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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규제 법과 현실은 따로국밥?  <통권 46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3-12-28 오전 04:15:58

프랜차이즈 규제 법과 현실은 따로국밥?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 12월 8일 국회 ‘무사’ 통과




프랜차이즈업계가 ‘동네북’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갈수록 만만한 프랜차이즈 죽이기로 2024년 청룡의 해는커녕 적룡에게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업계가 우려했던 가맹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에 필수품목 항목과 공급 가격 산정방식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8일 통과됐기 때문이다.
글 임나경 편집장  사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 기재’ 논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가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가맹본부는 앞으로 필수품목 가맹계약서를 작성할 때, 필수품목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필수품목 제도 개선은 지난해 9월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 중, ‘가맹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에 필수품목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품목, 이른바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기존 가맹본부가 너무 많은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가격 산정방식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가맹점주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판단이다. 필수품목을 시중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토록 강제하거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공급가격을 가맹점주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경우가 있어 가맹점주들이 고통이 따르고 있다고 판단, 이번 가맹사업법이 통과됐다.
이에 프랜차이즈업계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는 갈수록 규제만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통과된 가맹사업법은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에 프랜차이즈업계에 죽으라는 소리냐”며 당황스런 반응이다. 또 한편에선 “아직까지 이런 내용 자체가 피부에 와닿지 않아 법이 시행되면 그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며 관망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공정위, 가맹점 불이익 방지 및 거래 투명성 기대
공정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필수품목의 지정·변경·가격산정 등 일체의 거래과정이 계약에 포섭됨에 따라 이러한 거래 관행이 효과적으로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가맹희망자와 가맹점주들은 자신들이 가맹본부로부터 구매하게 될 필수품목의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인지하고 거래할 수 있게 돼, 거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에 반해 필수품목을 확대하거나 가격 산정방식을 불리하게 변경해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가맹점주가 계약에 근거해 분쟁조정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피해를 신속히 구제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치킨전문점 프랜차이즈의 한 관계자는 “필수품목 개선에 대한 가맹사업법은 매우 심각한 법이다. 과거에도 차액가맹금 이슈로 말이 많았는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필수품목 공급 가격 산정 기준을 계약서에 기재하라는 것은 기존 가맹점 계약서를 100% 바꾸라는 말이다. 또 프랜차이즈업계는 신제품 개발이 중요한 매출전략의 일환인데, 신제품이 바뀔 때마다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은 본사의 노하우를 계약서에 유출하거나 경쟁사에 내부자료를 노출하는 것과 같다”며 어이 없는 반응이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이것은 미친 짓이다. 산정 기준을 어떤 범위까지 기재하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중대한 일이라면 공정위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업계를 통해 공청회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시기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으로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항상 특정 몇몇 대기업의 이탈로 이슈가 돼, 피해를 보는 것은 수많은 영세 중소업체다. 법이 특정 이슈로 인해 3달여 만에 통과되는 것은 그저 탁상공론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업계, 프랜차이즈 본질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문  
프랜차이즈 계약관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에프씨엠컨설팅 이성희 대표는 “필수품목과 관련해 계약서 기재 협의는 가맹점주와의 기존 계약서를 모두 바꾸고, 필수품목에 따른 원가를 점주랑 협의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업태나 아이템에 따라 필수품목이 1개에서 수십, 수백개에 이르는 업체도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역시 수백, 수천개에 이르는 업체가 있는데 필수품목이 추가되거나 가격이 변경될 때마다 전체 가맹점의 모든 계약서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산정 기준을 숫자로 기재하는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황당해했다. 다만 “협의절차나 관련 내용이 확실히 통과되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겠지만, 현실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법규제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떡볶이전문점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본부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가맹점주와 협의하고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기업 경영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피자전문점 프랜차이즈 본부 A씨는 “한창 이슈가 되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정부나 협회 등에서 제대로 된 홍보나 소통을 한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필수품목에 따른 가맹계약 변경 협의는 본부보다 오히려 가맹점이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신메뉴 출시는 가맹점 매출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 현실 반영한 신중한 정책 기대해   
협회는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필수품목 제도개선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정책의 문제점과 발전적 대안을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영산대학교 외식경영학과 한상호 교수는 규제보다는 프랜차이즈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아직 국내 가맹사업자들은 서로 가맹본부의 과도한 로열티 수취와 가맹점의 매출누락 등 악용 우려로 양측 모두 로열티 제도 전환을 꺼리는 실정”이라면서 “로열티 제도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는다면 필수품목 관련 논란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와 국회가 규제만능주의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업계가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도 제안했다. 
이어 법무법인 KLF 김선진 대표변호사는 이번 대책이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반면 목적 달성에는 효과성이 미비하고, 헌법상 기업 운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가맹사업은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품질 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르며, 가맹본부의 지원 및 통제가 본질인데 개정안이 가맹사업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협회 김상식 정책사업실장은 “필수품목 관련 분쟁은 비중이 낮고, 논란 사례도 극히 일부인데, 업계 전체를 옥죄는 것은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대다수 선량한 가맹본부와 가맹점까지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업계 현실을 반영한 신중한 정책적 고민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정책토론을 거쳐 지난해 11월 21일 ‘공정위 필수품목 개선대책 관련 업계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한 바 있다. 협회는 “필수품목에 대해서는 원자재 가격인상, 물가인상 등으로 인한 품목 가격 변동,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운송비, 수수료 변동, 품질 및 규격, 사양 등 수백에서 수천여 개에 달하는 필수품목들이 수시로 변동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매번 반영해야 하므로, 본부는 가맹 한 점포당 최소 연 10회 이상의 변경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등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본연의 영업활동보다는 연중 가맹계약 변경 협의 및 체결이 본업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며, “신제품 개발 시 비밀성 유지가 시장진입 성공의 관건임에도, 본 조항에 따른 계약 변경 의무에 따라 사전에 레시피 및 품목이 공개되거나 마케팅 준비가 어려워질 것은 물론, 본부는 영업활동 본업보다 계약에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될 것이 예상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가맹계약 변경 시 단체 협의 효력을 인정하고, 가맹계약서 기재사항인 공급가격 산정방식의 표준 및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며, 하위 법규를 통해 특정 수치가 노출·추정되지 않도록 제한을 명확히 설정해 영업비밀 노출 우려를 해소할 것을 건의했다. 또 공급가 산정방식 관련 영업비밀 노출 방지 규정 보완과 공정위 적정 도매가격 고시, 가맹점사업자의 부당한 협의 요청 사례와 가맹점사업자의 부당한 협의 사례를 함께 제시해 부작용을 방지할 것 등을 건의했다. 

본부의 R&D 역량 위축할 우려 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가맹점주는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가 필수폼목에서 무리한 폭리를 취하는 것을 최근 언론을 통해 알았다. 이번을 계기로 본부와 가맹점간의 거래가 투명해지고, 본부에서 필수품목을 확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환영한다. 하지만,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품목이 변경될 때마다 매번 계약서를 수정하고 확인받는 과정은 현실적이지 않고 피로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FC MBA 이성훈 주임교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사업자와 사업자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자체가 프랜차이즈의 관점을 가맹점에 대해 상대적 약자, 을의 입장, B2C로 보는데 있어서 항상 문제는 시작된다”고 전제한 뒤, “프랜차이즈는 B2B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프랜차이즈 본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즈니스를 해왔다.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필수품목은 항목이 늘어나거나 공급가가 변화하면 그럴 때마다 가맹점을 통해 협의한다. 공정위 자체가 ‘성실한 협의’ 이런 식으로 명시해놔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뒤바뀔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의 이러한 의도는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투명성을 갖고 운영하라는 의도이기에 기업들이 보다 투명하게 사업을 전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부의 R&D 역량을 위축시키고, 가맹점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법 개정과 더불어 가맹점주와 협의하도록 의무화하고, 협의절차를 계약서에 기재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해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이번 개정안이 정부 이송ㆍ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필수품목 관련 규정이 6개월 이후에 시행된다. 


 
2023-12-28 오전 04:15:5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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