 후 동물복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과 저탄소 정책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카테고리다. 더불어 한국 외식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아일랜드의 다양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첫 발자국은 가장 아일랜드답다는 충분한 이유로 목초사육을 한 아일랜드 소고기(Grass Fed Irish Beef)에서 시작될 것이라 예상한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3년 3월호를 참고하세요.

 
2023-02-28 오전 04:59:0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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