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주연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이작가 

한가향은 1호선 도봉역에서 1km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외곽에 온 듯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한가향이 위치한 곳은 예전 그린벨트 지역이었기 때문에 자연경관을 살릴 수 있는 건물을 짓는 데 주력했다. 외벽은 화강암 재질의 회색으로 도드라지지 않게 했으며 기와를 이용하지 않았다. 한정식 전문점의 특색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음식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물과 주차장 옆쪽에는 주렁주렁 모과가 매달린 모과나무가 한가향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서 있어 고객들의 시선이 머문다.

널찍한 주차장을 통해 입구로 들어가면 총 300m2 규모의 내부를 만날 수 있다. 내부는 샌드 베이지 컬러와 간접 조명으로 그윽한 분위기를 가진 홀, 접이식 문을 이용하면 4개로 나눌 수 있는 룸 그리고 안쪽에 주방이 있다. 홀은 한정식은 물론 어떤 메뉴와도 잘 어울리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룸은 각각 작은 문으로 외부 정원과 연결돼 있어 답답함을 주지 않는다. 홀과 룸은 복도로 구분돼 있어 고객들이 이동하거나 직원들이 서빙을 할 때 동선이 편안하다.

옆문으로 나가면 한가향의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는 장독대를 만날 수 있다. ‘기순도 명인’으로부터 장을 배우면서 담양에 장독대를 만들었는데, 같은 방식으로 한가향에도 만들어둔 것이다. 자칫 포토 스팟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장독은 한승윤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소중한 컬렉션이다. 장독에는 간장, 된장 등이 최적의 상태로 숙성되고 있으며, 최고의 맛이 되었을 때 한가향 고객들도 그 깊은 장맛을 만날 수 있으리라. 야외에 자리한 테이블은 특별한 고객들과 함께 바비큐를 즐기는 곳으로, 양식을 메인으로 운영하던 메이다이닝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장독대 옆 돌계단을 오르면 예상치 못한 정원이 나타난다. 2만m2의 넓은 정원은 시크릿 가든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한가향 건물이 작게 보일 정도로 넓은 공간이 펼져진다. 두 명의 조경사가 꼼꼼하게 관리하는 수백 그루의 나무들은 사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자유롭게 걷고 싶은 곳 어디로든 걸을 수 있으며, 부담 없이 산책을 즐기다가도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을 곳곳에 마련해 두어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한가향이 위치한 ‘무수골’, 즉 근심이 없는 동네라는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정원을 지나면 한가향 이용 고객만 올 수 있는 카페 ‘천천히 가는 시간’이 있는데, 에스프레소 커피와 캡슐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카페를 지나 작은 분수대를 지나면 예식홀로 사용되는 공간이 있다. 실제로 야외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으며, 야외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부부라면 한번 고려할 만하다. 자연의 느낌을 가득 담은 데다가 한가향의 다양한 코스 요리로 피로연까지 할 수 있어 올해 예약은 이미 다 차 있다. 또한 예식 공간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잘 관리돼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도 좋다.

한가향은 평일, 주말 등 구성을 다르게 한 다양한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데, 집에서 쉽게 해 먹기 어려운 메뉴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 메뉴로 탕평채, 신선로, 수육, 구절판 등이 있는데, 음식마다 각각 간을 다르게 해 재료 최적의 맛을 살리고 있다. 물론 모든 음식이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할 일도 많지만 가장 원형에 가까운 음식 맛을 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전통 방식에 가장 가까운 맛과 형태의 한정식을 추구하며, 맛 그 이상의 ‘간을 맞추는 것’에 주력하면서 한가향을 통해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