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Check Trip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이 특별한 이유
최적의 자연환경·고품질·지속 가능성
차갑고 청정한 바다의 풍미를 가득 품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이 제철을 맞았다. 달콤하고 진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전 세계 소비자들과 고급 레스토랑 셰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식재료 중 하나다. 한국 시장에서도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한국 수출량은 200t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팩트 체크 트립’을 통해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어획부터 한국으로 수출되기까지의 여정을 직접 경험하고 노르웨이 수산물의 프리미엄한 선별 과정과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을 살펴봤다.
글 이동은 기자 사진 이동은·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차갑고 청정한 바다와 최적의 자연환경
해가 지지 않는 여름과 오로라가 펼쳐지는 겨울의 노르웨이는 55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스칸디나비아의 길고 좁은 나라다. 노르웨이의 남쪽에서 북쪽까지는 1770㎞에 이르며 이는 서울에서 대만 가오슝까지의 거리와 같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해안선을 갖고 있으며 세계 2위의 수산물 수출국이다. 레드 킹크랩을 비롯한 다양한 수산물은 노르웨이 문화와 사회 발전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오직 노르웨이의 최북단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노르웨이의 차갑고 청정한 바다와 자연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이 자라는데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지난 50년 동안 노르웨이 핀마르크 동부 해안을 따라 서식지를 형성한 레드 킹크랩은 그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레드 킹크랩 어획은 핀마르크 작은 마을의 외곽에서 이뤄지며 숙련된 현지 어부들이 1년 내내 소형 선박을 타고 나가 통발을 사용해 어획한다. 노르웨이 최북단에서 서서히 자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최상의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바다의 왕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수온 1~4°C, 수심 5~400m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성체 레드 킹크랩의 등딱지 길이는 23cm, 무게는 최대 9㎏에 달하며 세 쌍의 다리와 한 쌍의 집게를 갖고 있다. 수컷의 크기가 암컷보다 크며 몸통의 뒷부분을 살펴 성별을 확인할 수 있다. 수컷 킹크랩은 삼각형 모양의 대칭적인 복부 덮개를 가진 반면 암컷 킹크랩은 복부 덮개가 넓고 비대칭이다. 성장할수록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지만 짝짓기 시기인 봄에는 얕은 곳으로 나온다. 짝짓기, 산란, 부화가 끝나면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돌아간다. 수명은 약 20년이다.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고향, 쵤르피오르
팩트 체크 트립의 본격적인 여정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고향 쵤르피오르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트립에는 구독자 112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 팀과 국내 최대 수산물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 팀, 매경이코노미 등 다수의 멤버가 함께했다. 트립 패밀리는 한국을 떠나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와 트롬쇠, 메함을 거쳐 약 36시간 만에 노르웨이 최북단인 핀마르크(Finmark) 지역 쵤르피오르에 도착했다.
핀마르크 해안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대표적인 서식지 중 한 곳이다. 쵤르피오르는 약 12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어촌 마을이지만 해안가와 가장 가까이에 있어 어업 회사들의 활발한 어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레드 킹크랩을 위한 북쪽의 낙원이라고 불릴 만큼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관련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마을 중 한 곳이다.
트립 패밀리는 쵤르피오르에 도착한 뒤 시그루드 라팔슨 시장을 만나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과 어업이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형 선박에서 이뤄지는 레드 킹크랩 어획
쵤르피오르에 도착한 다음 날 트립 패밀리는 레드 킹크랩 어획 체험을 하기 위해 디피요르(Dyfjord) 해안가로 이동했다. 트립 패밀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 2개의 소형 선박에 올랐다. 배에는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수출업체인 리더 피스크의 스베인 베가 리더 부자가 각각 선장으로 함께 승선했다. 배를 타고 약 1시간쯤 나간 해안에서 레드 킹크랩 수십 마리가 잡힌 통발을 끌어 올렸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레드 킹크랩의 크기와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차갑고 청정한 노르웨이의 바다는 레드 킹크랩이 잘 자랄 수밖에 없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레드 킹크랩 어획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는 리더 피스크 하역장을 방문해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분류, 품질관리, 수출을 위한 패킹 작업 등을 살펴봤다.
차갑고 청정한 바다에서 어획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 수출된다.
리더 피스크(Lyder Fisk)
리더 피스크는 노르웨이 최대 레드 킹크랩 수출업체 중 하나로 지난 2008년 스베인 베가 리더(Svein Vegar Lyder) 부자가 설립한 가족 회사다. 리더 피스크의 대표인 스바인 베가 리더와 그의 아들 맷츠 베가 리더는 선장이자 어부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스바인 베가 리더의 아내 린 뫼르크 리더는 리더 피스크의 커뮤니케이션 및 수출을 담당한다. 리더 피스크는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수출 사업을 통해 핀마르크 해안 소규모 어업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최상의 품질 유지를 위한 킹크랩 호텔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숙련된 현지 어부들이 수확하며 품질에 중점을 두고 세심하게 취급하고 있다. 일정 기준에 부합할 만큼 충분히 크고 살아있는 경우에만 어획하며 껍데기의 어떤 부분에도 상처나 변색, 긁힌 자국이 있어서는 안 되고 다리나 집게에 손상이 없어야 한다. 어획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즉시 선별 공장으로 이동해 크기나 품질에 따른 선별 작업을 거쳐 목적에 따라 가공 공장 또는 킹크랩 호텔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냉동 또는 조리된 상태로 가공되거나 살아있는 상태로 수출된다.
쵤르피오르에서 어획, 선별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적절한 산소 농도가 유지되는 수조에 담겨 약 48시간 이내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있는 킹크랩 호텔과 헬싱키로 옮겨졌다.
트립 패밀리 역시 트롬쇠를 거쳐 오슬로로 이동한 후 킹크랩 호텔을 방문했다. 킹크랩 호텔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이 한국 시장으로 항공 직배송되기 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다. 킹크랩 호텔의 수조 탱크는 염도, 산소, 수질 등이 모두 레드 킹크랩에게 최적의 상태로 제공되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 또한 수조 탱크에는 한 탱크당 400~500㎏ 정도의 킹크랩이 들어 있으며 수조 내 개체 수를 조절해 밀도 또한 최저로 유지한다. 이 과정을 통해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고품질 상태를 유지, 한국 시장까지 신선하게 배송된다.
오슬로 클리프타(Kløfta)에 위치한 레드 킹크랩 호텔 매니저 토르드(Tord)는 “킹크랩 호텔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머무는 마지막 정거장으로 볼 수 있다”며 “보통 3~5일 정도 수조 탱크에 머무르면서 노르웨이 북부에서 오슬로까지 오는 동안 떨어졌던 컨디션을 회복하고 최상의 상태로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킹크랩 호텔에 있는 수조 탱크에는 한 탱크당 400~500㎏ 정도의 킹크랩이 들어 있다”며 “1년 중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한국 수출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11월과 12월로 오슬로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항공기 한 대에는 대략 레드 킹크랩 500~700박스가 실린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노르웨이 수산업
바다를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노르웨이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해 연구, 관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노력으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발전시켰다.
노르웨이 배타적 경제수역(NEEZ)의 레드 킹크랩은 노르웨이 당국이 관리하며 두 가지의 경영 목표를 갖는다. 하나는 핀마르크 동부 지역의 제한된 지역 내에서 장기적으로 어업을 유지시키는 것이고 하나는 해당 지역 밖에서 레드 킹크랩의 확산을 제한해 다른 어종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핀마르크 동부 지역에서는 레드 킹크랩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할당 제도(쿼터제)를 운영한다. 정해진 수만큼만 어획할 수 있는 쿼터제에 따라 지난 한 해 동안 잡을 수 있는 레드 킹크랩의 어획량은 2130t이었다. 이 중 암컷 레드 킹크랩의 경우 전체 어획량의 5.5%까지만 어획할 수 있다. 또한 레드 킹크랩을 보호하기 위해 탈피하는 시기인 4월은 금어기로 정해져 있다. 반면 핀마르크 서쪽 지역은 대구 등 다른 취약 어종을 보호하기 위해 레드 킹크랩 어획에 대한 규제를 풀어 놨다. 따라서 제한된 개수 없이 자유롭게 레드 킹크랩 어획이 가능하다.
또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어획 지역에서 양륙 시설까지 이동거리가 짧아 소형 선박을 이용, 선박의 연료 사용도 줄이고 있으며 수력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는 어민의 소득을 보호하며 노르웨이 어업의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에 기여하고자 어민 판매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어부들은 레드 킹크랩을 비롯해 어획한 모든 수산물을 어민 판매 조합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어민 판매 조합은 어부들이 실제로 판매하는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4년 1월호를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