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귀임·김종훈 기자  사진 이경섭

최근 고객들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에 경험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외식 브랜드에 대한 관심 또한 두드러진다.

외식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출이나 여행에 자유롭지 못했던 고객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이국적인 콘셉트를 선보이기도 하고, 특별한 콘텐츠와 차별화로 가득 채운 공간을 기획하기도 한다. 또 브랜드만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내 고객과 또 다른 교류를 나눈다. 

이러한 고객 경험은 수익성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온라인 시장에 대항할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전략이다.

고객 경험은 마케팅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구매 여정의 모든 지점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뜻한다. 고객이 브랜드와 맺는 모든 상호작용의 총합이기도 하다. 이미 다른 산업 전반에서도 최고의 차별화 요소이자 중요한 성공 전략으로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선택하고 있다. 고객 경험이 만족스러울 때 브랜드의 선호도도 상승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플, 스타벅스는 고객 경험을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 감동의 경험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선택, 재구매는 물론 충성도까지 확보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개념을 도입, 공간을 통한 고객 경험을 중시한다. 스타벅스 일본 오모테산도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10선에 꼽힐 정도로 매장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외식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고객 경험 극대화 방안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한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내세우는 TDTD 장지호 대표는 “외식업계가 맛과 서비스 면에서는 상향평준화됐다. 고객 경험으로 차별화 해야 한다”고 밝혔고,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는 “현재 외식업계는 음식 그 이상의 오감만족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음식을 넘어서 고객 경험에 방점을 찍는 외식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식 브랜드는 다양한 형태의 고객 경험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이글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유럽을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소품과 빼어난 공간 구성으로 입장부터 퇴장까지 오롯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직접 만드는 베이글로 인해 고소한 버터향이 매장을 가득 채운 것도 고객 경험 요소 중 하나다. 이에 첫 매장인 안국점은 오픈런이 필수였고, 그 일대가 ‘런던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서울 3개, 제주 1개 매장을 운영하며 전국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외에 베트남 음식전문점 효뜨, 일본식 장어덮밥을 선보이는 해목, 태국 현지인이 요리하는 까폼, 미국 샌프란시스코 감성을 담은 쌤쌤쌤 등 해외 분위기를 극사실적으로 구현해낸 외식 브랜드에도 여전히 고객의 관심이 뜨겁다. 또한 전시나 체험까지 어우러진 특별관 형태를 외식업으로 풀어낸 곳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해녀의 삶이 녹아있는 공연과 함께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해녀의 부엌 역시 독보적인 고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고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대부분의 외식 브랜드가 경험에 집중하는 추세다.

글 박귀임 기자  사진 이경섭

공장 부지 개조해 수심 1m 호수 구현    

살라댕템플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빌딩과 공장 사이를 지나 살라댕템플의 입구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푸른 호수 위에 띄운 갯배와 우거진 열대식물이 수중마을을 연상케 한다. 

호수 건너편의 살라댕템플까지는 갯배를 탑승해야 한다. 갯배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용할 수 있고, 편도 약 1분 30초 동안 자동 운행 장치로 움직인다. 고객들은 이를 경험하기 위해 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주말의 경우 오픈 2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부는 거대한 불상과 각종 열대식물 등을 조화롭게 꾸며 비밀의 신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신비로운 휴양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테이블을 배치한 것도 전략적이다. 이러한 오감의 특별한 경험은 다시 미각의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갯배는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공장이었던 부지를 개조해 땅을 파고 수심 약 1m의 호수를 만들었고, 수중마을 속 신비한 신전 콘셉트의 살라댕템플을 완성한 것. 이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만큼 고객의 호응도 상당하다. 유 대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글로우서울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면서 “살라댕템플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미각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갯배를 타는 순간부터 살라댕템플이 시작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공간을 경험하며 만족감도 클 수밖에 없다. 그 경험을 통해 고객이 온전히 살라댕템플에 빠져들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오픈한 살라댕템플은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를 공간과 음식으로 풀어내는 글로우서울 살라댕 시리즈 중 하나다. 이에 살라댕템플 이용진 메인셰프는 전공인 프렌치요리에 동남아 스타일을 접목, 익숙한 듯 색다른 메뉴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인 살라댕템플 3단 트레이는 향긋한 코코넛가루를 활용한 굴튀김부터 구운 수박을 곁들인 부라타치즈샐러드, 그리고 남다른 식감의 치폴레소스 마카롱까지 알차게 구성돼 있다. 뛰어난 플레이팅은 물론 와인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를 함께 주문하는 고객이 많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팟타이에 살라댕템플 스타일의 코코넛치킨을 더한 템플 코코넛 치킨 팟타이도 인기다. 이외에 이베리코포크스테이크, 푸팟퐁커리, 바질포크라이스, 라구파스타, 초리조빠에야 등이 있다.

살라댕템플은 글로우서울에서 운영하는 카페 레인리포트 크루아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살라댕템플과 레인리포트 크루아상은 호수를 중심으로 기역(ㄱ) 자 형태로 설계돼 있다. 이에 살라댕템플을 오갈 때 레인리포트 크루아상의 외관을 감싸며 쏟아지는 물줄기를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고, 레인리포트 크루아상 내부에서는 호수 위를 오가는 갯배를 볼 수 있어 한층 더 흥미롭다. 

레인리포트 크루아상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레인리포트 경리단을 잇는 두 번째 매장이다. 호우주의보를 뜻하는 레인리포트가 상호명인 만큼 비오는 날처럼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줄기, 그리고 선샤인(Sunshine, 햇빛)·클라우드(Cloud, 구름) 등 날씨에 따라 구분 및 선택할 수 있는 커피류가 공통적이며 디저트 메뉴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레인리포트 크루아상은 비의 파동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 인테리어를 곡선으로 꾸몄다. 또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조경과 비 내리는 날의 감성 영상이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1층의 모든 좌석은 통창을 바라보도록 설계,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날씨 영감 받은 7가지 시그니처 디저트  

레인리포트는 비오는 날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다. 이에 다양하고 전문적인 원두로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레인리포트 크루아상은 자연과 날씨에 영감을 받아 풀어낸 7가지의 시그니처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다. 레인드랍 엑스트라 버터, 레인보우 밀크, 선셋 블러드 오렌지, 다크 클라우드 트러플, 스톰 스모크 페퍼, 포레스트 바질, 화이트 클라우드 카이막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무지개 빛깔의 레인보우 밀크는 진한 우유크림을 가득 채워 부드럽게 즐길 수 있고, 화이트 클라우드 카이막은 구름을 떠올리며 만들어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유 대표는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고민하다가 크루아상을 선택한 것”이라며 “최상의 버터를 듬뿍 넣어 반죽하기 때문에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 김종훈 기자  사진 이경섭

일본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키보(きぼう)는 혼자 또는 지인,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술 한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의자가 없어 서서 마셔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러한 공간을 일본에서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그러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음주 문화의 경험을 하게 한다. 

TTT 남준영 대표가 키보를 처음 기획했을 때엔 매출에 초점을 두기보다 노동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공간에 집중했다. 고된 노동 뒤에 마신 술 한잔이 모든 노동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TTT만이 보여줄 수 있는 외식 문화를 선보이기로 했다. 남 대표는 일본의 카쿠우치와 타치노미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고, 브랜딩 측면에서는 후쿠오카현과 기타큐슈시의 공장 노동자들이 일과를 마치고 서서 가볍게 술 한잔 즐기는 문화를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남 대표는 일본 골목의 여유, 퇴근 후의 쾌활한 북적거림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해 일본 스타일의 간단한 메뉴부터 하이볼, 사케, 맥주, 위스키 등의 여러 주류, 그리고 직접 촬영한 일본 여행 사진과 잡지들을 매장 곳곳에 배치했다. 모든 소품은 이국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췄고, 일본 구인광고 포스터는 키보의 콘셉트에 맞게 제작했다. 이외에 일본 공장 노동자 캐릭터, 일본 타일, 일본 스위치, 일본 방송이 나오는 TV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이블 테두리 마감이나 젓가락의 길이와 색상까지도 꼼꼼하게 선택했다. 또한 일본 현지 변기를 직접 공수해와 화장실에서도 현지를 떠올릴 수 있게 했다.

키보는 스탠딩바이기에 서서 먹을 때 불편함 없는 스몰디시로 메뉴를 기획했다. 저녁시간 회식 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리들이 다수다. 이러한 키보의 콘셉트, 인테리어, 메뉴 등 각각의 섬세한 요소들이 모여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었다. 서서 먹는 불편함에도 고객들은 이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키보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키보는 단일매장 기준, 아사히 생맥주 판매량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 대표는 키보를 시리즈로 만들어 색다른 식문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키보2는 키보의 2번째 매장으로 일본 ‘재즈 킷사(Jazz Kissa)’의 문화를 입혀 새롭게 선보인다. 재즈 킷사란 1950~60년대에 재즈 애호가들이 가벼운 음식과 함께 재즈를 들었던 문화다. 앞으로 메론소다, 파르페, 샌드위치 등 메뉴 라인업까지 보강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전달할 예정이다.

글 박귀임 기자  사진 이경섭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메일룸은 외관부터 독특하다. 영문 편지를 빼곡하게 붙여 스프레이를 개성 있게 뿌린 데다가 전화와 인터넷 등이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에 중요한 통신수단으로 활용했던 비둘기를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1층은 커피 만드는 공간과 스탠딩 테이블이 구분돼 있다. 커피 만드는 공간 뒤편으로는 우편함이 가득해 더욱 협소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메일룸의 일부에 불과하다. 오른쪽 우편함을 밀면 좌석이 마련된 2~3층으로 갈 수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1층은 스탠딩 에스프레소바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스피크이지바 형태를 도입한 것. 이에 1층부터 흥미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이 직접 메뉴 주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도 메일룸의 특징이다. 직원에게 주문서 전달 후 진동벨과 함께 우편함 열쇠를 받은 고객은 메뉴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린다. 진동벨이 울리면 해당 번호가 적힌 우편함을 열쇠로 열고 주문한 메뉴를 가져갈 수 있다. 이 과정은 평소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만큼 다소 번거롭더라도 고객들에게 재미를 전달하는 포인트다. 또한 에스프레소바답게 1층은 서서 마실 수 있도록 스탠딩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 이는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한 것. 착석할 수 있는 2~3층은 유럽 감성을 녹여낸 앤티크 가구 및 소품으로 꾸며 더욱 이국적이다. 

메일룸에서는 우편 서비스를 통해 아날로그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객이 직접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을 2층에 마련해뒀는데, 유럽 감성을 담아 멋스러울 뿐만 아니라 고전 영화에서나 볼법한 왁스 씰링으로 봉투를 붙일 수 있는 것 또한 흥미 요소다. 특히 디자인 엽서와 봉투, 우표 등을 5500원에 구입하면 실제 우편으로 보낼 수 있다. 1월부터 12월 중 희망하는 달을 선택해 편지를 넣어두면 매달 1일마다 발송한다. 메일룸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이 수기로 주문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TDTD 장지호 대표는 “고객이 설렘을 가지고 매장에 방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브랜드다. 요즘은 손편지를 거의 쓰지 않지만 예전에 편지를 기다릴 때의 설렘이 크다고 생각해 우체통, 우편함, 우체부 등의 요소를 녹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호명부터 편지, 우편 등을 떠올리게 하는 메일룸은 해외의 어느 옛날 우체국 콘셉트로 공간을 채웠다. 장 대표는 “오래된 가구가 아닌 새 것을 낡아보이도록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앤티크 스타일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마감 처리에도 세밀하게 신경썼다”고 말했다.  

TDTD는 장프리고, 주신당 등을 운영하는 만큼 주류에 특화되어 있다. 메일룸에서도 이를 활용, 에스프레소와 칵테일을 접목한 메뉴가 돋보인다. 대표 메뉴인 블루베리 버본은 버본 위스키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블루베리 소르베를 조합했다. 또한 부드러운 크림이 일품인 콘파냐와 올리브오일에 후추를 더한 아포카토 역시 인기 있다.  

무엇보다 츄러스는 고객들이 즐겨 찾는 메뉴로 꼽힌다. 직접 반죽하고 주문 즉시 조리하기 때문에 그 맛도 좋다. 일반적인 츄러스와 스페인 남부식인 포라스 중에 선택 가능하고, 다크쵸코·블루베리·말차 등 4종의 디핑소스가 있다.     

츄러스 전용 푸드트럭에서 만들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주문 제작한 버스를 개조, 서양 우체부가 잠시 휴식시간에 츄러스 먹는 콘셉트로 녹여낸 부분 역시 흥미롭다. 메뉴로도 고객 경험을 전달하고 싶은 장 대표의 의도가 잘 녹아든 셈이다. 

뿐만 아니라 메일룸 구독권은 우표 모양으로, 이를 주문서에 붙여 계산하면 된다. 작은 요소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기 때문에 고객 경험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고 재방문으로도 이어진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3년 10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