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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다 한식Ⅱ 한정식의 진수를 맛보다  <통권 46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10-05 오전 11:23:39

다시, 돌아보다 한식Ⅱ

한정식의 진수를 맛보다



10월호는 지난호에 이어 ‘다시 돌아보다, 한식’ 시리즈로 ‘한정식의 진수를 맛보다’는 내용을 취재했다. 오래도록 한식의 정통을 고수한 궁중요리와 반가요리를 잇는 전통 한정식전문점. 대중화된 한상차림의 한정식과 이를 좀 더 고급스럽고 매력적으로 풀어낸 한식 파인다이닝. 이들은 각기 다양한 콘셉트로, 대중적이면서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 현재의 식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갈수록 한정식의 입지가 좁아지는 듯하지만, 장인정신에 입각한 한식 셰프들과 운영자, 한식을 사랑하는 고객이 있기에 이들의 노고와 정성은, 한정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이 한정식의 미래다. 
편집자주



 

 


수십 년간 제자리, 한정식전문점의 대안은 있는가 
서울에서 고급 한정식전문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현존하는 정통 궁중요리전문점이나 고급 한정식전문점들도 운영이 예전만 못하다. 최근엔 한류열풍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수요가 늘어났다고는 하나, 한정식 외식시장의 암울한 현실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한때 궁중요리 한정식전문점으로 인기를 구가했던 용수산도 여러 점포를 전개해오며 미국과 중국까지 진출했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와 인건비에 대한 부담, 인력난 문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외식업의 고질병처럼 앓아온 임대료와 인력난은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주방에서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조리인력 또한 한정식에서는 걸림돌이다. 한정식의 음식 가짓수가 많다 보니, 재료 손질부터 음식을 만들고 고객 상에 음식을 내오기까지 노동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2021년 한식진흥원 ‘한식교육 인력 현황조사’에 따르면 식품·외식 분야 중 ‘조리과학 및 조리계열’ 재학생의 ‘한식 분야 일자리’ 선호도가 23%에 불과하다. 또 이들이 한식을 희망하지 않는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43.8%), ‘업무강도가 높아서’(13.7%), ‘전망이 좋지 않아서(4.9%) 등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한정식전문점 운영과 한식조리사로서 살아간다는 일이 녹록지 않다. 한정식에 대한 자부심만으로 일을 하라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가적으로 한정식전문점이나 한식조리사들에 대한 투자 또는 이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식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K 대표는 “기업이 스포츠나 예술분야에 활발한 투자를 하는 것처럼 정통 한정식전문점이나 한식조리사에게도 국가나 민간기업이 투자를 해 나간다면 한식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한정식전문점 발전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 할 때라고 강조한다.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가는 한정식전문점 
궁중요리전문점과 고급 한정식전문점이 한식 파인다이닝과 많은 비교가 되고 있다.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한정식전문점의 경우, 우리 음식 본연의 맛을 지키고 살리는 데 집중한다. 궁중요리의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정통적인 조리법과 맛을 고수하다 보니, 다채로운 메뉴 개발에 한계가 있고 이는 고객들에게 식상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식을 기반으로 둔 파인다이닝의 경우 조리사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음식에 접목돼 고객들의 입과 눈을 유혹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요즘같이 SNS가 활발한 시대에는 맛은 물론, 보기에도 좋은 한식 파인다이닝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지난 8월 발표한 ‘2023 서울미식 100선’ 한식 부문에 선정된 대부분의 브랜드가 한식 파인다이닝이었던 것만 봐도 이제 한정식전문점은 퓨전화된 한식 파인다이닝을 당연하게 포함시키는 분위기다.     
실제로 젊은 조리사들 사이에서도 정통 한정식전문점보다는 양식과 일식이 접목된 한식 파인다이닝의 분야를 더 선호한다. 그동안엔 한식과 양식을 조합한 레스토랑이 많이 생겼다면, 최근 조리사들 사이에서는 한식과 일식을 결합한 한식 파인다이닝이 인기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고객니즈에 따른 트렌드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정식,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진화하다 
하지만, 한식 파인다이닝은 여전히 고객들이 접하기엔 문턱이 높아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 높은 식재료와 임대료, 기본급 상승으로 겪는 인건비와 인력난은 식당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인지, 최근 잘 나가는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한식 파인다이닝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투자를 받아서 운영하는 곳이 많다. 2030의 셰프들이 한식 파인다이닝을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점포 운영이 그만큼 잘 되어 준다면 문제없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궁중요리전문점이나 고급 한정식전문점도 마찬가지다. 
한 끼에 10~20만원대 하는 음식 가격은 일상에서 즐기기에 쉽지 않을뿐더러, 특별한 날에 가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선호한다. 실제로 고급 한정식전문점에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가 ‘가장 저렴한 메뉴’라는 대답은 그저 씁쓸하게만 볼 일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한편, 대중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것은 토속음식점을 표방한 한상차림이다. 다 먹지도 못할 수십 가지의 반찬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몇 가지 음식으로 가심비와 가성비를 만족시키는 한상차림이 인기다. 계절에 맞는 식재료와 고객들이 즐겨 찾은 메뉴로 구성해 고객들에게 집밥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각광받는다. 하지만 이들 음식점의 경우, 모든 음식을 점포에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부분적으로 제품을 구매해 제품 조립형 한상차림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실제로 많은 한정식전문점이 효율적인 운영시스템과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PART 1

궁중요리와 반가요리를 잇는 한정식


세계적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식단이 각광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궁중요리와 반가요리를 잇는 전통 한정식은 조리과학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가장 좋은 천연재료,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고 정성이 가득 담긴 조리법, 고명 하나라도 얹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음식 담음새에서 먹는 순간까지…전통 한정식에서는 우리 음식의 품격과 멋이 우러난다. 
글 임나경 편집장  사진 이경섭






정갈한 궁중음식, 오색 고명의 품격같이 〈지화자〉


1991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 황혜성 가(家)에서 운영하는 지화자는 여전히 외국인과 내국인 고객이 50:50을 차지할 정도로 외국인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K-팝 열풍과 함께 외국인들의 재방문 횟수가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화자 방문 고객 리뷰를 살펴보면, 한식에 대한 맵고 짠 편견을 벗어나 궁중음식의 담백하고 편안한 맛과 멋스러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고객들이 많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
궁중음식은 국가무형문화재로 한국 음식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1대 한희순 궁중요리 기능보유자에 이은 2대 황혜성 기능보유자, 3대 한복려 기능보유자로 이어지면서 궁중요리는 보다 체계화하며 정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故) 황혜성 교수는 30년간 궁중음식 조리법을 전수받고, 궁중음식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받게 했으며 무엇보다 궁중음식을 계량화하고 조리법을 정리하는 데 힘써왔다. 단순히 학문적으로만 궁중음식을 풀어낸 것이 아닌, 지화자라는 궁중요리전문점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궁중요리의 진수를 선보여왔다. 특히 한복려 기능보유자는 궁중음식연구원의 교육을 통해 궁중음식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화자의 궁중음식은 많은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낸다. 인공조미료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로만 맛을 낸 궁중음식은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자극적이지 않고 세계적인 건강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대 기능보유자인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드라마 ‘대장금’의 음식 자문 이후에도 한국의 궁중음식과 우리의 식문화를 위해 널리 힘써왔다. 더불어 지화자 음식을 개발하고 지도하는 한편, 현장에서 진행되는 크고 작은 행사에서 궁중음식에 대한 저변확대에 주력했다. 

시간과 정성이 가득한 슬로우푸드
한복려 원장의 막냇동생이자 지화자를 운영 중인 한용규 대표는 “지화자의 궁중요리를 접한 고객들은 한식이 맵고 짜고 자극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한식이 시각적이면서도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에 놀라곤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궁중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외국인들의 경우 재방문 횟수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한다. 
한 대표는 “궁중음식은 오직 한 사람, 왕을 위해 준비했던 수많은 궁중 요리사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은 물론, 영양학적, 조리과학적으로 최고 수준의 완성도 높은 음식이 바로 궁중음식이다. 이에 더해 ‘드시는 모습까지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바로 궁중음식의 진정성”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기본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지화자를 운영해 온 한 대표는 일반 한식과는 단연 차별화된 음식임을 강조한다. 지화자의 만찬은 풀코스로 이루어진 진어별만찬, 진어만찬, 장금만찬 등이 있으며, 모든 메뉴가 서로 다른 요리들로 구성된다. 특히 만찬요리는 궁중마른안주 특선이나 구절판, 별미산적과 해물신선로 등 주로 우리 전통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시기에는 1인용 신선로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외에 세트메뉴로 즐길 수 있는 정찬과 일품요리 등이 있으며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코스와 글루텐프리코스 등도 마련돼 있어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만족시킨다. 지화자는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요리를 준비하고 조리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시간과 정성이 소요되는 슬로우푸드다. 때문에 한 대표는 지화자에서 요리를 즐기는 고객 또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음식을 즐길 것을 권한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정성 가득한 음식 
지화자는 기능보유자가 직접 궁중음식을 복원시키고 보존해오고 있기에, 조리장 및 조리사들 역시 궁중음식연구원으로부터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궁중음식이 가지는 본질적인 철학인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만들기에 이곳에서 일하는 조리사들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지화자는 매일 오전과 오후 2회씩 회의를 통해 예약고객이나 바뀌는 음식에 따른 적절한 고객응대를 준비한다. 
궁중음식은 음식 자체에 스토리텔링 요소가 많기에 음식 재료에서부터 먹는 법, 계절에 맞는 음식에 대한 소개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메뉴는 크게 변경하지는 않고 있으나, 계절에 따른 요리의 변화를 다양하게 가져다 준다. 또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영어, 일어, 중국어를 모두 구사하며 고객들에게 다소 낯선 음식이 될 수 있는 궁중요리를 소개한다. 
특히 지화자는 음식을 내는 데 있어서 고명을 중시한다. 한국음식에서 고명을 올린다는 것은 ‘아무도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이 음식은 오직 당신만을 위해 정성껏 만들었습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화자는 또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내년 9월에는 일본 진출을 위한 행보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   〈석파랑〉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한 석파정은 일찍이 서울시의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흥선대원군 별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석파정의 별채를 김주원 대표가 1993년에 문을 열고 한정식전문점, 석파랑 운영을 시작했다. 전통가옥의 아름다움과 빼어난 자연경관, 궁중요리의 맥을 잇는 석파랑은 지나온 세월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현재에 이른다.  





30년 세월과 함께 온 석파랑
문을 연지 30년이 지난 석파랑은 지금도 정·재계 유명 인사는 물론 각종 문화 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1993년 당시, 외식업이라곤 문외한이었던 김주원 대표. 그는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1989년 석파정의 별채를 사들이고 상호를 석파랑이라 정한 이후, 한옥과 정원을 꾸미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김 대표는 벌써 30년이 지났다며 석파랑 오픈을 위해 준비해오던 일들을 떠올린다. “당시 석파랑은 한옥과 정원이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였는데, 문화재를 사들이고 식당을 오픈하겠다고 하니 공무원들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식당 문을 열기 위해 인허가를 내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외식업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그가 석파랑 문을 열기까지는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다만, 석파랑은 흥선대원군이 한때 별장으로 이용했다는 특별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충분해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었고, 궁중요리로 고급 한정식전문점으로서의 면모도 다져나갔다. 무엇보다 석파랑의 자연 경관과 빼어나게 아름다운 정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석파랑은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변화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석파랑 뒤편에 자리한 스톤 힐을 운영하는가 하면, 석파랑 아트홀을 통해 각종 민속문화 관련 전시와 미술 전시를 해오기도 했다. 동시에 현대식 복합 문화 공간인 석파랑2.0을 통해 새로운 시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재는 베이커리 카페 몽핀으로 운영돼 인기몰이 중이다. 스톤 힐도 고객들에게 인기는 좋았으나 인력난으로 인해 지난 3월 문을 닫고 리뉴얼에 들어갔다. 

사계절, 낮과 밤이 아름다운 공간 
대원군이 사랑한 아름다운 별채, 석파랑은 궁중요리를 표방한 한정식전문점으로 진연, 진찬, 수복 등의 코스요리를 내고 있다. 진연의 경우 죽과 전채류, 주요리, 반상, 다과 등의 코스로 구성되며, 죽과 전채류의 경우엔 우일요의 회합에 담겨진 주전부리, 전통죽과 물김치, 구절판과 석파랑 별미채, 냉채, 계절전유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리는 어만두, 육회, 전복구이가 나오며 갈비찜과 겉절이도 고객들이 즐겨하는 구성이다. 반상은 골동반상과 궁중온면으로 구성, 다과는 수삼 대추 튀김과 꿀, 신선한 과일, 떡 혹은 한과 그리고 전통차가 나와 11만원의 가격을 보인다. 어린이 메뉴도 눈길을 끄는데 전통죽과 물김치, 밀쌈과 냉채, 계절전유화, 궁중떡볶이, 갈비찜과 겉절이, 어린이 반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석파랑은 음식에 큰 변화를 주지 않지만, 추석이 지나면 기능보유자들이 만든 유기그릇을 사용한다던가, 한식에는 백자나 분청사기, 방자유기 등을 식기로 사용해 석파랑만의 특별한 변화를 가져다 준다. 또 각종 연회와 모임으로도 인기가 많아 매월 하루만 예약을 받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연회는 프라이빗 웨딩, 돌잔치, 부모님의 생신 잔치 등 가족 모임은 물론 중요한 비즈니스 모임까지 석파랑의 다양한 공간에서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과 궁중요리를 만끽할 수 있다. 

한식 조리사들, 위상 높여야 
김 대표는 외식업에는 문외한이었던지라, 사업 초기 외식 전문가 교육과정을 들으며 관련 지식을 쌓아왔다. 하지만, 제조업을 오랫동안 해온 그에게 외식업은 너무 다른 시장이었다. 장인정신과 같은 마음으로 석파랑을 하나씩 꾸며나갔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왔다. 김 대표는 “한정식은 주방에서 손질해야 할 식재료도 많고, 메뉴 가짓수도 많아 젊은 조리사들이 쉽게 일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한정식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고객들도 일식이나 양식은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당연하게 즐기지만, 우리 음식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라도 한식조리사 양성을 위해 특별한 혜택을 준다던가, 이들의 위상을 위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톤 힐의 경우도 10년을 운영해오며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정작 일할 인력이 없어 문을 닫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은 석파랑과 달리 현대적인 건축물로 멋스럽고 뷰가 남달라 고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석파랑 만큼은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시기에도 큰 어려움 없이 고객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석파랑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매료돼 미리 공부를 하고 온다든가, 이곳의 역사와 기와집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낸다고. 석파랑의 특별한 공간에 대한 메리트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서도 이곳의 존재를 굳게 각인시켜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앞으로 석파랑을 보다 생기 넘치고 활기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석파랑 속에서 또 다른 도약을 꿈꿔본다. 


PART 2

대중적인 한상차림 한정식


식생활 문화는 기후와 풍토, 문화 배경에 따라 형성되고 발전돼왔다. 한국은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해 지역별, 계절별 산물이 각각 특색을 가지고 다양하게 생산됐으며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다채로운 한식을 볼 수 있다.
글 김종훈 기자  사진 월간식당 DB






지역별 한정식전문점 12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한식. 특산물을 이용해 독특한 조리법으로 
지역 고유의 맛을 내거나 푸짐한 한상차림 선보이는 식당을 살펴보자.


〈서울·경기도〉

대문한정식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대문한정식은 엄선된 재료와 맛으로 푸근한 밥집이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한정식전문점이다. 수라정식, 효정식, 대문특정식이 인기가 많다. 계절죽, 물김치, 샐러드, 궁중잡채, 해파리냉채, 흑임자연근범벅 등이 정식에 포함돼 인기다. 특히 자연 해풍에 말린 보리굴식, 소갈비와 활전복을 더한 보양식 전복갈비찜도 즐길 수 있어 여러 식재료를 활용한 서울 지역의 특징을 보여준다.
A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 139-6   
T 02-956-0843

수담한정식 전국 각지에서 엄선한 제철 식재료를 산지 직거래로 들여와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신선로와 색색의 탕평채, 해파리 들어간 회무침, 두메부추 곁들인 보쌈, 생선 대구를 튀겨 소스에 버무린 대구탕수, 톳죽, 노루궁뎅이 버섯 들어간 갈비찜, 보리굴비 장인이 만든 법성포 해풍 보리굴비 등의 고급스러운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A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18, B1    
T 02-558-4900

넓은뜰밥상 ‘좋은 음식이 곧 약이다’라는 식약동원의 철학으로 매장을 운영한다. 손수 만든 효소 등 자연재료를 이용해 차려내는 ‘건강밥상’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더불어 돌솥밥에 보쌈과 코다리찜 등 9찬이 제공되는 넓은뜰밥상, 갈비찜과 고등어구이, 간장게장, 떡갈비 등 10찬이 제공되는 특급밥상 등 4가지 한정식 메뉴를 선보인다. 또 간장게장, 보리굴비, 코다리구이 등 정갈한 단품 요리도 맛볼 수 있다. 
A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화로 104
T 031-296-5292 


〈강원도·충청도〉

흔들바위 흔들바위 손정란 대표는 봉평 토박이로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한 한상차림을 제공한다. 강원도 햇빛을 머금은 산나물로 가득한 흔들바위산채정식은 15~20가지 반찬과 음식들이 차려지는데, 허약체질과 중풍을 치료하는 가시오가피에서부터 비타민이 풍부한 당귀, 노화 방지를 위한 명이나물, 혈당을 조절해 주는 참두릅, 참나물, 곰취, 취나물, 청양고추, 상추, 파, 치커리 등 자연의 영양분 가득한 건강 밥상을 만날 수 있다. 
A 강원 평창군 봉평면 태기로 1   
T 033-334-6788

뜰이 있는 집 간결하고 깔끔한 한식 상차림을 내주는 이곳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인 황기해물모듬장은 새우장, 전복장, 게장, 연어장, 소라장, 가리비장, 꼬막장 등을 커다란 놋그릇에 푸짐하게 차려냈다. 특히 각각의 장은 따로 만들어 해산물 본연의 맛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신선한 제천 지역 농산물과 산지 최고의 해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모든 양념장도 직접 만들고 있다.
A 충북 제천시 하소천길 176    
T 043-643-8585 

만년한정담 숙성 보리굴비와 석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만년한정담은 겉보리를 이용한 저온 숙성 방식의 보리굴비가 독특하다. 기존 숙성 방식에서 현대적으로 개선한 특별한 숙성 방법을 고안했다. 매장 한켠에 있는 숙성고에는 보리굴비가 가득한데 4~6일 동안 숙성 시간을 거쳐 최적의 맛을 낸다. 신선한 재료로 차린 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넉넉함이 느껴지며 전용 복숭아 고추장, 70년 된 씨간장으로 만든 유장 등은 요리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A 세종 금남면 발산1길 35   
T 044-866-6277


〈전라도〉

향토정

향토정은 순천 토박이 박인숙, 박혜숙 자매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지역만의 특징을 품은 향토음식과 제철 식재료 활용한 남도 요리를 선보인다. 특히 향토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찰기장밥, 감태, 꼬막무침을 함께 먹는 꼬막삼합이 유명하며, 순천만에서 잡은 낙지를 나무나 볏짚 대신 대파에 말은 낙지호롱도 별미다. 이곳은 음식을 통해 순천의 계절을 느낄 수 있어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는다.
A 전남 순천시 남신월4길 13-26 
T 061-751-9076

무안애꽃낙지한정식 대표 메뉴는 무안의 특산물인 낙지로 만든 수라상이다. 직화찜, 탕탕이, 파전, 물회 등으로 무안 낙지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낙지를 활용한 ‘낙지떡갈비’도 꼭 맛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다. 낙지로 고기의 느끼함을 잡은 것은 물론 쫄깃한 식감도 즐길 수 있다. 또한 매장이 서해안 고속도로 입구와 가깝고 주차장이 넓어 모임 장소로도 손꼽힌다.
A 전남 무안군 무안읍 영산로 3083
T 061-453-2288

명궁관 ‘2020 순천 미식대첩’ 순천한상 부문 대상을 받은 곳이다. 음식 외에도 100년 된 한옥 고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낙지탕탕이, 낙지호롱, 간재미, 가오리무침, 보리굴비, 떡갈비, 홍어삼합, 한우육사시미 등 전라도의 대표적인 음식은 물론 계절마다 순천 바다에서 나는 생선회, 순천 갯벌에서 잡은 칠게, 꼬막, 돌게 등으로 상차림을 구성한다. 특히 남편에게는 안 주고 샛서방에게만 몰래 줄 만큼 맛있어서 샛방고기라고도 불리는 군평선이(농어목 물고기)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A 전남 순천시 중앙2길 7
T 061-741-2020




〈경상도〉

고향차밭골 고향차밭골의 음식은 ‘양념과 향신료가 식재료 고유의 향과 맛을 막아버리면 안 된다’는 김순옥 대표의 철학에 따라 향이나 맛이 강하지 않다. 또 모든 식자재를 관리하는 번거로움에도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차밭골정식은 건강을 생각한 소박한 한상차림이 특징이다. 아롱사태 수육과 잡채, 머위·호박잎, 제철 쌈, 각종 나물을 비롯해 우엉조림, 고구마줄기볶음 등의 반찬과 고등어 조림, 시래기 된장국이 한상으로 나온다. 
A 경북 경산시 진량읍 공단1로 20 
T 053-981-5883




라오미 자연밥상 5가지 맛을 펼친다는 뜻의 라오미(羅五味) 자연밥상은 문경새재의 자연을 갈무리한 손맛과 정성을 담아 표현하는 곳이다. 문경향토음식연구소이기도 한 이곳에서 김정숙 대표는 각종 효소와 천연양념을 활용한 자신만의 음식 세계를 펼친다. 오미자, 민들레, 매실, 쇠비름 등 문경의 지역농산물로 발효한 효소를 사용해 맛은 물론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들을 선보인다. 
A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600  
T 054-572-5959

종정헌 보리굴비를 기본으로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종정헌은 단아한 상차림과 정성 가득한 음식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영광법성포 보리굴비정찬과 능이버섯불고기 정찬, 종정헌 정찬이다. 인기 메뉴로 꼽히는 보리굴비 정찬은 직접 손질한 굴비를 누룩 소금으로 간해 비린내를 제거했고, 오븐에 구워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녹찻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 한 점 올려 먹으면 녹차의 향긋함과 보리굴비의 짭조름한 맛이 ‘어울림의 매력’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A 경남 양산시 동면 석산3길 12   
T 055-366-3373


PART 3


한식이 그린 파인다이닝


한식 파인다이닝은 우아한 갤러리에 걸려있는 그림 몇 편을 떠올리게 한다. 오너셰프의 철학과 색상이 고스란히 담긴 식재료 향과 색, 메뉴 제공 순서, 그리고 플레이팅까지.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이기도 하면서 각 셰프들의 재해석을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 혹은 순간이다.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안재훈·업체 제공




실내 분위기와 상차림까지 ‘심플 깔끔한 클래식’  〈규반〉


상황에 따라 ‘클래식’은 뻔하거나 고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규반의 클래식은 조금 다르다. 옛것을 기반으로 했지만 심플하고 또 고급스럽다. 드라마 총괄 스태프 경력을 거치며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몸에 밴 김지영 오너셰프의 능력이 규반 전체에 녹아들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드라마 ‘대장금’의 총괄 스태프로 3년여 활동
규반은 궁중음식과 반가음식, 그리고 제철 식재료 활용한 계절 음식들을 선보인다. 옛 조리서와 의서에 나온 내용들을 기반으로 음식학, 인문학, 역사학 등 다양한 측면으로 풀어내고 재해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규반을 이끄는 김지영 오너셰프의 독특한 이력. 한때 수학자가 되기를 꿈꾸다가 가정학과에 가게 됐고, 각 장르의 조리사 자격증 취득과 함께 궁중요리를 배운 후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대장금’의 궁중음식 총괄 스태프로 3년여를 활동하게 됐고, 음식 중심의 드라마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 위해 한식의 역사와 시대적 고증을 면밀히 연구하며 공부하는 시간을 보낸다.      
올해로 25년여 경력의 김 셰프는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의 ‘약식동원’을 얘기하는데, 깊이 공부해 보니 실제로도 식재료를 말린 게 약재였다. 약의 재료와 식재료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20대 때부터 약재에 대해 더 많이 찾아보며 공부했고, 어설프게 아는 것들을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책을 찾아 읽으며 논문도 쓰고 있다.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의 재해석, 그 내용들을 규반의 스타일대로 꾸준히 일관성 있게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규반의 색깔과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식재료 미리 손질, 냉동 보관도 허용하지 않아
규반의 메뉴 구성은 크게 규반탕반, 규반반상, 그리고 오찬코스와 만찬코스로 나누어진다. 우선 규반탕반은 한우 양지와 소꼬리로 끓인 육수에 호박과 버섯 등의 나물과 함께 편육을 얹고, 여기에 등심과 홍두깨살로 빚어 구운 장산적까지 곁들여 먹는 장국밥. 한상차림 안에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고급스러움이 가득 담긴다. 여기에 제철 시그니처 메뉴와 반찬들이 추가되는 게 규반반상. 그리고 오찬코스와 만찬코스의 경우엔 24절기에 따른 제철 식재료들을 사용해 계절감 풍부한 테이블을 차려낸다. 특히 시그니처 메뉴들 중 눈여겨볼 몇 가지 메뉴는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한국 스타일 만두인 ‘편수 찐만두’, 석류 열매가 벌어진 모양을 본떠서 만든 만둣국 ‘석류탕’, 떡갈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섭산적’, 그리고 아욱과 건새우의 아욱토장국과 표고 무밥이 함께 나오는 가을 상차림 ‘3첩 진지상’ 등이 있다. 규반탕반과 규반반상은 각각 3만9000원, 6만9000원. 오찬코스의 경우엔 5코스가 8만9000원, 6코스가 13만원이며 만찬코스는 20만원이다.
이처럼 정성 가득한 규반 상차림의 모든 식재료는 당일 공급,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하며 재료를 미리 손질해놓는다거나 냉동 보관 또한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원칙은 음식의 본래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함이다. 또한 상차림은 절기마다 바뀌는데, 제철 특산품을 풍성하게 활용하거나 고서를 한 권씩 정해 옛 음식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김 셰프는 “최근엔 그릇이나 테이블 세팅도 다양하게, 모던하게 하는 분들이 많다. 그에 반해 내 경우엔 조금 더 올드한 스타일로 만들어 가는 편이다. 옛 조리서들을 더 찾아보고, 박물관의 청화백자 전시를 일부러 찾아가 본 후 영감을 받아온다. 주변에서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걸 왜 사용하지 않느냐. 테이블 세팅이 너무 올드하고 투박해 보인다’라고 얘기해 주는 이들도 가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대에 뒤처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 방향에서 오히려 규반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전엔 ‘옛 조리서에 나온 음식들을 먹어보지 않고 어떻게 재현할 수 있냐’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난 재해석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어느 시대 어떤 모양의 기록을 끄집어내서 만들어보고, 그걸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보람 있다”며 규반의 메뉴 구성과 스타일, 플레이팅 과정에서의 특징에 대해 전했다.

궁궐의 회랑과 정원을 모티브로 한 실내
또한 김 셰프는 “한식 파인다이닝은 계절에 맞는 최상의 재료 활용한 음식들을 선보이는 것이기에 사실상 대표 메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다른 어느 나라의 음식과 비교했을 때에도 원가 부분이 꽤 높은 편이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 한동안 젊은 셰프들이 한식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전통 한식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이 꽤 있다. 알게 모르게 열심히 하고 계시는 분들도 우리 주변에 많고. 창업으로 성공한 후에 다시 한식을 제대로 해보겠다며 돌아오는 젊은 셰프들도 있다. 때문에 이러한 각각의 작은 움직임들이 한식을 이어주며 만들어가고 있다 생각한다”며 최근의 한식 다이닝 흐름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규반의 매장 내부는 궁궐의 회랑과 정원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구성했으며 라운지와 긴 복도, 그리고 5개의 식사 공간으로 나눠진다. 전통 옻칠과 한지로 마감한 벽면, 라운지 곳곳에 배치된 예술가들의 작품도 ‘클래식하면서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규반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주변의 기업 임원 미팅 또는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 비율이 높은 편이다.



대중성으로 풀어낸 파인다이닝 〈규반 한식 앤 찬〉


규반을 좀 더 대중적인 버전으로 풀어낸 브랜드로, 청담동 SSG 마켓에 지난 6월 입점했다. 한식 파인다이닝을 푸드마켓에서, 그리고 수제로 포장한 규반 그대로의 반찬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까지 함께 마련했다. 한식 파인다이닝이 푸드마켓 버전으로 들어가려면 어떤 방식의 변화가 필요할까. 



정체성 만드는 을지로 본점, 대중성을 위한 청담동 매장
규반 한식 앤 찬은 지난 6월 1일 오픈했다. 규반의 상차림을 조금 더 대중적으로 풀어낸 매장. SSG의 요청으로 푸드마켓에 자리하게 됐다. 규반 을지로 본점의 역할이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센트럴 타워라고 한다면, 청담동 SSG푸드마켓 매장의 역할은 그 메뉴들을 조금 더 대중적으로 풀어내며 고객 반응을 살피는 안테나숍이라 할 수 있다. 김지영 오너셰프(이하 김셰프)는 평소 반찬, 도시락 등 각 파트별로 전문점을 오픈해 운영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SSG 측의 입점 요청으로 그 계획들을 한 공간에 압축시켜 구현하게 된 것.
김 셰프는 “규반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사실, 처음 입점할 때 SSG 측에서도 수많은 고민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런 메뉴들이 이 가격에 팔릴까, 잘 모르는 메뉴들을 고객들이 자주 찾을까’와 같은. 그런데 다행히도 고객들이 자주 찾아주셨던 거다. 개인적으로는 기업 회장이나 CEO 또는 내점고객들이 을지로 본점을 찾았다면, 그 가족들이 청담동 매장을 찾게 될 거라는 예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버전의 매장이기에 냉면과 비빔냉면, 국밥과 육개장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메뉴와 곁들임 메뉴 위주로 구성했다”며 규반 한식 앤 찬의 기획과 메뉴 구성 방향을 설명했다.

오픈 첫 달과 비교해 3배 이상 매출 올라
메뉴는 규반무교탕반, 규반탕반, 규반육개장, 규반물냉면, 규반 고종냉면 등의 식사류, 섭산적과 수육전, 양지편육수육 등의 곁들임류, 그리고 편수와 규아상 등의 만두류 등을 갖추고 있으며 식사류 1만5000원~2만8000원, 곁들임류 1만5000원~2만7000원, 만두류가 1만3000원~1만8000원의 가격대다. 오래 끓여낸 한우 양지육수를 전 메뉴에 고르게 활용하고 있고, 한우고기는 수육과 만두소에도 다양하게 사용해 식재료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메뉴 구성이라 할 수가 있다. 특히 냉면의 경우엔 메밀 100%로 만드는 데도 적절한 찰기의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순간의 강력한 압축을 통해 면을 뽑아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규반 한식 앤 찬 매장의 매출은 월평균 20% 정도씩 오르고 있는 상황. 뿐만 아니라 반찬 코너의 상품들은 직접 만들고 포장해 일정량만 판매하고 있는데, 오픈 첫 달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특히 김치나 보리새우와 같은 인기 상품은 오전 중에 다 팔려나간다고. 매장 내에 캄보디아산 후추와 소금을 판매용으로 디스플레이 해놓은 것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이다. 김 셰프는 향후, 식품 제조와 유통을 통해 조금씩 규반의 사업영역을 넓혀갈 구상이기도 하다. SSG푸드마켓은 오는 10월 말, 잠시 문을 닫고 리뉴얼을 준비할 예정.



계절, 테마에 따라 바뀌는 ‘맛과 향, 그리고 색’ 〈온지음〉


2개월에 한 번씩 테이블 위의 색과 향이 탈바꿈한다. 어떤 주제와 콘셉트를 정했느냐에 따라 식재료도 맛과 향도 매번 새롭게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옛 조리서를 기반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건 기본이자 필수 옵션. 마치 계절에 따라 테마와 주제가 바뀌는 갤러리에 방문하는 느낌도 든다. 이곳, 온지음의 얘기다.



의식주 각 부분에서 한국적인 새로움 만드는 곳
온지음은 일반적인 레스토랑의 운영 형태가 아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라 한국 문화의 여러 콘텐츠를 연구하고 분석해 그 안의 인사이트와 가치들을 음식에 담아내고 있는, 이른바 문화 콘텐츠 연구재단이라 할 수 있다. 온지음은 2013년, 화동문화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로 시작을 했다. 한성백제음식재현 전시, 아름지기 기획전 ‘맑은 술-안주하나’ 전시 등에도 참여했으며 음식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발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 및 상해 제네시스 하우스 레스토랑 컨설팅도 진행하는 등 음식과 문화를 연결한 콘텐츠 연구와 기획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게 여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재단이어서인지 경복궁역 인근, 온지음 사옥의 내부 구조도 독특하다. 총 4층의 건물 중 1층 ‘집공방’에선 한국 건축의 디테일한 아름다움과 현재 설계 중인 프로젝트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2층 ‘옷공방’에서는 한국 의복의 선과 면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3층엔 온지음의 기획실이기도 한 ‘생각공방’이, 그리고 4층엔 ‘맛공방’인 온지음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의식주 각 부분에서의 한국적 아름다움을 면밀히 관찰하며 분석하고 더 나아가 건축물과 옷, 음식을 통해 한국적인 새로움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곳, 바로 온지음이다.

9~10월 테마는 고려시대 개성음식의 재해석
맛공방 온지음 레스토랑은 궁중요리에 영향을 받은 양반가의 음식을 그 기반으로 삼고 있다. 옛 조리서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인 입맛에 맞게 한식을 재해석하고 있으며, 계절감 느껴지는 한국의 제철 식재료들을 활용해 월별 혹은 분기별 테마에 따라 매번 새로운 한식 코스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9~10월 테마는 고려 시대 음식.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지역 음식을 기반으로 해 재해석한 메뉴들을 정갈한 한상차림으로 낸다. 코스요리 가격은 점심과 저녁 모두 22만원.
요리 경력 20여 년의 박성배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고유성을 어떤 방식으로 잘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모든 셰프들이 단순히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레시피를 기반으로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싱킹 핸즈(Thinking Hands)’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서양의 경우엔 이미 준비돼있는 재료를 셰프가 조합해 만드는 형식인데 반해 온지음은 메뉴를 구상하고 기획한 사람이 식재료 준비와 요리, 플레이팅까지 모두 담당하게 된다. 1년이든 5년이든 경력은 중요하지 않고, 누구든 자신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요리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온지음의 음식들은 과거의 역사와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한식의 틀을 어떤 범주와 카테고리 안에 가두지는 않으려 한다. 옛것과 지금의 것을 잘 조화시켜 현재에 의미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온지음이 지향하고자 하는 음식이자 상차림이다”라며 온지음 메뉴 기획과 구성, 조리, 그리고 플레이팅의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젊은 층 고객들도 30% 내외의 증가세
한국의 아름다움을 음식에 담아내는 온지음의 방식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신선로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의 식재료들을 탕반의 또 다른 형태로 구현해낸다거나 채 썰어 올린 식재료를 통해 한복의 선과 결을 표현하는 등의 방식들이다. 7~8월엔 ‘토종’을 주제로 해 쌀과 돼지고기, 호박, 오이 등의 토종 식재료 보양식들을 선보였고 9~10월엔 고려시대 개성음식으로, 그리고 11~12월엔 ‘통영’을 주제로 다양한 스토리와 메뉴들을 준비할 예정이다. 각 계절에 맞는 제철 식재료를 선별해 각 절기의 향과 계절감이 테이블 위에 가득 담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옛 조리서에 기반한 전통주 또한 직접 담그고 발효시켜 요리와의 페어링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메뉴를 구성할 때다. 전통의 기반을 생각해야 하기에 옛 조리서들을 더 찾아봐야 하고, 그걸 기반으로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온지음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닌, 한국의 아름다움을 테이블 위에 펼쳐내 보이려 하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움이란 자연과 품격, 그리고 절제미인데 그 모든 것들을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그릇 안에 담아내고 있다”며 온지음 상차림의 방향과 지향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온지음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쉐린 가이드 선정, 그리고 올해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3위에 선정됐으며, 이러한 유명세 때문인지 젊은 층 고객들도 2~3년 전보다 30% 내외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궁중음식과 대중성, 그 경계 〈동화고옥〉


예술을 할 것인가, 경영을 할 것인가. 이렇게 2가지는 전혀 다른 길이다. 하지만 경영이 되지 못한다면 결국 예술 또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마련이다. 동화고옥은 궁중음식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면서도 테이블 곳곳에 대중성의 매력을 슬며시 놓아두고 있다. 




평범하지만 익숙한 우리 주변의 한식을 재해석 
2022년 론칭한 동화고옥은 궁중음식을 현대적으로 전승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한 브랜드다. 갈비와 골동면을 메인 아이템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캐주얼한 궁중음식’을 지향점으로 했으며, 최근엔 조선시대가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의 근대사 속에서 사람들이 꾸준히 즐겨 찾는 음식들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화고옥 외에도 한우전문점 한암동, 냉동 삼겹살 전문점 셋째집을 담당하고 있는 강래진 총괄 셰프(이하 강 셰프)는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궁중음식의 현대적 전승’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음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중적이어야만 한다. 때문에 현재 인기 있는 각 지역 코스 요리, 콩나물국밥, 꽃게살밥, 기사식당 등 종류를 가리지 않으며 맛집 벤치마킹을 다니고 있다. 우리 주변의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에서 새로움을 찾아 조합하고, 더 나아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것, 그게 진짜 능력이지 않을까. 지금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평범하지만 익숙한 한식들을 재해석함으로써 고객들이 매일 가고 싶어 하는 파인다이닝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동화고옥 메뉴기획과 구성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동화고옥은 F&B 기업 (주)오픈의 브랜드 중 하나. 오픈은 드레스덴 그린, 암소서울, 모도우, 도쿄등심, 서울로인, 어로선 목로집 등 총 20여 개 브랜드, 4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외식업 외에도 공유 오피스와 법률서비스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코스요리의 구성과 가격대를 다양하게
메뉴 구성은 단품, 점심 메뉴인 오찬 코스, 그리고 저녁 메뉴인 만찬 코스로 구분된다. 한우 육회와 언양식 한우 불고기, 양념갈비 등 전체적으로 한우를 활용한 메뉴들이 메뉴의 중심을 구성하고 있고 그 외에 땅콩 호박죽, 목석초화, 궁중어채 등 궁중음식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고자 하는 음식들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특히 홍어삼합과 대구살 타르트, 메밀전병, 트러플 갈비 샌드 등의 한입 먹을거리로 꾸며진 ‘목석초화’, 생선 살과 채소를 살짝 데쳐낸 ‘궁중어채’는 궁중음식을 한층 더 트렌디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땅콩 호박죽, 목석초화, 언양식 한우 불고기, 제철국, 메밀 골동면, 아롱사태 육전, 양념갈비 등이 코스별로 다양하게 추가돼 제공되며 점심 메뉴인 오찬코스는 분량에 따라 2만5000원~8만9000원, 저녁 메뉴인 만찬코스는 8만9000원~11만9000원으로 고객 취향과 상황에 따라 가격과 구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셰프는 “계절에 따라 죽과 제철국에 변화를 주고 있다. 8월엔 냉잣죽, 9월엔 호박죽을 제공하는 등 테이블 위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항아리 모양의 경우, 각 지역마다 다른 형태를 띠는데 순두부찌개를 낼 때엔 수도권 항아리 모양에만 제공함으로써 나름의 스토리텔링 효과까지 담아내려 하고 있다. 익숙함 속에서도 곳곳에 숨겨진 색다르고 재미있는 변화들을 고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한다”며 동화고옥의 메뉴, 플레이팅의 특징들을 전했다.
동화고옥 광교점의 냉면은 메밀 40~50%의 면을 사용하고 있으며, 식재료 원가를 25~27%로 조절해 맞추고 있다는 것 또한 대단한 포인트. 본사의 여러 브랜드들과 함께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가능한 강점 중 하나다.

오래 안정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건 클래식
오픈에서 6년 경력을 가지고 있고, 현재 동화고옥 광교점을 맡고 있기도 한 이희찬 셰프는 “화려해 보이는 음식의 인기는 잠시뿐이다. 튀지 않지만, 오래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건 결국 클래식이 아닐까. 동화고옥은 평범하지만 매력 있는, 누구나 자주 찾고 싶은 파인다이닝을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동화고옥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메뉴 하나하나를 설명해 드리고 있는데, 이러한 포인트에 감동받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궁중음식과 대중성의 경계를 오가며 한식의 매력을 꾸준히 오래 알려 나가고 싶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 그리고 동화고옥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바람을 전했다.
현재 동화고옥은 직영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이곳의 월 매출은 8000만원 내외, 그리고 잠실 직영점은 2억5000만원 내외의 월평균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3년 10월호를 참고하세요. 

 
2023-10-05 오전 11:23:3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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