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비교 불가의 경쟁력을 키워라
외식업, ‘승자독식 시대’ 지속 성장 위한 전략
(사)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주최로 지난 2월 1일 서울 양재동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강당에서 열린 ‘외식산업 CEO 심화과정 신년교례회’에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박형희 이사장(본지 발행인)은 ‘격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른 식품·외식기업의 지속 성장 전략’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을 통해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최근 동향 및 시대에 맞는 경쟁력 키우기, 신시장 진출을 통한 매출 다각화·극대화 방안 등을 살펴봤다.
글 육주희·김준성 기자 사진 안재훈
경영 환경 변화와 위기 10배 이상 가속화
코로나19 이후 외식업 경영 환경에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경영 환경은 10배 이상 빠르게 변했고, 경영 위기 역시 10배 이상 가속화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또한 코로나19 당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이커머스와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한편,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히브리대 역사학과 유발 하라리 교수는 “과거 5000년 걸린 진화를 AI는 5년 안에 끝낼 수 있다. 지금껏 발명된 모든 기술과 도구는 AI와 차원이 다르다. 인간 예측을 벗어난 AI는 외계 지능에 가깝다.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20년 후의 인간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됐다”는 말을 전하며 최근의 변화가 그만큼 급격하기에 빠르고 탄탄한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 이사장은 “경영 환경의 거대한 변화로 인한 승자독식 시대에 생존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매출 다각화 및 극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자독식 시대’ 에 맞는 대응 전략, 강한 경쟁력 필요
코로나19 이후 국내 식품·외식기업(점포)은 매출의 격차가 커지고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눠지는 ‘승자독식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다각화하는 등 준비하고 대비한 업체는 개업 이후 최고 매출을 올렸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 잘 나가던 업체가 경영 위기로 추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매출 다각화를 꾀한 기업·점포는 수없이 많다. 국내 외식업 시장에서 매출액 1위(연 2조9295억원, 2023년 기준)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자리를 구축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를 통해 일평균 3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선수금 규모는 2982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외식기업인 청담 추어정·중앙해장·나주곰탕 하얀집·강민주의 들밥·기장 끝집·성산명가·카페 엘리브 등은 위기 속에서도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이사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고객들의 소비성향까지 급격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할 여력이 없어진 소비자들이 초저가와 프리미엄으로 나눠지는 극단적 양극화 소비, 그 한가운데에서 소비자는 한층 더 까탈스러워지고 가격에 민감하며 가격 대비 가성비를 보는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다.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파고든 노브랜드의 2900원 ‘짜장버거’, 이마트가 출시한 ‘이춘삼 짜장·이해봉짬뽕’등 500~600원 PB라면, 2700원짜리 ‘혜자 도시락’, 파리바게뜨 ‘카페 아다지오’의 990원 아메리카노, 홈플러스의 7000~8000원대 ‘당당치킨’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외 외식업계에서도 마찬가지. 일본의 사누끼 우동프랜차이즈 ‘하나마루’는 290엔짜리 우동을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 초저가 뷔페 프랜차이즈 ‘난천샹’의 550원짜리 조식 뷔페 등은 주민, 직장인, 배달 기사까지 북적이며 불황 속 초저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중국의 빙수 프랜차이즈 ‘미쉐빙청’도 6위안(한화 1000원) 짜리 밀크티로 고공 실적을 보이며 가맹점포 수가 2023년 9월 기준 3만2000여개에 달할 만큼 급성장했다.
반면 꼭 필요한 것에는 과감하게 소비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고가의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도 주목 받고 있다. 국내 해산물 뷔페 브랜드 ‘크랩52’는 1인 비용이 US$200의 고가임에도 매월 1일 다음 달 예약을 받는데 전 좌석이 예약될 만큼 인기가 높다. 또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이태원 구찌 사옥 6층에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알랭 파사르 at 루이비통’ 팝업스토어 레스토랑도 온라인 예약을 오픈하자마자 5분 이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해외의 경우 프리미엄 콘셉트의 스시전문점 ‘긴자 큐베이’와 ‘긴자 스시고’. 동경 롯본기힐스의 ‘죠엘 로부숑’, 우카이그룹이 운영하는 ‘우카이테이’를 비롯한 계열 레스토랑 등은 비교 불가의 가성비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브랜드 평판·신뢰 핵심은 상품력 통한 초격차
지금과 같이 격변하는 경영 환경과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12월 외식업계의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지만 외식업 경기가 최악의 상황이었다. 원인은 경기침체, 송년회 등 회식 기피, 가족·친지의 외식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경기가 장기간 침체하는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로 소비지출을 줄이면서 가장 먼저 줄인 것이 외식비, 식료품비로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는 더 큰 위기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외식업체들은 오히려 원재료와 인건비가 오르니 음식 가격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 메뉴 가격이 올랐다면 품질은 어떤가? 과연 품질도 높아진 가격만큼 올라갔을까? 제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데 가격만 올린다면 고객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지혜롭게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비교 불가의 가성비를 갖은 상품력을 만들고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고 ▲계절성과 스토리 담은 신메뉴를 출시 ▲고객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메뉴 운영 ▲주기적 메뉴 판매 현황 분석을 통한 메뉴와 가격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이익 중심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해야만 한다. 또 메뉴 가격을 올렸다면 그만큼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고객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상품 가치보다 판매가가 높다’고 느끼면 결코 지속 성장은커녕 생존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보적이거나 독창적, 혁신적인 브랜드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고기리 막국수, 강릉 짬뽕순두부 동화가든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고든램지버거, 스타벅스, 성심당, 이성당, 가보정, 송추가마골, 강강술래 등은 브랜드 인지도가 주는 심리적 가치를 가져다 준다. 나주곰탕 하얀집, 사미헌 등은 상품에 대한 가성비에 역사(Since)가 주는 신뢰가 경쟁력이다. 따라서 우리 고객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가치를 느끼는지에 따라 비즈니스 설계 방향의 다양화와 다각화가 필요하다. 이외에 브랜드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상품력 유지와 지속성, 가치 및 비교 불가의 가성비, 충성 고객의 극대화 등이 있다.
박 이사장은 “브랜드의 사이클이 길어지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기업은 더(~er)를 통해 상대 가치가 아닌 비교 불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치는 곧 브랜드의 힘이며, 브랜드는 곧 평판이자 신뢰이고 이것이 바로 충성 고객을 만든다”고 말했다. 평판과 신뢰의 핵심은 상품력을 통한 초격차이고 이것이 충성 고객을 만들어낸다고.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기본은 당연하고 디테일 경영에 집중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환경 변화 대응능력을 키워야 함을 강조했다.
업의 본질 유지한 채 변화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경쟁력과 비교 불가의 가치, 브랜드력을 키웠다면 ‘신시장 진출을 통한 매출 다각화·극대화’를 통해 성장을 꾀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식품·외식산업은 판이 급변했다.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상품은 완성된 음식에서 HMR과 밀키트로, 제공 방식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발맞춘 변화가 없다면 외식업 경영 또한 쉽지 않다.
신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다각화·극대화를 꾀한 대표적인 사례로 사당동 시골보쌈을 운영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하루 한킷’ 브랜드를 론칭, 부대찌개 등의 다양한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주)바른식, 전복죽·미역국 밀키트 개발을 통해 온라인·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부산 ‘기장 끝집’을 꼽을 수 있다. ‘강강술래’는 갈비, 불고기, 냉면, 탕류, 반찬류 등을 RMR 상품으로 개발해 라이브 커머스는 물론 온라인 및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창원의 ‘성산명가’는 코로나19 당시 도입했던 도시락을 발전시켜 ‘행복 도시락’으로 상품화 해 단체 도시락 판매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높였다. 주력 상품인 갈비와 갈비탕 등을 선물세트로 구성해 온라인은 물론이고 숍인숍 판매를 하고, 상품권 및 기프트 카드를 출시하는 등 매출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또한 성산명가 대표 상품인 벛꽃 갈비를 홍콩에 수출하고 있으며, 케이터링 사업에도 진출해 매출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처럼 시대에 맞게 변화와 혁신하기 위해서는 업의 본질인 맛, 서비스, 청결과 분위기는 당연한 것이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 더 구체적인 대응 전략으로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키워라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가라 ▲디지털 전환과 푸드테크를 접목하라 ▲비즈니스를 재설계하라 ▲업의 본질을 잃지 말라 ▲철저히 준비하고 혁신하라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대 전환의 시대·격변의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관점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위기는 곧 새로운 성장의 기회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