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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주) 우리맛연구중심 최정윤 헤드셰프  <통권 467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4-02-01 오전 11:02:37

한식 비전의 꿈

샘표식품(주) 우리맛연구중심 최정윤 헤드셰프


언제부터인가 ‘난로회’라는 모임이 인스타그램이나 F&B업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최정윤’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최정윤, 박정현 이름으로《코리안 쿡북(Korean Cookbook)》이라는 책이 발간됐고, 급기야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요리 부분 1위에 오르면서 최정윤 헤드셰프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크고 작은 한식 관련 부문에서 ‘최정윤’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궁금했다.
글 임나경 편집장  사진 안재훈




올해로 셰프 생활 26년째에 접어든 샘표 ‘우리맛연구중심’의 헤드셰프 최정윤 실장. 먼저 그녀의 간단한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일찍이 한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호주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조선호텔, 하얏트호텔, 정식당 등 내로라 하는 서울 주방의 요리사를 거쳐,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와 레스토랑 엘 불리에서 공동 조리연구를 시작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샘표 우리맛연구중심의 헤드셰프로 있으면서 한식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영국 파이돈 출판사를 통해 《코리안 쿡북》의 공동 저자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한국과 중국의 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 총괄을 맡아 도서집필, SNS, 미식행사 등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식 연구 결과를 전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최정윤 헤드셰프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0월, 삼청각 일화당에서 열린 한식포럼에서였다. 먼 발치에서 본 그는 행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동안 다소 고리타분하게 생각됐던 한식포럼이 앞으로 젊은 인재들이 몰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젊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식에 대한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한식에 진심인 그를 만나 ‘한식 연가’를 들어봤다. 

한식을 중심으로 ‘난로회’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샘표 본사 헤리티지 스페이스에서 만난 최정윤 헤드셰프가 환한 미소로 일행을 맞는다. 항상 얼굴에 웃음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간의 화제가 됐던 난로회 탄생 배경에 대해 먼저 물었다. 
“발단은 샘표에서 한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위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한식의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더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다 F&B업계에 좋은 친구들이 많다 보니 이들과 함께 한식에 대해 얘기하고, 맛있는 것 먹으며, 함께 고민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왜, 어깨에 힘을 뺐을 때 좀 더 좋은 얘기가 나오지 않나.” 최 셰프는 그렇게 맛있는 것을 먹고 놀다(?) 보면 분명히 한식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 생각해 난로회를 만들었고,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동참하며 판이 커졌다. 특히 ’한식의 세계화’ 하면 탑다운 방식의 일방통행 일색인데, 업계인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한식의 멋을 단순히 접시에 놓인 음식으로만 볼 게 아니라 용기나 테이블, 음악과 공간, 또 어떤 옷을 입고 즐길 것인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봐야 한다. 업계인들 뿐만 아니라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어떨까? 음식에 진심이고, 한식에 진심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난로회는 딱히 모임 일정이 없다. 어느 날, 호스트가 나타나거나 특정 주제가 생기면 바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수십여 명이 한 공간에서 음식을 나누며 담론을 나눈다는 것은 호스트의 넉넉한 공간과 시간, 음식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주제도 매번 다르다. 물론,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매번 다른 이들이 자리를 메운다. “난로회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한식을 넘어서 다양한 면면을 배우고, 한식에 진심인 이들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난로회를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바르셀로나 같은 해외에서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난로회는 현재 커뮤니티에 그치지 않고, 난로랩, 난로토크, 난로아카데미 등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한식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나를 만든 ‘음식의 언어’ 
어릴 때부터 요리와 음식을 유난히 좋아했던 최 셰프는 미식가인 부모님 덕분에 맛에 대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고, 커서는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 일찍이 ‘음식의 언어’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는 지난해 맨해튼의 아토믹스 박정현 대표와 공저로 낸 책, 《코리안 쿡북》이 나왔을 때도 가장 먼저 아버지가 생각났다. “음식은 민족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 언어를 가장 먼저 가족에게 배우지 않나. 미식가인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기에 책이 나오고 나서 가장 먼저 아버지가 생각났다. 매우 기뻐하셨을 거다. 음식에 대한 언어를 제대로 심어준 아버지께 항상 감사하다.” 
최 셰프는 주방에서 13년간 일해오다, 인생에 반전이 생기는 일을 만난다. 스페인에서 공동 조리연구를 하면서부터다. “스페인에 있으면서 내 커리어가 바뀌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요리라는 것이 한 나라의 음식문화 발전에 매우 중요하구나, 한 명의 요리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에서 ‘혁신적이기 위해서는 전통과 고전을 잘 알아야겠다’는 것을 배웠다. 한식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게 더 깊어진 거다. 오래 걸리고 힘든 길이 되겠지만,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물론, 혼자보다는 함께 해야 하는 일인 것도 난로회를 통해 배웠다. 해외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애국심 같은 것이 생기나 보다.(웃음)” 
무엇보다 해외에서 《코리안 쿡북》을 찾아보는 것도 감사한데, 책에 있는 한식을 레시피 대로 만들어보고 SNS에 올려주는 해외 독자들이 있어 참 감사하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한식 연구에 ‘진심’  
최 셰프가 스페인에서 느꼈던 부분에 대해 샘표 박진선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게 됐다. 이는 곧 샘표 입사로 이어졌고, ‘우리맛연구중심’이라는 조직을 새롭게 만든 계기가 된다. 처음 이곳에서 ‘장’ 프로젝트로 시작해 식재료 연구에 이어 현재는 조리법 연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샘표의 우리맛연구중심을 통해 최 셰프의 필모그래피가 다시 재작성되기 시작한 것.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레스토랑의 요리사로만 일해왔다면 책이나 난로회, 한식에 대한 연구를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더구나 샘표에서 한식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현재의 자신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방에서 음식만 만들었다면 점포를 찾는 고객들에게만 기쁨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품회사에서는 수천, 수백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그는 요즘 즐거운 요리혁명 ‘새미네부엌’ 캠페인 프로젝트에 한창이다. 샘표가 다년간 우리 맛을 연구해 온 만큼 그 노하우를 통해 누구나 집에서 쉽고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샘표의 꿈을 담은 캠페인이다. 이로써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요리에 대한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재료 준비와 만드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조리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식 요리하는 ’우주인‘이 꿈 
그가 한식에 대해 진심인 만큼 한식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다.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 양성이라는 그는 이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교육기관과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 
“한식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나 다양한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내수 시장은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지원과 토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샘표에서 한식을 연구하거나 난로회 활동과 책을 내면서 느낀 것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음식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업을 바꾸지 않는 한 평생 한식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는 그와 얘기하다 보니,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우주에 가고 싶다. 셰프들은 대개 극한의 상황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길 좋아한다. 앞으로 지구가 전쟁이나 질병, 기후변화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우주로 간다면 셰프로 갈 텐데, 한식으로 우주식을 개발하거나 정말 인류가 힘들어졌을 때 도움이 되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바로 식품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24-02-01 오전 11:02:3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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