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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다다 박한아 대표  <통권 46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4-03-29 오전 04:08:51

공간의 가치 만드는 디벨로퍼

익선다다 박한아 대표




식당들이 잘 되면 상권도 활성화된다. 반대로, 입지와 상권이 좋으면 식당 운영도 한층 수월해진다. 이처럼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박한아 대표는 도시재생과 공간 기획을 통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어 한다. 그 안에서 식당도 외식업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30대의 그가 기다리는 프로젝트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스물여덟, 리포터 꿈 뒤로하고 공간 공유기업 창업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든 그 상황에서의 생각과 고민이 깊다. 20대 중반의 박한아 대표도 그랬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6시 내 고향’ 리포터를 꿈꾸는 발랄한 대학생이었지만, 방송국 일을 하기 위한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시험이나 테스트를 봐도 늘 떨어지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던 때였다. 하지만 본래 성향이 적극적이고 낙천적인지라 그저 멍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지만은 않았다.
“20대 중반엔 부동산 TV나 경제 TV를 자주 봤다. 취업 준비가 잘 되지 않으니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거나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도 했고. 그 와중에 방송국이나 언론사 일이 박봉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한 법인의 자산운용팀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방향을 새롭게 고민하며 찾아봤다. 우선,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한국에서 해보기로 했다. 부모님께 1000만원을 빌려 방 2개짜리 집을 대여했고, 내가 머무는 방 외의 공간들은 다시 다른 이들에게 대여했다. 즉, 게스트하우스로 수익을 만들고자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은 많았고 월 단위의 안정적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구들로부터 약간의 투자금을 받아 게스트하우스 숫자도 늘려나갔고, 매달 그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며 서울 양재·논현, 경기도 양평 등 20곳의 공간으로까지 확장했다. 공간 공유기업 ‘강남다방’을 창업한 것도 그때였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여덟.


두근거림, 익선동 프로젝트의 시작
그러던 중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장소를 알아보려 우연히 서울 익선동을 찾아가게 됐고, 그곳의 골목과 옛 건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서 오래된 골목, 건물의 느낌을 마주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고 단순히 게스트하우스를 대여하는 게 아니라 구역 전체를 색다른 느낌으로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어서, 당시 아트디렉팅 전문가인 박지현 대표(현 익선다다 공동대표, 익선다다 트렌드랩 대표)를 만나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어느 한 구역을 새롭게 꾸미고 브랜딩 하는 건 해본 적이 없었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부딪히고 도전하기를 반복했다.”
허름한 건물을 부티크 호텔로 변화시키는 ‘낙원장 프로젝트’, 익선동 ‘근대 한옥마을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2014년,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하고 리모델링 비용까지 감당하면 남는 수익이 없었다. 예쁜 디자인과 기획의 브랜딩으로 식당 몇 개를 만든다고 해도 건물주가 아니라면 결국 쫓겨날 수밖에 없고, 콘텐츠만 만들어서는 돈 벌 수 없다는 걸 더 절실히 깨닫게 됐다.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산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건물주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400~500만원을 투자하면 누구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2014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그렇게 2017년까지 이어지며 카페 ‘익동다방’, 태국음식 전문점 ‘동북아’, 한옥 라운지 바 ‘별천지’, 그로서란트 ‘열두달’ 등 총 11개 매장을 오픈한다.




100억원대 투자 이끌어 낸 ‘소제호 프로젝트’
익선동 이후의 프로젝트는 대전 소제동에서 시작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만 350개, 50% 이상이 빈집이었다. 이곳에서 30채의 가옥을 매수할 계획이었는데 총 100억원이 필요했다. 대전의 공공기관과 건설사 등 여기저기 투자를 받으러 다녔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엔 도시재생을 경험해 본 익선동의 건물주와 공공기관인 충남도시가스를 통해 매수 자금을 마련한다.
“대전 소제동의 매력에 끌린 것은 땅이 가진 스토리였다. 100년 된 철도 관사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걸 기반으로 해 제대로 된 로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기존의 한옥을 응용해 기획하고 꾸몄던 익선동과 달리 대전 소제동은 모든 걸 새롭게 만들어야만 했다. 곳곳에 만든 식당이 점이 되고 또 선이 되어 연결되는 일, 당시엔 디벨로퍼로서 공공의 이익까지 고민하게 됐다.” 
2019년까지 진행된 도시재생사업 소제호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디저트 카페 ‘오아시스’, 팬케이크 숍 ‘볕’, 카페 ‘풍뉴가’, 딤섬 전문점 ‘홍롱롱’ 등 20여 개 매장을 연달아 오픈한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2020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2021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서비스 디자인 부문 본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식음료 사업,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구상 중
모든 게 쉬웠던 것은 아니다. 익선동 프로젝트를 할 때는 “어린 애들이 뭘 믿고 저렇게 과감히 투자하지? 결국엔 돈도 다 잃고 끝날 텐데”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대전 소제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서울에서 온 젊은 애들이 대전에서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부정적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세상 어느 분야에서든 새로운 변화와 시도는 ‘그거 내가 해봤는데 안 되던데’ 혹은 ‘기존에 하던 거나 잘 하는 게 위험도 없고 좋지 않아?’라는 부정적 평가와 시선에 가로막히게 된다. 그 시간을 오래 버티고 이겨내 뭔가를 만든 사람 또는 기업이 반발자국 앞서나가며 돈을 벌게 된다. 글로벌 기업 애플, 그리고 테슬라가 그랬듯.
“지금 전국엔 재개발하고 있는 지역만 880여 곳이 넘는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슬럼화되고 있다. 이 많은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식음료 관련 사업이나 브랜드, 블록체인과 토큰 증권을 활용한 비즈니스도 구상 중이다. 오래된 맛집처럼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건 우리에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익선다다는 비주얼이나 공간 기획·디자인을 통해 고객들이 멀리서도 찾아올 수 있게끔 만드는 걸 잘할 수 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 더 나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금도 꾸준히 걷고 보고 듣는 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는 평소 어떻게 얻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답한다. “한 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으면 일상 어느 곳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우연히 눈과 귀로 캐치된 사물들이 모두 그 분야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없다는 건 무엇에도 관심 없다는 뜻 아닐까. 그걸 얻는 방식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익선다다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걸 보여줄 예정이다. 우리 주변의 공간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공간 안에 흐르는 공기가 한층 더 크리에이티브 해질 수 있도록.


 
2024-03-29 오전 04:08:51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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