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K-푸드의 본고장인 우리나라에서는 한정식당이 점점 사라져가는 가운데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하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있다. ‘벗과 함께 맛을 즐기고 멋을 노래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봉우리 한정식’은 지난 1997년에 오픈해 올해 27년째를 맞이한 노포다. 봉우리는 역삼동 본점과 을지로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창업주 이하연 김치명인에 이어 아들 장경훈 대표와 며느리 이은주 실장이 넥스트다이닝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넥스트다이닝은 봉우리 외에 360년 일본면전문점 ‘진가와’, 나가사키요리전문점 ‘타쿠미 나가사키’, 나가사키 프리미엄 돈카츠 ‘분지로’, 일본 갓포요리전문점 ‘갓포 히미츠’, 스피크이지 바 ‘코튼클럽 압구정’, 라이브재즈클럽 ‘코튼클럽 사운즈한남’, 아티장 베이커리 ‘카페 르상스’, 그리고 뉴욕에 코리안 다이닝 라운지 ‘노플렉스 뉴욕’ 등 8개 브랜드에서 2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외식전문기업이다.

최근 오픈한 을지로점은 기존 종로의 식객촌에 있었던 매장을 이전해 새롭게 선보였다. 미래에셋 센터원 건물 지하 1층 식당가에 위치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임과 기업 회식을 비롯한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른 상견례, 돌잔치, 회갑연, 각종 축하 모임 등 중요한 행사에서 맛과 멋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좌석이 룸으로 구성돼 있고, 4인부터 34인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룸을 갖추고 있어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제철 식재료와 천연 양념으로 조리한 음식은 담백하고 깔끔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식당의 평균 영업기간이 7.7년인 현실에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봉우리 한정식은 ‘사람이 먹을 음식은 가장 소중하게 다뤄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정성과 손맛을 더해 한결같은 맛과 멋을 유지하면서 가성비 높은 음식 제공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메뉴는 명인 정식, 식객 정식, 상견례 정식, 봉우리 정식 등 코스메뉴와 소고기 갈비찜 반상 등 평일 런치, 그리고 일품요리가 있다. 봉우리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명인 정식’은 제철 식재료로 만든 애피타이저를 시작으로 불고기냉채, 해산물 참깨소스 무침, 제철회, 취나물 관자구이, 반건조 민어찜, 수삼튀김 장어구이, 은대구 조림, 전복구이와 계절나물보리밥, 진갈비살구이, 남도 보리굴비, 어복쟁반, 제철 찬과 식사, 후식까지 최상의 제철 식재료를 공수해 특별한 날을 빛내주는 품격 있는 한식 상차림이다. 특히 ‘명인 정식’ 메뉴명은 실제로 이곳 창업주인 이하연 대표가 ‘해물섞박지’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하는 전통식품명인 58호에 지정되면서 붙인 상징적인 메뉴이기도 하다. 이하연 명인은 “봉우리 한정식에서 사용하는 김치는 국내산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손질하고, 인공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김치를 담가 내 가족이 먹는 밥상을 차려낸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더해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제철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 영농조합법인 봉우리 김치 제조 업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우리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와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되 음식의 맛과 품질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 기본이 탄탄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 명인이 직접 담근 묵은지로 요리한 묵은지 김치찜을 비롯해 백김치, 순무김치,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김치를 제공하는 것도 이곳만의 경쟁력이다. 

한식, 일식, 이탈리안, 프렌치, 베이커리 등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넥스트다이닝의 메뉴 개발력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서양의 조리기술을 더해 한국적이면서 창의적인 음식을 제공한다. 보리쌀을 리조토 형식으로 조리해 다양한 요리에 곁들이거나 모든 음식의 양념을 소스화 해 누가 조리를 하더라도 항상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완벽히 구축해 놓았다. 단골 고객들이 재방문을 하더라도 항상 새로운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계절감이 느껴지는 제철 식재료를 잘 활용하고 있다. 또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보리굴비는 먹기 좋게 손질해 제공하고, 언제나 모든 손님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서비스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봉우리 을지로점은 캘리그래피 강병인 선생과 협업한 한글 캘리그래피가 특징적이다. 한식과 한글을 기반으로 한국을 상징하는 연결고리가 캘리그래피다. 매장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 상호부터 강병인 선생의 작품이 시작된다.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커다란 붓으로 그려진 한 획이 길게 이어지고, 이는 룸으로 이어지는 벽면까지 연결돼 있다. 봉우리 역삼 본점을 발판으로 시작된 넥스트다이닝의 출발을 의미하는 한 획이자 외식업계의 한 획이 되길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작품으로 직접 현장에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어 굵은 터치감이 돋보이는 소나무 작품은 끝없는 상상을 펼치게 만든다.  

전체 공간은 비즈니스 고객이 많은 지리적 특성과 코로나19로 인해 룸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모든 좌석을 룸으로 구성해 고객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룸에도 꿈, 숲 등을 주제로 한 강병인 선생의 캘리그래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전체적인 공간은 차분한 반면 작품은 빨강, 초록, 노랑 등 강렬한 색감의 캔버스 위에 캘리그래피가 그려져 있어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글 육주희 기자  사진 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