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귀임 기자 사진 이경섭·안재훈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제15회 ‘2023 대한민국식품대전’(이하 식품대전)은 ‘대한민국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2024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 등을 통해 올해 식품외식 트렌드가 선정,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식품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로 ‘헬스&웰니스(Health&Wellness)’를 꼽으면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헬스&웰니스 푸드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목할 외식 트렌드에는 ‘헬시&이지(Healthy &Easy)’가 뽑혔다. 이를 발표한 본지 한국외식정보(주)의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윤은옥 실장은 ‘2024 주목할 외식 트렌드’를 통해 “건강하게 살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근원적인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건강하게 숨쉬기, 건강하게 먹기, 건강하게 놀기 등 일상 속 건강 찾기에 최선을 다한다”면서 “이왕이면 맛있고, 다양하면서도 간편하게 건강을 챙기고 싶은 니즈가 크다”고 강조했다. 

헬시&이지는 ▲경계없는 간편식 ▲라인업 늘리는 대체식 ▲건강식의 확대 등으로 나뉜다. 특히 대체식이나 건강식의 경우 환경, 동물복지, 건강 등의 이유로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2030세대 1000명 중 67.8%가 대안육에 긍정적이며, 49.1%가 대안육을 경험했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국내 대체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165억원에서 2020년 212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국내 채식 인구 역시 200만 명(한국채식연합, 2022년 기준)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건강은 수년간 주요 트렌드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채식(비건, Vegan)이나 식물성(Plant-based) 혹은 단백질(프로틴, Protein)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도 성장하는 추세다. 

프랑스 타이어 제조기업인 미쉐린이 매년 발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 역시 지난 2020년부터 미쉐린 그린 스타 등급을 도입, 지속가능한 미식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에 수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쉐린 그린 스타 등급을 받은 친환경 한식 전문점 ‘꽃, 밥에 피다’는 제철 및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미쉐린 그린 스타 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조인앤조인의 널담 경우 비건 전문 카페 ‘널담은공간’을 운영하며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해방촌점을 시작으로 수원화홍문점, 경복궁점으로 규모를 확대할 만큼 인기가 많다. 조인앤조인 권민경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비건 식품과 식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사회적 인식 변화와 비건 식품의 기술 발전으로 더 많은 고객층에게 매력적”이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식업계에서도 비건 전문점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대체식 시장도 급성장하며 외식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체식 관련 푸드테크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대기업 역시 대체식 전문점을 오픈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모양새다. 신세계푸드가 최근 오픈한 식물성 대안식 전문점 ‘유아왓유잇’ 코엑스점도 오픈 한 달만에 누적 방문객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다.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건강한 식단이나 단백질에 대한 니즈도 컸다.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샐러드 전문점이 300여 개로 늘고, 일부 대기업이 단백질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체육시설과 음식점을 동시에 허가받아 운영 중인 ‘짐키친’은 대구에서 서울로 진출, 가맹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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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꽃, 밥에 피다는 정갈하고 건강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 오픈 후 친환경 및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 2018년부터 미쉐린가이드 서울 빕구르망에 6년 연속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2021년 국내 첫 미쉐린 그린스타 등급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비건 코스까지 도입하며 그 명성을 잇고 있다. 

대표 메뉴는 자연재배 현미로 지은 밥에 색색의 건강 식재료를 올린 보자기비빔밥이다. 방사 유정란을 보자기처럼 만든 후 무염산김으로 띠를 두르고 식용꽃으로 장식, 눈부터 입까지 즐겁게 한다. 8가지 약초 맛물에 나물과 버섯 고추기름을 넣어 뭉근히 끓인 채식육개장과 유기농현미밥세트 역시 고기가 없음에도 깊고 얼큰한 맛이 인상적이다. 특히 계절 수프, 샐러드, 메인 식사 및 디저트 등으로 구성된 비건 풀코스는 든든하게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가을 들깨찜을 비롯해 눈개승마나물밥과 된장국, 그리고 홍시·좁쌀죽으로 담근 비건 섞박지가 메인 식사 메뉴였다.  

꽃, 밥에 피다를 운영 중인 외식기업 꽃밥이야기 송정은 대표는 “20여 년간 친환경 먹거리를 연구하고 있다. 초반에는 외식업 도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유기농, 친환경은 일반 식재료보다 20~50% 이상 원가가 높기 때문이었다”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식재료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담음새와 공간에 더욱 신경 쓰게 됐다. 그렇게 단골 고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채소 중심이었으나 완벽한 비건식은 아니었다. 비건 메뉴에 대한 고객 니즈가 큰 것을 느꼈고, 1년 이상 연구하면서 준비한 끝에 비건 코스를 완성했다. 떡불고기나 우럭찜 등 비건이 아닌 고객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갖추고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메뉴판에는 식재료 출처를 알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따로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도 생산지 수급 상황에 따라 기존 무농약, 유기농, 친환경 인증 채소들을 생산자 직거래 및 자연유기농 등을 통해 공급받아 사용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신뢰도를 높이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는 젊은 층이 많이 방문했고, 이후 4050세대부터 외국인까지 고객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널담은공간은 비건 푸드테크 스타트업 조인앤조인의 브랜드 널담에서 운영하는 비건 전문 카페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메뉴만 고집, 맛과 비주얼은 물론 생명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가치까지 추구하는 만큼 신뢰도 역시 높다.  

널담은공간에서는 건강한 비건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인 비건 아몬드 크림라떼는 고소한 귀리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뛰어난 데다가 널담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비건 아몬드크림까지 더해 산뜻한 당도가 특징이다. 비건 흑임자 크림라떼도 고소하면서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선호도가 높다. 우주를 한 잔에 담은 듯한 엘더 플라워 에이드는 레몬의 산뜻함과 꽃차의 향기로움이 인상적이다. 

비건 아이스크림 크로플, 비건 크림 브라우니, 비건 시나몬 초코 크루아상 등 베이커리 역시 고객 선호도가 높다.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맛까지 좋아 비건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고객이나 외국인도 즐겨 찾는다. 베이커리 생지나 아이스크림 등은 널담 제품을 활용해 더욱 믿고 먹을 수 있다. 널담은공간 전혜린 매니저는 “널담은공간은 2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까지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비건이 트렌드를 넘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체감한다”며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라는 개념이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널담은공간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널담은공간은 2018년 해방촌점을 시작으로 수원화홍문점, 경복궁점을 차례로 오픈하며 국내 대표 비건 전문 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음부터 비건 전문 카페로 운영한 건 아니었다. 경복궁점을 오픈하면서 전 매장이 비건 메뉴만 판매하는 것으로 변경, 현재까지 이를 지키고 있다. 매장 한 켠에는 널담의 비건 젤리, 병아리콩스낵, 견과초코볼 등을 전시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판매도 한다.  

널담은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널담은공간에서는 엽서라는 매개,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널담의 식품을 통해 해당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널담은 자체 비건 연구소까지 운영, 독보적인 비건 식품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비건 원료까지 개발 및 제조하고 있다. 영양학적이고 균형잡힌 원료로 건강한 비건 메뉴를 널담은공간에서 선보일 수 있는 이유다. 

조인앤조인 권민경 이사는 “외식업계에서도 비건 전문점의 전망이 밝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차별화된 메뉴 개발이나 고품질의 식재료 사용 혹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유아왓유잇은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비롯해 독자적인 자사 기술로 개발한 식물성 소스와 치즈 등을 활용, 다양한 식물성 대안식 메뉴를 판매한다. 

자장면, 분짜, 후토마키, 샌드위치 등이 대표 메뉴인데 익숙한 음식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생소할 수 있는 식물성 대안식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친숙한 메뉴를 선택한 것. 트러플 자장면은 진한 트러플 향과 풍미가 돋보여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고, 분짜 짜조 채소트리오는 식물성 대안육으로 만든 짜조에 아삭한 채소·고수를 느억맘 소스와 곁들여 제공해 이국적이다. 한정 판매 중인 볼 빵빵 후토마키의 경우 식물성 런천카츠와 채소를 아낌없이 넣어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설탕이나 달걀을 사용하지 않은 브라우니&오트푸딩과 식물성 프랑크 및 찹쌀가루를 활용한 핫도그 역시 인기 디저트 메뉴다. 자체 개발한 식물성 오트 음료 2종까지 곁들이면 더욱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비식물성 원료가 일부 함유된 멘치카츠 커리 라이스, 탄탄면, 김치 햄 아보카도볼 등의 경우 따로 설명을 추가해 고객 이해를 돕는다. 이에 채식주의자는 물론 그렇지 않은 고객까지 두루 즐기기 좋다.   

유아왓유잇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색깔과 소품을 활용, 감각적으로 꾸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재방문하는 외국인 고객도 다수다. 이에 영문 메뉴판을 추가로 제작하거나 신메뉴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신세계푸드는 유아왓유잇을 통해 자체 개발한 식물성 간편식(PMR) 제품 3종(라구 리가토니, 런천김치덮밥, 나폴리탄 스파게티)도 선보이고 있다. 향후에는 함박스테이크, 아보카도 햄 포케볼, 떡볶이&튀김 등 유아왓유잇에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를 PMR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편 유아왓유잇은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패키지 및 업사이클링 보냉백을 도입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짐키친은 짐(Gym, 체육관)과 키친(Kitchen, 주방)의 합성어로 지난 2019년 체육시설과 음식점을 동시에 허가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헬시플레저 위드 짐키친’을 내세워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대표 메뉴는 짐키친 플레이트다. 강황 잡곡밥에 다양한 채소와 닭가슴살, 돼지안심, 소부챗살 부위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설탕 대체당으로 자체 제작한 소스를 첨가해 다양한 단백질원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비타민까지 담은 건강한 식단이다. 원하는 재료를 고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맞춤 제작)이 가능한데, 요청할 경우 점주가 추천도 해준다. 

또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저당 듀럼밀을 활용한 파스타, 통밀빵으로 만든 고단백 저지방 핫도그 메뉴 역시 인기가 많다. 초코, 커피, 인절미 3가지 맛으로 선보이는 프로틴치노는 아몬드와 대추야자 등에 오트밀스낵을 첨가해 3대 영양소를 모두 챙긴 건강 쉐이크다. 근 성장 회복에 도움 되는 아미노산과 과일 갈아 만든 저칼로리 건강 음료 짐스무디도 있다. 

운동선수 출신의 짐키친 권혁두 대표는 “운동 문화에 대한 지식 수준은 높아졌으나 식단에 대한 전문성은 미흡하다. 칼로리는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과 영양소 구성을 고려하지 않고 값싼 제품이 주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라며 “건강하고 탄탄한 신체를 위해서는 단백질과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를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3대 영양소의 구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관리하고 운동하는 이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영양소를 구성하는 것이 짐키친의 핵심이다. 이에 짐키친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별 효능을 안내판으로 제작해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식품영양성분의 데이터베이스 역시 제공하고 있다. 

권 대표는 “짐치킨은 한식 및 외식에서 결여되기 쉬운 단백질을 주로 하되 당질을 제한하고 필수 지방을 곁들인 건강한 식사, 맛있는 식단을 선보인다.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건강을 챙기는 일반인, 스포츠를 즐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믿고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면서 “맛있고 편리하며 지속적으로 건강 관리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짐키친은 현재 7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대형 체육관 숍인숍이나 인구 밀집 지역의 로드숍 형태로 개설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4년 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