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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위축·무리한 확장 경영’ 맞물린 결과 파인 다이닝 외식기업 ‘오픈’은 왜  <통권 465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12-05 오전 03:41:43

‘소비위축·무리한 확장 경영’ 맞물린 결과

파인 다이닝 외식기업 ‘오픈’은 왜



“외식업계가 뭐, 언제는 힘든 적 없었나?”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금리를 비롯한 모든 원자재 물가가 치솟으면서 개인과 기업, 국가의 대출 이자와 고정비 부담이 몇 배로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 또한 지갑을 닫게 되면서 매출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 경제 위기와 기업 파산 사태가 언제 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다. 이때, 파인 다이닝 외식기업 오픈의 좋지 않은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월간식당 DB




전 세계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 위기인 시기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분위기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고금리와 경제 부진 등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부도 기업 숫자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 도산 건수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자회사와 보유 주식, 부동산 등을 하나하나 매각하는 동시에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 한때 수백,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지원받으며 화려했던 스타트업 중에서도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파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처럼 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와 인건비, 임대료, 대출 이자 등의 비용이 모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 또한 지출을 줄이고 있어서다.

폐업률 급증, 희망퇴직 등 외식업계에 닥친 충격
그렇다면 국내 외식업계는 어떨까. 폐업하는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노란 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가 지난해 대비 30% 늘어 총 7만8065건이다.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올해 말까지 총 1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2년엔 수산물 배송 서비스 ‘오늘회’가 협력사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며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고 올해 초엔 공유주방 ‘나누다키친’이, 그리고 지난 7월엔 샐러드 배송 서비스 ‘프레시코드’가 차례대로 파산했다. 뿐만 아니라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라그릴리아 등의 브랜드를 보유 중인 SPC그룹은 최근 14개 계열사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 부담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식당들도 예외는 아니다. 고급 식재료와 서비스를 내세우던 파인 다이닝과 오마카세 전문점들의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맛집앱 ‘식신’에 따르면 2023년 5~9월 중 폐업한 오마카세 식당만 20여 곳에 달한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인건비 부담은 기업과 식당 경영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2021년부터 서서히 시작된 부도와 파산의 흔적은 하나하나 곳곳에서 누적, 연결되어 2024년엔 더 큰 경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때문에 소비와 지출, 투자를 줄이고 더더욱 안정 지향적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인 다이닝 외식기업 오픈은 왜 
지난 10월엔 ‘도쿄등심’ ‘일판’ 등 20여 개 브랜드, 4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파인 다이닝 외식기업 ‘오픈’과 관련된 자산 잠식 소문도 암암리에 전해졌다. 2017년 설립된 이래 파인 다이닝의 대중화, 그리고 해외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던 700명 규모의 젊은 외식기업이 파산 위기에 몰려있다는 소식에 충격은 더더욱 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식 다이닝 ‘애리아’와 프렌치 파인 다이닝 ‘명보당’은 10월부터 휴업에 들어갔고, 11월엔 광화문의 ‘암소서울’이 폐업했다. 이렇게 매장은 하나둘 폐점하는 동시에 700여 명의 직원 중 대부분은 급여와 퇴직금, 4대 보험을 몇 개월씩 밀린 채 퇴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오픈이 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뭘까. 결정적인 이유는 무리한 확장과 안일한 기업 경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자금 흐름이 풍부했던 코로나19 전후엔 파인 다이닝의 인기가 어느 정도 유지됐었지만, 코로나19가 마무리된 후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실제로 외식업계에서는 “코로나19 때보다 몇 배 더 힘들다”라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고가의 파인 다이닝 운영이 잘 될 리 없다. 즉, 현금 흐름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회사 자금이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은 청담동 사옥을 짓는데 비용을 쏟아부었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무리한 확장 경영까지 맞물려 결국 오픈이 무너지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매출 성장과 비례해 늘어난 지출 비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결산보고 중 손익계산서를 살펴봐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주)오픈의 2021~2022년 기간 매출은 각각 304억원, 495억원으로 60% 매출 상승률을 보인다. 하지만 매출 대비 총이익률을 살펴보면 2021년이 27억원(8.9%), 2022년이 39억원(7.9%)으로 매출 상승폭에 비해 이익률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영업비용을 비롯한 판매관리비는 26억8000만원에서 43억8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즉, 매출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모든 부분에서의 지출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2021년의 자본총계는 9억1000만원, 부채를 포함한 자본총계는 103억원이다. 반면 2022년의 자본총계는 2억6000만원이고 부채를 포함한 자본총계는 160억원. 즉, 2021~2022년은 자본이 줄어들면서 부채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픈의 전 매장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몇 건의 투자가 추가로 유치됐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는, 외부 환경 리스크와 내적 문제가 맞물리며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그리고 그게 크게 터지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어 버린 것이다.

성장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오픈이 무너지게 된 근본적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시스템과 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 경영, 그리고 원활하지 못했던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오픈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오픈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하면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내부 직원을 승진시키는 인사 제도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부서별·직급별로도 서로 불신을 가진 채 안정적 체계를 갖출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요직엔 외부 지인들로만 자리를 채워 상하 직급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지 않았다. 즉, 대표를 비롯한 임원급이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했던 거다. 매출 데이터만 중요하게 보고 ‘성장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 밖에 기업 체계와 커뮤니케이션 등의 문제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오픈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즉, 오너를 비롯한 임원급 구성원이 그들 스스로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택하려 했던 것. 재무와 총무는 물론 인사권까지 모두 그렇게 흘러가는 시스템 하에서 외부 환경의 위기를 정확히 볼 수 없었고 이에 대한 대응 또한 제대로 마련될 수 없었던 셈이다.
오픈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처럼 제대로 된 IR 또는 기업 소개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부 직원이나 지인을 통해 매장 투자를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100% 외부 투자라고 볼 수 없는 사례들이었다. 지인들 위주의 투자, 그리고 파인 다이닝의 유행으로 자금 흐름이 이어지다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며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매출 성장 데이터만을 중요시했고, 충분히 자금 여력 있는 상황에서 식재료 협력업체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 쌓이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협력업체와의 신뢰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때, 한정식이나 파인다이닝이 적합한 외식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가지게 됐다”라고 얘기했다.

스마트하고 실속있게, 조직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
현재 700여 명의 오픈 직원들 중 대부분은 급여를 비롯한 4대 보험까지 수개월째 밀린 상황이며, 7월 말부터 줄줄이 퇴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자재 협력업체들의 대금 지급도 오랜 기간 밀려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본금 2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20여 곳의 알짜배기 점포들만 인수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접했다. 이제 오픈의 많은 구성원들은 급여 지급에 대한 약속을 믿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도망가지 말고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젊은 시절의 열정을 쏟아부었던 회사가 이제는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는 게 너무 싫다”라며 오픈 구성원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좌절감에 대해 토로했다.
‘화려함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어둠의 색 또한 깊다’는 말이 있다. 한때 시장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직원 복지에도 많은 신경을 쓰며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수많은 스타트업이 추풍낙엽처럼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이제 IT 스타트 업뿐만 아니라 외식기업들에도 오버랩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은 2024년을 ‘최악의 경제충격이 다가올 시기’로 꼽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쓸데없이 새어나가는 돈은 없는지’, ‘작은 수익이라도 꾸준히 벌어들일 채널은 또 뭐가 있는지’ 등 기업의 경영상태를 다시금 점검하며 슬림하게, 그리고 스마트하게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산에 가까운 오픈의 여러 문제들 또한 조속히 해결되어 700여 명 직원들의 급여가 올해 안에 별 문제없이 지급되기를 바란다.


 
2023-12-05 오전 03:41:4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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