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

양념육은 크게 한국식과 일본식으로 나눠진다. 간장으로 기본양념을 하는 건 둘 다 똑같지만 한국은 오래 재워두는 방식, 그리고 일본은 즉석에서 양념을 발라 굽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양념 방식에 차이를 보였던 이유는 원육 퀄리티의 차이 때문. 좋은 원육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엔 양념에 오래 재워둬야만 냄새뿐만 아니라 원육 차이까지 쉽게 가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국내에서도 언젠가부터 일본식 즉석 양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니, 이제는 굳이 한국식과 일본식으로 구분하지 않고 ‘재워두는 방식 & 즉석에서 바르거나 뿌리는 방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곳 연성갈비는 ‘즉석 양념’, ‘숯불 직화구이’를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황제소갈비 즉석 양념’, ‘야키니쿠 삼겹살’이 이러한 키워드를 잘 구현해 내고 있는 메뉴들인데, 즉석 양념은 두 메뉴에 모두 사용하고 있으며 즉석 양념을 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각각의 다른 식감과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일본 대형 야키니쿠 전문점에서 20년 넘게 총괄실장을 맡았던 박수재 총괄셰프가 양념 베이스 맛을 잡았다고 한다.

박 셰프는 “즉석 양념은 너무 짜거나 달지 않게, 은은한 맛을 낸다. 또한 양념 색이 옅은 편이어서 원육 본연의 맛과 색을 잘 살려준다. 마늘이 고기 맛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과하지 않은 맛과 향의 밸런스가 계속 먹게 만드는 중독성까지 불러일으킨다”며 연성갈비 즉석 양념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즉석 양념은 정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육이나 수입육, 삼겹살 등의 퀄리티를 얼마든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때문에 원육의 로스율을 줄인다거나 구이 메뉴에 부가가치와 가격을 동시에 더해야 할 때 효과적이다. 연성갈비의 두 메뉴가 그 효율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석 양념육 외에도 눈여겨볼 포인트들이 많다. 우선, 잔여육을 활용한 한우칼칼조림. 뚝배기에 담긴 찜갈비 스타일인데, 큼지막한 무와 고기가 가득 들어있어 고객 선호도가 높다. 잔여육을 활용하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원재료 값이 없고, 원육의 로스율 줄이는 동시에 매출 높이는 역할까지 한다. 칼칼한 양념으로 자박하게 끓여 낸 메뉴이기에 수입 삼겹살을 활용하거나 점심 메뉴로 내도 좋다. 여러모로 활용도 높은 메뉴.  

이 외에 고시히카리보다 2배 가까이 쌀알이 크고 찰진 식감을 지닌, 일반 쌀보다 3~5배 비싼 품종 ‘용의 눈동자’로 밥을 지어낸다거나 고객 취향 대로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게 표고 와사비, 마놀라유, 소금 등의 소스를 제공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많은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

연성갈비 최승철 총괄실장은 “용의 눈동자는 희소가치 있는 쌀로 유명하다. 쌀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영양소를 그대로 품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7년 연속 대상을 휩쓰는 등 일본 최고의 프리미엄 쌀로 인정받은 바 있다. 선물용으로만 판매되는 이 품종으로 밥을 지어내는 건 즉석 양념육과 곁들이기에 최상의 조합이라는 생각에서다. 쫀득하면서도 고슬고슬한 밥과 은은한 즉석 양념육은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궁합 아닐까”라며 최고급 품종의 쌀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은은하게 톡 쏘는 와사비와 표고의 씹히는 맛이 매력인 표고 와사비, 튀긴 마늘과 고추기름이 섞인 마놀라유 등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도 이곳만의 독특한 포인트. 소스만으로도 밥을 비벼 먹고 싶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반찬으로 나오는 톳과 고추장아찌, 다양한 소스를 담아 먹을 수 있는 작은 식판 모양의 1인용 앞접시도 이곳만의 차별성을 느껴지게 한다. 또한 주류는 소주와 맥주 외에 벨기에의 유명 맥주 듀체스 드 부르고뉴, 그리고 5000~9000원 대의 하이볼을 갖춰두고 있다.

고기를 굽는 로스터는 하향식. 고객들이 대화 도중 혹은 매장 내부를 둘러볼 때 시선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매장 내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테이블엔 테이블 오더를 설치했으며, 인테리어에만 1억5000만원 내외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지난 9월 오픈한 이곳은 무권리, 임대료 200만원의 132㎡(40평) 규모 매장. 400~600만원의 최고 일매출을 올릴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테이블 곳곳에 녹아든 ‘한국식 즉석 양념육’의 오랜 노하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공부할 수 있는 고깃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