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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2030] 이정닭갈비 정연우 대표  <통권 467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4-02-01 오전 06:08:46

지치지 마

이정닭갈비 정연우 대표


 

 

사람의 에너지는 전염된다. 밝은 기운끼리 모여 더 밝게, 어두운 에너지끼리 쌓여 더 어둡게.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 더해져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정닭갈비 정연우 대표의 에너지는 어느 쪽? 결과까지 선명히 예상할 수 있는 그의 주문, 지치지 마.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묘한 대표와 직원들
그를 처음 본 건 인스타그램에서였다. 닭갈비 매장을 운영하는 젊은 대표인 듯한데, 뭔가 정신이 없었다(긍정적 의미로). 매장 안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개그 욕심까지 한가득. 대표 혼자만 그러면 ‘그러려니’ 할 텐데 직원들의 끼마저 평범하지 않다. 어쨌든 그렇게 이정닭갈비의 첫인상은 밝고 쾌활하며 즐거운 이미지로 또렷이 각인됐었다. 
올해 31세인 그를 마주하면 몇 배 더 에너제틱하고 또 진지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브랜드를 책임지고 이끄는 리더이자 CEO이기 때문. 밝은 표정 이면으로는 성장에 대한 욕구, 재빠른 실행을 위한 진지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평소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외국에 한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 20대 초반까지는 외식업 현장에 큰 관심이 없었다. 미국에서 비빔밥을 만들어 팔기도 했고, 2018년엔 사무실 간식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인 ‘스낵가이드’의 일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식당 아르바이트도 꽤 많이 했는데,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얼굴 마주 보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인지 식당 일이 지겹고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닭갈비 프랜차이즈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26년 넘는 세월 동안 물김치, 깍두기 등의 음식을 만들어왔다. 자체 공장에서 직접 제조, 가공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납품했었는데 수요가 늘 일정하지 않으니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자체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통해 물김치 생산물량을 안정적으로 해소하고자 했다. 프랜차이즈 사업 파트너사와 함께 여러 번의 논의 단계도 거쳤지만 파트너사는 수익 중심으로, 아버지는 제품 퀄리티 높이는 것에만 중점을 두느라 사업 방향이 어그러지기도 했고 그때마다 그는 아버지의 힘겨운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봐야만 했다.
“아버지에게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K-장녀로서 뭔가를 해야만 하는데 어떤 일부터 해야 하지? 그런 고민의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한식포럼에서 닭갈비 프랜차이즈 대표를 만나게 됐고 2019년 초 그렇게 사업화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절박한 사람만이 배운 걸 실행한다 
매장을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서 시작한 이유는 신도시 중심으로 이름을 알려 나가기 위한 것.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은 후 타 신도시에서 또 매장을 오픈하는 전략으로 브랜드를 확장시켜 나가고자 했다. 닭갈비 레시피를 손에 익히는 데엔 1~2개월 여, 식당 인테리어엔 3개월 가량이 걸렸다. 주방, 홀의 동선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여서 설비를 갖춰놨다가 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했다. 
“몇 달간 열심히 준비한 끝에 점포를 오픈했는데, 밀려 들어오는 고객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할 때 몇 그릇 준비해 내는 것만 해봤지, 수 십 명의 메뉴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처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스트레이트로 욕만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매장 문 닫은 후엔 그날의 고객 불만들을 모두 기록하고 정리해 스스로에게 피드백했다. 주방 동선과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꾸준히 수정, 보완해나가기도 했고.”
어떤 과정에서 안정이 될라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매장 오픈 후 4개월 즈음, 방문 고객들이 늘어 그에 맞게 인력을 많이 채용했는데 코로나19의 가을이 지나면서는 갑자기 매출이 70% 이상 떨어져 고정비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주변에 경쟁 매장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홍보의 필요성 또한 늘어났다. 매출은 크게 줄어드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2019년 말에 배민아카데미에서 ‘펀 마케팅’을 공부했는데, 그 즉시 매장에 적용하기로 했었다. 닭 모양의 인형 탈을 쓰고 인근 상가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니 그에 맞게 또 매출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배운 걸 바로 적용해보려고 했던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 아니었을까. 뭔가를 배워도 절박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 같다. 결국엔 실행만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드는 것인데 말이다. 이외에 사람 다루는 부분에서도 많이 힘들었다. 나이가 더 많은 주방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아 싸우기도 하고, 문 닫은 후에 울분을 못 견뎌 우는 날도 많았다. 매니저를 채용해 많은 걸 가르쳐놓으면 어느 날 갑자기 퇴사해 비슷한 매장을 오픈하는 경우도 보게 되고.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했던 때였다. 주기적으로 번 아웃이 오던 시기여서 동생인 인우 실장에게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도 그때였다. 내가 앞으로 치고 나가면 인우 실장이 디테일한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하며 정리해줬다. 뮤지컬 연습을 할 때 만났던 시언 팀장도 곁에서 많은 도움과 위로가 되고 있어 고맙고.” 
당시 그의 나이 스물아홉. 경영자이자 CEO로서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 그저 따뜻하고 편안하기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파야만 근육이 자라고, 매일의 귀찮음을 무릅써야만 좋은 습관이 자리잡는 것처럼. 




개인의 삶도 브랜드도 ‘지치지 마’
현재 그는 천천히 가맹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에만 10개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맞게 메뉴 정리도 하고 상권도 알아보고 가맹계약서, 정보공개서 준비도 착실히 해나가는 중이다.
“나의 최대 강점은 긍정 에너지다. 설혹 무너진다 해도 그 자체를 즐기려 한다. 너무 뻔한 얘기인 것 같지만 직원도 나도, 본점과 가맹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표이자 회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사훈은 ‘지치지 마’다. 개인의 삶도 브랜드도 지속 가능함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순간 타올랐다가 식어버릴 열정이 아니라 지루함과 매너리즘까지 이겨내는 꾸준함으로 힘 빼고 오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향후 언젠가는 닭갈비와 물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바람도 가지고 있다.”
최근엔 준비 없이 창업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려 하는 정 대표.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어서인지 주변에서도 ‘함께 해보자’는 도움과 제안이 많다고.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게 더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머릿속은 앞으로 펼쳐놓을 이벤트와 프로젝트들로 분주하다.


 
2024-02-01 오전 06:08:4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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