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를 즐기며 한국의 멋에 녹아드는 시간
아리랑도원
세련되고 도시적인 카페나 레스토랑이 인기를 끄는 요즘, 우리만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출사표를 던진 특별한 카페가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아리랑도원은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로 벌써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곳곳에 녹여낸 이곳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 가득한 아리랑도원은 커피, 브런치, 베이커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에 세심한 정성이 배어있다.
글 신은주 기자 사진 이작가
지속 가능한 대형카페에 대한 확신
아리랑도원은 ‘Love yourself’를 모토로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자 스테이데이원이 새롭게 출범한 대형카페 브랜드다. 지난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삐벳버거'를 론칭했으며, 그 이후 한남동의 핫플레이스로 성장하며 현재 4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김건형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무너질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지인의 대형카페 기획에 참여하게 되면서 점포 운영과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쌓았다. 이를 통해 대형카페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
김 대표는 최근 인기를 끄는 대형카페들이 대부분 건물주 직접 운영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아리랑도원은 건물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음식과 커피, 공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형카페를 추진했다. 특히 경기도 김포, 일산, 고양, 파주 등지에 대형카페가 활발히 포진해 있는 반면, 용인 지역에는 명성 높은 대형카페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만이 가진 아름다움 살려낸 이색적 공간
김 대표는 햄버거집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음식’을 통해 만족감을 주고 싶었다. 그는 카페를 단순히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끝나는 실험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편안함이 있는 공간',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 신념에서 출발해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공간을 기획하게 됐다. 옛 조상들이 즐겼던 편안한 공간을 모티브로 풍류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커피 로스팅하는 모습을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등의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며 부족사회가 있는 오지에서 두 달 정도 지낸 적이 있다. 그곳 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 타투를 구시대의 유물로 여겼지만, 외지에서는 그것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 전통문화 역시 정작 우리 자신에게는 충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리랑도원을 통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쉼’에 투영한 한국 고유의 美
아리랑도원에 들어서면 높이 12미터에 달하는 탁 트인 공간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으며, 자연스럽게 마음의 쉼을 느끼게 한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한쪽 벽면 상단에 입체적으로 형상화된 일월오봉도다. 그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함께 992㎡에 이르는 넓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물길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선사한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리랑도원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일월오봉도는 단연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다. 맞은편 벽면에 펼쳐진 대형 수묵화는 해가 지거나 조명이 바뀔 때마다 장관을 연출하며, 산과 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전통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수묵은 흑백의 제한된 색상 속에서도 여백을 통해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며 이 공간에서 사색에 잠길 수 있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점포 곳곳에 배치된 자개 진열장과 거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커피 패키징에도 자개 이미지를 담아 아리랑도원의 정체성을 강조했으며, 매장에서 직접 만든 식혜와 커피잔도 공예작가가 빚은 달항아리 작품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유니폼 또한 도복을 연상시키는 전통 의상을 채택해 눈길을 끈다.
아리랑도원은 우리 문화와 전통을 담아내는 만큼 커피와 베이커리, 브런치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카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원두와 커피를 시음하며 무엇이 좋은 커피인지 깊이 연구했다. 서양인의 입맛에 맞춘 산미 있는 원두가 많지만 이는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지 않아 이를 조화롭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좋은 음식은 좋은 식재료와 맛에서 시작된다고 믿기에 베이커리에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빵을 만들고, 브런치 메뉴에는 조선향미쌀을 활용한 밥 메뉴를 포함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 썼다. 앞으로 아리랑도원은 경주나 전주 같은 전통 도시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4년 9월호를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