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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로 윤태호 셰프  <통권 46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08-03 오전 01:40:56

튀김 불모지 한국에서 덴푸라를 외치다

키이로 윤태호 셰프


덴푸라 오마카세 돌풍의 주역 키이로. 그 돌풍의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준 높은 덴푸라를 선보이는 키이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미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키이로 윤태호 셰프의 덴푸라를 맛보기 위해서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글 김종훈 기자  사진 이경섭





신선한 재료가 중요한 덴푸라
일본에서 튀김은 쌀밥에 튀김만을 곁들여 먹을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 또한 스시 오마카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하이엔드 요리로서도 인정받는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튀김은 사이드 메뉴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한국인에게 튀김은 가벼운 분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윤태호 셰프는 한국에서 튀김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고 텐푸라 오마카세를 선보이며 튀김의 인식을 높이고 있다.
덴푸라는 원물의 맛을 강조한 요리로 튀김옷이 얇아 재료가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윤 셰프의 덴푸라 철학은 확고하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덴푸라가 나온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키이로를 운영한다. 당일 사용할 재료도 코스 시작 직전에 손질한다. 윤 셰프는 “재료의 신선도는 칼이 닿는 순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고객에게 제공하기 직전에 재료 손질을 한다”고 말했다.
키이로 코스는 제철 채소부터 해산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덴푸라를 선보인다. 코스에서 사용하는 채소와 해산물은 매일 바뀌며 계절에 따라 재료를 달리하는 것도 원칙이다. 튀김의 반죽 배합도 밀가루, 달걀, 물 3가지만을 이용해 재료마다 다르게 한다. 윤 셰프가 특히 추천하는 요리는 황돔 튀김으로 손질이 수고스럽지만 살이 부드러워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다. 튀김에서 꼭 필요한 재료인 기름의 경우, 콩기름과 저온 압착한 참기름을 섞어 사용한다. 저온 압착한 참기름은 참깨를 볶지 않고 수분만 날려 착유한 기름으로 은은한 향이 매력이며 덴푸라에서 그 향미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덴푸라 소스로 텐쯔유가 따뜻하게 제공되는데, 텐쯔유는 덴푸라가 굳지 않는 역할을 하고 거칠게 갈은 무가 들어있어 재미있는 식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덴푸라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일본에서 맛본 덴푸라의 매력
윤 셰프가 덴푸라의 매력에 빠진 것은 6년 전 일본 여행 중 맛봤던 덴푸라에서 시작된다. 그는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덴푸라 전문점에 방문하게 됐다. 일본인들이 밥에 튀김을 곁들여 먹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튀김과 밥을 함께 먹는 것이 생소했기에 그 맛이 궁금했다”며 “밥과 튀김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식문화에 눈을 뜨게됐다. 특히 셰프들이 정성스럽게 튀김을 하나씩 내어주는 것이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일본에서 덴푸라에 대한 매력으로 흥미가 생겨 도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 셰프는 텐동 전문점 ‘신야텐야’를 시작으로 덴푸라 세계에 입문했고 ‘시타마치 텐동 아키미츠’에서 일본인 셰프와 교류하며 덴푸라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덴푸라는 원물에 따라 달라지는 반죽 배합, 기름 온도, 튀기는 요리사에 따라 그 맛의 편차가 크다. 튀김 반죽을 만드는 방법부터 온도를 조절하는 법, 튀기는 방법 등 덴푸라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혀 나갔다. 일본인 셰프와의 교류 외에도 덴푸라 관련 도서, 영상 등을 보며 업무가 끝난 후에도 집에서 여러 가지 재료들을 튀겨보며 연습했다.”

고품질 덴푸라 지향
윤 셰프는 지금도 머릿속에 덴푸라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텐푸라를 더 맛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더 맛있는 덴푸라를 만들기 위한 그의 집착 때문일까. 키이로는 고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더 큰 공간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매장은 넓고 쾌적함은 물론 덴푸라를 위한 설비도 상향됐다. 
윤 셰프는 “고객의 꾸준한 관심 덕분에 새로운 곳으로 이전할 수 있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매장을 옮기면서 설비를 추가했고 덴푸라 맛도 향상시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밀가루를 보관하는 급속냉동고가 생긴 것이다. 일본에서는 영하의 온도에서 밀가루를 보관한다. 그래야 밀가루의 수분이 제거되며 튀김 반죽도 더욱 바삭해진다”고 말한다. 이어 “화구도 고온 튀김용, 저온 튀김용으로 2개를 사용한다. 이전에는 하나의 화구에서 고온과 저온을 병행하며 튀김을 튀겨야 했기에 기름의 산화가 빨리 진행됐다. 이제는 코스가 끝날 때까지 깨끗한 기름으로 고객에게 덴푸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튀김 반죽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달걀물에 바로 밀가루를 배합해 반죽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달걀물을 세게 저어서 거품을 낸 다음 밀가루를 넣어 반죽한다. 이 경우 거친 바삭함이 아닌 부드러운 바삭함을 덴푸라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윤 셰프의 설명이다.
윤 셰프는 코스에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느끼함을 잡아줄 요리를 구성했지만 현재는 모두 배제하고 덴푸라만을 제공한다. 이는 덴푸라로 인정받고 싶은 윤 셰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덴푸라와 곁들여 먹으면 좋은 주류도 다채롭다. 에비수 생맥주부터 샴페인, 위스키, 와인 등 라인업이 다양해진 것. 윤 셰프가 추천하는 주류는 샴페인. 맥주도 좋지만 샴페인의 산도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기에 덴푸라와 조합이 좋다고 한다.
설비와 매장 그리고 덴푸라의 질은 높아졌음에도 키이로 코스는 처음과 동일하게 4만원에 즐길 수 있다. 4만원이 누군가에게는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것이 윤 셰프의 생각이다. 




덴푸라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길
윤 셰프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에도 덴푸라를 고집했다. 반대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오히려 덴푸라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커졌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튀김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튀김에 대한 낮은 인식도 있었지만 한국 식재료와 일본 식재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식재료도 훌륭한 덴푸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덴푸라라는 장르가 최고는 아니지만 인정받는 요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윤 셰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하나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는 것이고 또 다른 목표는 덴푸라가 더욱 인정받는 요리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국에서 덴푸라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키이로가 덴푸라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면 앞으로 많은 이들이 이 길을 더 넓혀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키이로보다 더욱 인정받는 덴푸라 전문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08-03 오전 01:40:5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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