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엘픽’의 김수홍 셰프가 유럽 스타일을 가미한 멕시코 음식점 ‘루카즈’를 경기 판교에 새롭게 오픈했다. 김 셰프는 싱가포르 힐튼호텔, 덴마크 노마, 스페인 에체바리, 포르투갈 아헤야스 두 세이쇼, 오스트레일리아 오란자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실력파다. 여러 곳에서 경력을 쌓은 김 셰프는 제주도에서 우드 그릴 콘셉트인 엘픽을 처음으로 오픈했고 이후 지금의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엘픽은 기존 스테이크 하우스와 다르게 프렌치 기술을 사용했고 드라이에이징, 밀랍에이징 등을 이용한 숙성 스테이크를 선보이며 2024 미쉐린 빕구르망에도 선정됐다.

미쉐린에서도 인정한 김 셰프가 새롭게 문을 연 루카즈는 기존 멕시코 음식과 달리 향신료를 적게 사용하고 여러 유럽 국가의 조리 방법을 녹여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인테리어는 안락한 느낌을 주기 위해 내·외부엔 황토빛 페인트를 거칠게 덧칠해 유럽의 시골 같은 푸근함을 표현했다. 엘픽과 동일하게 루카즈에서도 우드 그릴 콘셉트를 유지한다. 때문에 특유의 나무 향이 입혀진 독특한 풍미의 요리를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김 셰프의 철학에 따라 소스부터 타코에 사용하는 토르티야까지 직접 생산하는 것을 고수한다. 루카즈는 판교 중심상권과 떨어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위치한다. 그 이유는 베드타운 상권으로 안정적인 유동인구와 함께 브런치를 즐기는 주부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타코에는 일반적으로 소양지가 사용되지만 루카즈에서는 부드럽게 타코를 즐기도록 소꼬리, 소막창, 새우를 활용한다. 소꼬리는 지방과 육질의 조화가 좋아 다양한 식감이 장점이며, 젤라틴이 함유돼 있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브레이징 기법을 사용해 소꼬리를 약불로 4시간가량 끓인 후 손으로 살코기만을 발라내는 정성도 들어간다. 소꼬리를 삶은 육수는 버리지 않고 소스로 활용해 감칠맛을 높였다. 소막창 역시 약불로 2시간 정도 삶아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하고 있다. 강한 불로 삶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고기가 질겨져 약불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는 이유다. 새우는 남해안에서 잡은 단새우만을 고집, 고객에게 좋은 재료만 제공하고 싶은 김 셰프의 마음이 담겨 있다.

김 셰프는 “소꼬리와 소막창으로 일반적인 타코와 다른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 특히 루카즈의 타코는 향신료를 최대한 배제하기에 냄새가 비교적 적은 부위를 선택해야 했다”며 “소꼬리는 지방과 육질의 조화가 어우러진 부위다. 삶거나 끓여도 다채로운 식감을 느낄 수 있고, 독특한 풍미가 있어 음식에 풍부한 맛을 배가시킨다. 소막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이기도 하고, 다른 부속 부위보다 수분이 많으며 냄새나지 않게 조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 선택했다”며 식재료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루카즈 타코는 하루 40개 미만으로 판매 수량이 한정적이다. 그 이유는 수작업으로 반죽해 토르티야를 만들기 때문. 김 셰프가 원하는 식감을 위해 옥수수가루와 밀가루의 배합 찾는 과정도 오래 걸렸다. 또 반죽숙성, 토르티야 모양내기 등의 작업도 번거롭다. 이렇게 만든 토르티야는 주문 즉시 우드 그릴에서 바로 굽는다. 팬에서 굽는 거와 달리 숯의 은은한 불이 반죽 전체를 감싸 바삭한 식감을 모든 곳에서 느낄 수 있고, 식으면서 쫄깃해져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토르티야 모양을 직사각형으로 정형해 직접 만들었다는 신뢰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식재료들이 흘러넘치지 않게 잡는 편리성도 갖췄다. 타코를 먹는 고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김 셰프의 고민 끝에 만들어진 토르티야다. 여기에 직접 만든 땅콩, 칠리소스 등을 제공해 고객의 취향에 따라 타코를 조합해서 먹을 수 있게 했다.

루카즈에서는 엘픽의 시그니처메뉴 중 하나인 단새우파스타를 리조또로 맛볼 수 있다. 단새우 리조또는 단새우를 100% 갈아서 소스로 활용해 깊은 맛이 특징이다. 토핑으로 올려지는 단새우도 횟감으로 사용하기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김 셰프의 자부심이 드러난다. 더불어 이탈리아 요리 베이스에 멕시코 스타일이 추가된 다양한 파스타도 준비돼 있다. 김 셰프는 “루카즈는 호불호가 강했던 멕시코 음식에서 벗어난 곳이다. 그러므로 고객들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다. 단순히 수익을 높이기보다는 질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싶을 뿐”이라면서 “‘핫 칠리 클램 파스타’는 저렴한 바지락을 사용하기 보다 강원도 고성 비단조개를 활용해 소스의 감칠맛을 높였고, 청양고추로 매콤한 맛을 추가해 복합적인 풍미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토르티야 외에도 모든 육류메뉴들은 우드 그릴에서 은은한 불향을 입혀 구워낸다. 김 셰프는 익힘 정도와 표현방식을 가스 불보다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우대갈비는 미국산 CAB 등급을 사용하며 달콤한 양념에 48시간 숙성 후 우드 그릴에서 구운 후 제공한다. 우대갈비는 일정한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어 테이블 위에 세련되게 배열하기 쉽고, 균일한 모양의 갈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SNS에서 자랑하고 싶은 비주얼이다. 특히 550g의 양을 7만원에 즐길 수 있어 든든한 한끼 식사를 제공한다.

글 김종훈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