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수연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힙지로’가 된 을지로는 물론 편집숍이 많기로 소문난 성수와 합정동 등에도 식음료를 즐기면서 쇼핑할 수 있는 복합 공간들이 탄생하고 있다. 각 브랜드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는 가운데 심리적으로 문턱이 낮은 식음료 매장을 입점시켜 모객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5월 성수에 문을 연 키스(Kith)에서는 액세서리, 의류 등이 있는 패션 매장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트리츠(Kith Treats)와 레스토랑 사델스 서울(Sadelle’s)을 운영 중이다. 식사 후 쇼핑하는 고객, 쇼핑을 하러 왔다가 식사하는 고객들의 상호작용으로 고객 유입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과천에 위치한 마이알레에서는 레스토랑과 카페 역할을 하면서 식물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숍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과 힐링 키워드로도 유명한 대형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느끼도록 하고 라이프스타일숍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자체 제작 굿즈 및 편집숍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엔 진열만으로도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인테리어 효과를 가져다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스플레이와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쇼핑을 위한 방문을 끌어낼 수 있다. 또 고객들은 레스토랑을 이용하러 왔다가 좋은 경험을 하고 선물과 기념품으로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레스토랑과 편집숍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해 다음번에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재방문을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나 장·단점은 있는 법. 음식을 파는 곳이지만 음식 외에도 상품의 선택 및 주문, 유통기한, 포장, 진열 등 꼼꼼하게 확인할 사항이 많다. 

고객 입장에서는 레스토랑과 편집숍의 장점을 모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브랜드는 두 가지 숍의 상호작용으로 고객 유입을 활성화하고 매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다. 편집숍을 겸한 레스토랑 및 카페들이 다양한 시너지 효과 내기를 기대해 본다.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했고 와인숍도 운영한 바 있는 박효성 대표는 레스토랑과 와인숍 두 곳의 보완점에 대해 고민했다. 레스토랑에서는 고객들이 합리적인 금액의 와인을 원하고, 와인숍에서는 페어링할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낀 박 대표는 두 가지를 결합한 와인포럼을 시작했다. 

와인은 보관이 중요하기에 진열장은 북향으로 배치하고, 천장도 스톤 재질로 디자인해 동굴을 연상케 하는 중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홀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와인 진열장이 있고 두 개의 창문이 난 룸 앞에는 와인셀러가 자리한다. 밖에는 테라스가 있는 넓은 공간으로, 널찍한 간격의 테이블이 있어 와인과 음식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와인포럼의 메뉴판은 일러스트로 이곳의 특징을 재미있게 풀어내 멋스런 공간에 다시 한번 눈길을 가게 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그리스 전통 소스인 차즈키 소스를 활용한 ‘그릴드 버터 포테이토 앤 차즈키 소스’와 좀 더 본연의 재료에 집중한 ‘레몬 바질 파스타’가 있다. 시즌 메뉴인 ‘우니보트’는 아보카도와 단새우를 활용했다. 300종의 와인은 고객 취향에 맞춰 추천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점포에서 구매 가능함은 물론 딜리버리 서비스도 가능하다. 와인포럼에 직접 방문해 와인만 구매하는 경우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지만 딜리버리 서비스와 날씨에 따라 매출 비율이 달라지며 레스토랑에 방문했다가 와인숍을 이용하는 고객도 많다. 

박 대표는 와인포럼과 함께 생산적인 단계, 즉 스토어 등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가을에는 시즌 메뉴로 동태를 활용한 생선 메뉴를 준비하고, 겨울에는 테라스 공간에 야외 텐트를 만들어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와인포럼은 방문 고객과 소통하며 재방문을 이끌어 내고 고객의 피드백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페인트커피&바 성북점은 다채로운 제품들로 빼곡한 진열장 중앙에 크라놀라(크럼블+그라놀라)가 진열된 제품이 눈에 띈다. 진열장 위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문을 열면, 뜻밖의 또 다른 내부가 펼쳐진다. 외부만 보면 해외 잡화를 취급하는 일반 그로서리 페인트커피&바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부 공간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굿즈 상품은 물론, 각종 브런치와 커피, 음료, 주류 등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크림 라떼를 즐길 수 있는 ‘페인트라떼’와 ‘플랫화이트’가 인기 메뉴며, 치즈가 들어간 ‘잠봉프로마쥬’는 수제 저염 잠봉을 사용하고 소스까지 곁들이면 식사대용으로도 좋다. 바게트는 기호에 따라 하몽이나 치즈를 구입해 취향껏 메뉴를 D.I.Y.할 수 있다. 이곳에선 와인도 판매하고 있어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치즈류도 다양하다. 와인 한잔에 치즈 한 조각만 썰어서 캐주얼하게 즐길 수도 있다. 

직접 기획한 티, 에코백, 컵 등의 굿즈 상품 또한 인기다. 캔커피, 드립백은 물론 크럼블과 그라놀라가 조합된 크라놀라는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을 수 있으며,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그로서리를 에코백에 담아 가는 이벤트 진행 후, 굿즈 구매율이 높아지면서 제품을 더욱 늘리고 있다. 

페인트커피&바는 편집숍을 겸한 레스토랑에 대한 고객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판매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포장, 유통기한, 디스플레이까지 꼼꼼히 신경 쓰고 있다. 제품 자체가 점포의 인테리어 되어주는 페인트커피&바는 연말에 참여할 카페쇼를 준비하고 있다. 또 커피, 크라놀라, 요거트군을 묶어 오피스 상권에서 테이크아웃 위주의 콤팩트한 라인, 그리고 홀과 브런치, 와인이 강화된 브런치 바 라인이라는 두 가지 플랜으로 지점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오케이어 맨션은 브랜드 마케터였던 김은경 대표가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오랜 꿈을 안고 본격적으로 1년 동안 준비해 오픈한 공간이다. 김 대표는 김치볶음밥을 먹던 분식집에서 책이 꽂혀 있던 것이 위로로 다가왔던 기억처럼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기반으로 다른 것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구매해 읽다가 출출할 때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 바질 토마토, 피스타치오 등 세 가지 종류의 오케이 베이글이 이곳의 인기 메뉴다. 봄에는 딸기, 가을에는 무화과로 계절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무화과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면서 오케이어 맨션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오케이어 맨션엔 책, 문구용품, 연필 등 굿즈들과 함께 항상 생화가 놓여있다. 생화를 촬영하고 이를 엽서로도 판매하고 있으며 책 구매 시에도 생화와 함께 포장해준다. 책을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고르는 마음을 담은 포장은 오케이어 맨션의 시그니처로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책을 읽고 음식을 즐기면서 머무를 수 있는 오케이어 맨션은 읽던 책을 키핑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기에 단골이 많다. 굿즈 중 연필, 마스킹 테이프 등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며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판매하는 굿즈의 종류도 갖추고 있다. 

오케이어 맨션의 한쪽 벽은 고객들이 남긴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이곳을 오래 운영해달라는 고객들의 바람처럼 수익성을 책 외에도 카페와 굿즈라는 방법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마케터답게 SNS에 오케이어 맨션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사진들로 매일 콘텐츠를 올려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포털사이트 순위도 놓치지 않는다. 오프라인으로는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주기 위해 매월 행사를 준비한다. 전시 공간을 통해 작가가 추천하는 책을 진열하기도 하고 시집의 페이지를 벽에 붙여 고객들이 가져갈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시즌에 따라 바캉스 콘셉트의 책을 선보이며, 환경에 대해 고민하며 중고 서적도 서로 교환하는 행사도 계획 중이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4년 8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