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수연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안재훈

(주)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외식업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 보는 ‘배민트렌드 2024 가을·겨울편’에서는 ‘로우 스펙 푸드(Low Spec Food)’도 배달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우 스펙 푸드는 음식 본연의 맛은 즐기면서 건강을 고려해 칼로리, 나트륨, 카페인 등을 줄인 것이다. 배민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칼로리 키워드가 들어간 메뉴의 주문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배가 늘었고, 같은 기간 저염 메뉴는 2.6배, 디카페인 커피 등의 메뉴 주문 수도 1.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기업에서도 로우 스펙 푸드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농심에서 식물성 대체육을 간편식품에 적용한 ‘베지가든’, 풀무원에서 식물성 지향 식품을 선보이는 ‘지구식단’ 등의 비건 브랜드는 물론, 편의점에서는 제로 음료가 인기를 끌고 커피 브랜드에서는 디카페인 선택지를 확장하고 있다. 

아무리 건강을 강조해도 고객들의 선택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이다. 저칼로리, 저당, 저염, 무첨가 등을 지향하는 업소에서는 맛을 위한 비결을 하나같이 ‘재료’라고 강조한다. 저당이더라도 고기, 채소 자체에서 나오는 단맛이 있으며 소스를 활용해 짠맛을 낸다. 재료비 때문에 가격, 상권, 마진 등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단점도 있다. 또한 대체 재료를 이용하는 레시피로 일반 음식의 맛에 대한 고객 기준을 충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 메뉴 개발자들의 고충이다. 

외식이 일상식이 되는 상황 속에서 건강을 위해서는 갈수록 로우 스펙 푸드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다. 여전히 짠맛, 단맛, 매운맛 등과 같이 자극적인 맛이 각광받고 있는 반면, 외식 형태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이들 또한 늘고 있는 것이다. 익숙하고 자극적인 맛과 로우 스펙 푸드의 맛에 대한 차이를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향후 로우 스펙 푸드가 하나의 외식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미플랜트랩의 메뉴 개발은 식물성 재료의 특성과 균형 잡힌 영양을 충분히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풍성한 채소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치즈 야채 피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세몰리나 밀가루를 반죽해 구운 피자다. 토핑으로 가지, 호박, 파프리카, 양파 등의 채소를 조리해 올렸다. 구운 채소 맛의 풍미와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대체 식재료를 직접 만들어 요리에 사용하는 남미플랜트랩은 캐슈넛을 이용한 비건 크림치즈를 ‘치즈 야채 피자’에도 활용한다.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메뉴를 개발한 ‘라구 라자냐’는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대체육을 이용한 메뉴다. 스푼으로 떠서 크게 베어 먹는 ‘라구 라자냐’는 고기를 넣지 않았음에도 일반 라구 소스와 차이가 없는 맛을 낸다. 흔히 치즈로 인해 칼로리 폭탄이라 여겨지는 라자냐를 로우 스펙 푸드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삶은 파스타 면이 하루 안에 모두 소비될 정도로 인기 있는 ‘크림 파스타’는 캐슈넛을 이용한 크림을 끓여 면을 넣고 파슬리, 올리브유, 블랙 올리브 등 고명을 올린다. 

이효로, 김경열 공동대표는 “제철 채소, 과일, 견과류, 곡물을 선별해 메뉴를 개발한다. 지금은 가지가 제철이다. 가지의 식감을 싫어하는 분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조리했다”고 한다. 남미플랜트랩은 비건 디저트 카페인 ‘거북이’와 비건 베이글을 판매하는 ‘더 래빗’을 같은 골목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칭 비건 스트리트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백화점의 팝업 스토어에 참여하고 있으며, 자체 공장에서 직접 소스를 만들어 볶음 소스, 바질 페스토 등을 온라인으로도 판매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데니스타코는 특색 있고 건강한 맛을 위해 홈메이드 소스를 사용한다. 큐민, 오레가노, 고수 파우더, 칠리 파우더, 마늘 파우더, 양파 파우더, 생강 파우더 등 향신료 11가지를 배합해 고기를 양념하면서 레시피를 개발했다. 

데니스타코의 ‘타코’는 화려하지 않다. 또띠아 위에 재료를 올리고 접어 먹는 메뉴로, 소스와 채소에 고기 맛이 가려지지 않도록 고기를 넉넉하게 넣고 불향을 입혀 고기 식감에 집중했다. 0.8~1cm의 큐브 고기를 사용, 고기 속까지 간이 스며들도록 향신료로 고기를 재운다. 그리고 고기를 24~36시간 숙성시킨 후 육즙을 지키기 위해 강불에 그을리듯 순간적으로 볶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타코에 부어 먹는 살사 소스는 데니스타코만의 소스로, 맵고 달고 시고 짠맛을 내 타코와 궁합이 좋다. 데니스타코는 포크, 치킨, 비프, 피시, 쉬림프 타코를 판매하고 있다.

‘부리또’ 메뉴에서는 밥을 강조했다. 쌀을 볶아 넣으면서 밥이 알알이 뭉치지 않고 탱글 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또 부리또는 타코와 달리 콩을 사용하며 조리에서부터 살사 소스가 들어간다. 샤워크림, 고기와 치즈, 약간의 칠리소스, 양파, 토마토, 양상추를 또띠아에 넣어 돌돌 말아서 먹기 간편한 형태로 만들어져 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포크, 치킨, 비프, 피시 부리또를 판매 중이다.

고객들이 타코나 부리또를 먹으면서도 꼭 곁들이는 메뉴로, 송파점의 매출을 올리는 일등공신이었던 ‘텍사스 치즈 프라이’는 감자튀김 위에 체다 치즈와 모짜렐라 치즈를 뿌리고 토치로 녹이는 과정이 독특한 메뉴다.

텍사스 소스, 치폴레 소스, 요거트로 만든 요거 소스, 와사비가 들어간 스팅 치즈 소스, 데니스 치즈 소스, 코울슬로 소스 등 총 여섯 가지의 유니크한 소스를 개발해 브랜드 정체성을 다지고 있는 데니스타코는 가맹 사업도 준비 중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철학을 가진 슬런치 팩토리는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요리를 제공한다. 첨가물을 배제하고 자연에서 온 재료 그대로를 조미 및 감미료로 쓴다. 시그니처 메뉴인 ‘슬런치 페퍼로니 피자’는 고전적인 페퍼로니 피자의 맛을 재현하면서도 비건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한다. 반죽 위에 자체 개발한 비건 페퍼로니와 비건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 구워 동물성 재료 없이도 풍부한 맛을 내고 있다.  

에그 베네딕트를 재해석한 ‘토푸 베네딕트’는 신선하고 부드러운 순두부와 아보카도 과카몰리, 발사믹 글레이즈드 버섯 등을 활용한 메뉴로, 슬런치 팩토리가 개발한 비건 홀랜다이즈 소스가 메뉴의 풍미를 더한다. 

매일 솔드 아웃 되는 메뉴로 인기를 누리는 ‘그린 시금치 뇨끼’는 전통 이탈리아 방식의 뇨끼에서 버터와 계란을 대신해 식물성 버터와 대체 달걀 파우더를 사용한 비건 버전이다. 국내산 수미감자를 78% 넣은 뇨끼로, 직접 개발한 비건 화이트소스와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토마토 모짜렐라 샐러드’의 모짜렐라 대신 두부를 넣고, ‘버섯 두유 크림 리조또’에는 생크림 대신 두유로 대체하는 등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찾는 방법으로 메뉴를 구성해 브랜드 고유의 메뉴로 만들고 있다. 또한 슬런치 팩토리는 다중 채널 사업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타르트, 뇨끼, 잠봉뵈르 등을 판매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식당을 운영하며 브랜드의 접근성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채식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