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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듯 익숙한 한식으로 해방촌 빛내다  <통권 458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05-04 오전 11:05:53

낯선 듯 익숙한 한식으로 해방촌 빛내다

소울 윤대현·김희은 셰프


서울 용산구 해방촌이 미식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모든 요리에 ‘소울’을 담아내는 윤대현·김희은 부부 덕분이다. 두 셰프가 운영하는 파인 다이닝 소울은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3에 등재되며 그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다.  
글 박귀임 기자  사진 이경섭




소울 담긴 요리의 향연
지난 2019년 5월 오픈한 소울의 상호명은 여러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소통할 소(疏)와 답답할 울(鬱)을 합쳐 답답한 마음을 풀어헤친다는 뜻도 있고, 혼·마음·정신으로 해석하는 소울(Soul)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윤대현·김희은 셰프는 현대 한국에 뿌리내린 다양한 식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요리를 소울을 통해 선보인다. 
윤대현·김희은 셰프는 “음식은 항상 만드는 이의 소울이 녹아 있어야 제 맛을 내고 가치 있는 음식이 된다”면서 “낯선 듯하지만 익숙하고 익숙한 듯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고객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소울이라는 공간에서 셰프의 소울(Soul)이 담긴 음식을 통해 소울(疏鬱)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울의 대표 메뉴는 뇨끼에서 영감받아 재해석한 감자전이다. 감자를 돼지기름에 전처럼 지져낸 후 들기름 섞은 소스와 렐리쉬 등을 곁들여낸다. 별미 한접시로 꼽히는 구운 증편 역시 일품이다. 직접 만든 증편에 막걸리를 발효해 만든 3종(양파·감태·흑임자맛)의 버터를 함께 제공, 다채로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이에 추가로 주문하는 고객도 많다.
김희은 셰프는 “윤대현 셰프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생각하면서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식궁합이 잘 맞아 경험에 빗대서 함께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밝혔다. 윤대현 셰프 역시 “소울에서는 정통성을 가진 음식보다 김희은 셰프와 나의 입맛에 맞는 창작 요리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고객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중적인 입맛인 우리를 통해 1차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고객들도 더욱 맛있게 먹고 즐겨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식문화 살린 코스
소울은 한국인의 식문화에 초점을 맞춰 코스 요리를 구성하고 있다. 고기를 먹고 냉면이나 국수 등 면을 즐기는 한국 식문화에 따라 양갈비나 한우채끝 등 메인 요리에 이어 후식 국수를 제공한다. 후식 국수의 경우 윤대현 셰프의 장기를 살린 생면 파스타로 코스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윤대현 셰프는 “신선로나 궁중떡볶이 등 전통성이 있는 것만 한식이 아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볶음밥도 한식이다.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한식을 낯선 듯하면서 익숙하게 풀어내려고 한다”면서 “어떤 특별한 식재료나 조리법에 집중하는 것보다 요즘 한국인이 즐기는 식문화의 재해석을 통해 조금 더 재미있게 다이닝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은 셰프도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넣는 것도 한국 식문화 중 하나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사골 육수에 쪽파를 넣어 제면하거나 감칠맛을 위해 토마토 양념장을 곁들여 로제 파스타처럼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 식문화를 아는 고객들은 모두 공감해주고 고개를 끄덕인다. 외국인들도 흥미로워 한다. 이런 부분이 소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고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강조했다.  
소울 코스에는 맞이음식이나 꼬두람이 등 우리말을 사용한 것도 돋보인다. 꼬리 혹은 막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꼬두람이는 소울의 마지막 디저트다. 이때 생일을 맞은 고객에 한해 미역국을 제공하며 축하해준다. 이 역시 한국 식문화를 살린 부분이다. 김희은 셰프는 “미역국이 엄청난 요리는 아니지만 그 한그릇에 감동하는 고객이 많다. 한국인만 아는 감성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라며 미소 지었다.




부부 전공 살린 한식·양식 컬래버
윤대현 셰프는 양식을, 김희은 셰프는 한식을 각각 전공했다. 윤 셰프의 경우 미쉐린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스와니예 오픈 멤버이자 생면 파스타 전문점 도우룸의 총책임자로 활약하며 내공을 쌓았다. 두 셰프는 결혼 후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코리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으로 소울을 완성했다. 
김희은 셰프는 “연애 시절부터 한 건물에 레스토랑과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던 중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고 결혼하면서 구체적으로 실행하게 됐다. 집은 따로 있지만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어서 든든하다. 윤대현 셰프는 좋은 사업 파트너이자 고마운 반려자”라면서 윤대현 셰프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소울은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코스 구성이 달라진다. 지난 3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코스에는 봄기운 요리로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봄기운은 각종 허브와 제철 봄나물, 그리고 완두콩퓌레를 더해 맛부터 담음새까지 싱그럽다. 
윤대현 셰프는 “특별한 식재료로 특별하게 요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별하지 않은 식재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셰프가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식재료로 그 가치를 넘어설 수 있도록 요리하는 것이 셰프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희은 셰프는 당근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며 “제주 구좌에서 생산한 당근은 정말 달고 맛있다. 그 당근을 버터와 조리해 갈아 제공한 적이 있는데 ‘단호박퓌레 같다’는 고객 반응이 많았다. 사실 당근이나 오이는 향과 식감으로 인해 첫경험이 좋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식재료의 매력을 단편만 보게 되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소울에서는 ‘당근이 이런 맛이었어?’ 혹은 ‘익숙하고 보잘 것 없는 식재료였는데 이런 맛도 나네?’ 등의 미식 경험을 고객에게 선물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까지 세심하게  
소울은 해방촌 골목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어렵다. 그럼에도 평점 4.7(만점 5, 4월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호평 받고 있다. 소울의 지리에 불만을 드러낸 고객도 맛과 서비스를 경험한 후에는 재방문할 정도라고. 
윤대현·김희은 셰프의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인테리어 역시 한몫한다. 고객 소통 중심의 인테리어를 위해 의자는 편안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공연처럼 볼 수 있는 바 좌석을 메인으로 만들었다. 윤 셰프는 “다이닝은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셰프가 설명까지 직접하면서 소통하는 과정이 있어야 고객에게도 더욱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인테리어에도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미술을 전공했던 김희은 셰프는 그릇을 매장 곳곳에 감각적으로 배치, 소울을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김 셰프는 “어떤 그릇을 보면 어울리는 요리가 떠오른다. 그래서 그릇 인테리어를 한 것”이라며 “소울의 로고도 산해진미를 한그릇에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 4년만에 미쉐린가이드 1스타
소울은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미쉐린가이드 서울에 첫 등재된 후 이번에 승격한 것. 한국의 식문화는 물론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맛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요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울 오픈 4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김희은 셰프는 “정말 기뻤다. ‘해방촌에서 해냈다’는 축하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셰프가 되는 것을 반대하셔서 아버지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지도 못했다. 향후에는 아버지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대현 셰프는 “파인 다이닝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문화와 경험까지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점차 희소가치가 생기는 것 같다. 사람이 창의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더 높아진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기계가 찍어내는 음식은 더 많아지고 사람이 직접 만드는 요리는 줄어들 것이다. 장인이 빚어내는 그릇과 공장에서 찍어낸 그릇은 가치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파인 다이닝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윤대현·김희은 셰프는 소울 이외에 생면 파스타 전문점 에그앤플라워, 와인 바 바라바 등도 운영하고 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모두 한 건물에 입점, 관리가 용이하다. 에그앤플라워는 당일 만드는 생면과 고추장, 흑돼지, 감태 등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이탈리안 파스타로 미식가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다.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놀고 마실 수 있는 바라바 역시 남산서울타워를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그동안 우리가 말한 대로 모두 이뤄졌다.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고 시간이 걸려도 결국 해냈다. 소울로 해외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외국인 고객이 소울을 좋아해주고 극찬해줄 때마다 자신감이 생긴다. 전세계적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해외에서 소울을 선보이고 싶다.” 

 
2023-05-04 오전 11:05:5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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