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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환대 이정현 셰프  <통권 462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08-29 오전 11:19:10


양고기로 미식을 풍요롭게

양인환대 이정현 셰프


양고기로 국내 외식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양고기 전문점 ‘양인환대’ 이정현 셰프다. 양고기의 매력에 푹 빠진 이 셰프는 늘 메뉴 구성과 사업 가능성을 열정적으로 연구하며 외식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그에게 양고기는 특별함 그 이상이다. 
글 박귀임 기자  사진 이경섭


 

 

한국식 양고기로 외식업계 평정 
양인환대(羊人歡待)는 ‘따뜻한 이들을 맞이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자리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을 맞이해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고 즐겁게 해주는 일’을 뜻하는 객인환대(客人歡待)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상호명이다. 한국식 고급 양고기를 표방하는 브랜드의 특성이 잘 녹아 있다.  
1년 미만의 양 중에서 최고급 냉장육만 엄선해 사용하는 양인환대에서는 양고기를 처음 접하거나 누린내로 거부감 느끼는 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백김치·나물무침·젓갈 등 기본으로 제공하는 한국식 반찬도 양고기와 잘 어우러지며, 단품 메뉴인 양전골·육회·양똥집·양미밥 등도 일품이다. 이에 양인환대를 찾는 방문 고객이 점차 늘어났고 줄서서 먹어야 하는, 이른바 ‘양고기 맛집’으로 주목받았다. 직원이 구워주고 설명까지 해주는 차별화 전략도 주효했다.  
왜 한국식 양고기였을까. 이 셰프는 “사촌인 양인환대 하종엽 대표가 고기 유통 사업을 하기 때문에 국내 양고기 시장의 성장세를 익히 알고 있었다. 양인환대를 기획할 때 중국식 양꼬치나 훠궈, 일본식 양고기 구이인 징기스칸 등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는 추세라 한국식 양고기는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식 양고기를 특화하기 위해 메뉴, 서비스, 콘셉트에 대해 끊임없이 재해석하려고 했다. 한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공부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들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인환대는 양재점에 이어 신용산점까지 2개의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됐으나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양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맡김차림 형태로 제공하는 ‘양인환대 극진’과 양고기에 한식을 접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양인환대 정인’을 추가 오픈하며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양고기를 취급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정보 부족이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외식업계에서 양고기는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정보 역시 많지 않았다. 양고기에 대해 처음부터 알아보고 연구하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 기존의 구이 방식을 넘어 하나의 요리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열정으로 2020년 극진을 준비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우리 조상들이 양고기를 즐겼다면 지금의 한식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테이블 위에 구현해보고자 정인을 오픈하게 됐다.”

뜻밖의 요리 재능 발견
이 셰프는 대학시절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다. 공대 출신으로 방송 엔지니어 일을 하다가 우연찮게 호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맛본 요리에 감동해 셰프의 길을 걷게 된 것. 당시 홈스테이를 했던 주인이 셰프였는데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보다가 프랑스 요리전문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추천해줄 정도였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요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카페를 시작으로 와인바까지 운영하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숙명여자대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정식으로 요리 공부도 했다. 프렌치로 요리를 시작했다가 르 꼬르동 블루의 추천으로 ‘한식 스타셰프 양성과정’에 참여하면서 한식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명인들도 뵙고 고조리서도 많이 접했다. 이런 경험들이 양인환대의 메뉴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양인환대는 ‘음식과 약의 근원은 같다’라는 식약동원(食藥同源)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한다. 《동의보감》에도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사람은 먼저 병의 근원을 깨닫고 음식물로 이를 치료하며 식이요법으로 병이 낫지 않을 때에 약을 사용하도록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셰프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둔다고. 
특히 양인환대 극진과 정인에서는 20여 가지의 양고기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데 모두 이 셰프가 개발한 메뉴다. 내장을 제외한 양 한마리의 모든 부위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전통주 페어링까지 완벽하다. 극진이나 정인의 코스 요리를 맛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양고기와 전통주를 연구했는지 느껴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고객에게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 그의 모습도 양인환대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양고기 홍보대사로 활약
양인환대는 한국식 양고기로 미식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뛰어난 맛과 다양한 메뉴, 그리고 적극적인 서비스를 통해 양고기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다수다. 양고기와 한식을 접목해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이 셰프가 하는 모든 도전이 업계 최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2022년 호주산 양고기 홍보대사인 ‘램배서더’에도 임명됐다. 램배서더는 홍보대사를 뜻하는 앰배서더(Ambassador)와 어린 양을 지칭하는 램(Lamb)의 합성어로, 호주 주요 양고기 생산 지역인 빅토리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램배서더 자격으로 호주에 방문했는데 감개무량했다. 호주 유학 시절 요리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곳에서 다른 나라 셰프들과 교류하면서 양고기를 더 깊이 알게 됐다. 한식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 지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이 셰프는 양인환대로 일본 진출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인해 무산됐다. 한국식 양고기에 대한 반응이 좋은 만큼 다시 한번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 및 레시피 공개도 마다하지 않으며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양고기 위한 끝없는 도전
이 셰프는 양인환대 이외에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파스타와 양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판코네’, 고객 맞춤으로 양고기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정현’, 프렌치 와인바 ‘알랭들롱’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오픈한 셰프정현은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애정도 남다르다. 8명만 수용 가능할 정도로 협소하지만 다채로운 양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인기다. 양 이외에 소, 돼지, 토끼고기까지 활용하며 코스 요리와 어울리는 주류 페어링도 뛰어나다. 주 3일간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가운데 대관까지 가능해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다양한 양고기 조리법을 활용해 발전된 우리의 양고기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바람이 셰프정현으로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양인환대와 달리 한식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로운 무국적 양고기 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 맞춤으로 코스 요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예약 시 왼손잡이 여부까지도 확인한다. 고객과의 접점이 가깝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콘메’ 최병준 셰프와 함께 준비한 판코네의 경우 이탈리아 생면파스타와 호주식 스테이크가 대표 메뉴다. 파스타, 빵, 소스 등 모든 재료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 또한 최근 오픈한 알랭들롱은 하프 보틀 와인과 브랜디, 하이볼 등 다채로운 주류를 경험하기에 좋다. 프렌치 감성을 녹여낸 메뉴와 인테리어 효과로 오픈하자마자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일상을 기록하며 아이디어 스케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후에 레시피를 만들면서 상품화나 사업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를 구체화하게 된다. 무엇보다 ‘누구와 무엇을 먹고 마실지’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그와 어울리는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는 것 같다.”

묵묵히 걸어갈 요리의 길
“아이디어나 감각이 좋은 젊은 셰프들이 국내 외식업계에 많아지고 있다. 양식, 중식, 일식이 아닌 한식으로 유입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향후 한식과 전통주를 깊이 있게 다루는 외식 브랜드도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셰프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메뉴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프렌치가 내 요리의 시작이었고, 우연히 접한 한식이 인생의 길을 보여줬다. 그렇게 묵묵히 공부하고 요리하면서 지내다 보니 현재의 내가 됐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해준 말이 있다. ‘예쁜 것도 너에게서 나오고, 미운 것도 너에게서 나온다’는 말인데 외식업에 종사하며 종종 떠오를 때가 있다. 절대 남탓은 없다. 자신의 탓이고 자신의 덕이다. 이를 명심하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8-29 오전 11:19:1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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