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

맑은 국물의 곰탕, 칼칼하게 매운 국밥, 슴슴한 매력의 냉면, 곁들임 만두, 그리고 술안주로 함께 먹기 좋은 흑돼지 수육과 한우 수육까지. 고객들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선택할 만한 메뉴들을 하나씩 고르게 갖추고 있다. 천천히 메뉴명을 살펴보면 ‘한우, 흑돼지, 곰탕, 평양냉면’ 등의 키워드들이 늘어서 있어 ‘제대로 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정통파 식당’이라는 이미지까지 강하게 풍긴다.

이 식당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 중 하나는 메뉴 조리의 효율성을 꾀했다는 것. 매일 아침, 한우 양지 45%와 흑돼지 55%의 비율로 섞어 3시간 이상 육수를 끓여 내는데 이 육수는 곰탕과 국밥, 냉면에 모두 사용한다. 육수를 끓일 때 사용한 고기는 술안주 메뉴인 수육에도 활용할 수 있어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한층 더 극대화하게 만든다. 즉, 육수 하나로 대부분의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약방식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프랜차이즈를 구상했기에 이러한 메뉴 구성과 기획이 현장에 반영됐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는지’는 곧 식당의 브랜딩이기 때문에 식재료 선택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우선,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주방의 제면기. 60㎡(18평) 작은 매장에서 자가제면을 한다. 메밀가루 80%에 전분을 섞어 면을 뽑아내는데, 속 메밀가루만 사용해서인지 면이 하얗고 메밀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식감을 지니고 있다. 여러 번 기름을 걷어내 맑은 육수와 함께 들이켜면 평양냉면의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소고기는 한우, 그리고 돼지고기는 ‘난축맛돈’을 사용한다. 난축맛돈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돼지의 품종명으로 저지방 부위의 지방함량도 높아 다양한 부위를 구이용으로 쓸 수 있다. 제주 흑돼지 유전자, 그리고 외국 품종인 랜드레이스를 교배한 개량 품종. 이처럼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블렌딩해 육수를 뽑아냄으로써 소고기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 돼지고기의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을 한데 잘 어우러지게 해 훨씬 더 풍부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오미자와 오징어 먹물을 섞어 OEM으로 제조한 흑돼지만두는 고객들이 이 식당을 더 뚜렷하게 기억하게 하는 ‘시그니처 곁들임 메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약방식을 기획한 최정락 대표는 “숙성육전문점 신사약방에서 식사류로 평양냉면을 준비했었는데 고객들 반응이 꽤 좋았다. 그래서 곰탕과 냉면, 해장국 등의 메뉴 구성으로 밥집을 만들어보려고 기획한 것이다. 처음엔 육수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고객들이 면 또한 평양냉면의 퀄리티를 원했기에 직접 면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전체 메뉴 중에서는 돼지곰탕과 한우장국밥의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며 돼지곰탕에는 흑돼지 고명, 한우장국밥엔 육개장 베이스에 소고기 양지를 올린다. 여름철엔 냉면 판매 비율이 높았고 가을과 겨울을 대비해서는 전골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며 약방식의 메뉴 구성 의도와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약방식을 운영 중인 최정우 대표는 “매일 아침 끓이는 육수의 양은 50~60ℓ 정도다. 여러 번 기름을 걷어내는 게 번거로운 일일 수 있지만, 그게 바로 약방식의 음식을 대표하는 맛과 향, 그리고 정성이라 할 수 있다. 고기와 육수는 사용할 만큼만 만들어 당일 소진하고 있고 거짓 없는 육수를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며 음식을 조리하고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준비가 바로 약방식의 핵심이자 강점임을 강조했다.

최근,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와 흑돼지, 메밀 등 좋은 식재료만 사용하고 있는데 식재료 원가 비율은 35% 선으로 맞추고 있다.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5% 내외의 원가 비율을 맞추고 있다는 것 또한 약방식의 강점이라 할 수 있겠다. 식사 중심의 매장이기에 객단가는 그리 높지 않다. 때문에 가을과 겨울, 전골류가 준비된다면 주류 매출 비중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귿(ㄷ) 자 바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오픈 주방에서의 메뉴 제공, 고객 응대를 좀 더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 ‘좀 더 넓은 규모의 주방과 매장에서 자가제면해 음식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곰탕과 평양냉면, 그리고 백김치와 섞박지 등 단정한 반찬의 한상차림을 강남 한복판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고객들이 약방식을 찾는 이유이자 매력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