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임나경 편집장  사진 이경섭 실장

탭샵바는 바(Bar)와 숍(Shop)으로 분리된 와인 산업 구조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공간이다.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춘 신개념 바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았던 와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스펜서를 통해 다양한 와인을 저렴하게 테이스팅할 수 있도록 탭(Tap) 기능을 접목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금액을 충전하면 다양한 와인을 몇 종류든 테이스팅하며 즐길 수 있다. 물론, 와인도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탭샵바는 지역 특성에 맞게 점포 분위기를 달리해 다채로운 공간을 기획, 젊은층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오는 11월 15일 오픈 예정인 합정점은 합정역 H스퀘어에 입점한다. 점포 규모는 760㎡로 기존 점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합정점은 창업비용이 10억원 가량 드는데, 9억4000만원의 개인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자는 총 30명으로 1000만원부터 다양한 금액대로 투자받았다. 이곳에 투자하신 분들은 탭샵바 가맹사업을 하고 싶어 오셨던 분들이나 탭샵바 고객,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분들 등 다양하다. 알파랩이라는 외식업 투자 운영사를 통해 개인투자조합을 만들어 진행할 수 있었다. 탭샵바 6호점부터는 기업 펀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탭샵바는 단순히 와인을 즐기는 공간이 아닌 와인 리테일 소매업을 O2O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와인의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소매시장이 2배로 커졌다. 한국의 주류 플랫폼은 여전히 결제만 되지, 픽업지에서 신분증 확인의 절차를 거친다. 바로 배송이 안 된다. 하지만 거점지는 대량 와인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하는데, 인력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탭샵바는 온라인 시장의 창고이자 음식점으로도 활용해 여러 가지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올해까지 6~7호점을 오픈한 뒤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을 본격 가동해 향후 소매 시장의 50% 선점을 목표로 한다. 와인시장은 결국, 가장 좋은 와인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소싱할 수 있는 물량에서 나온다. 탭샵바는 그런 구조가 가능한 샘플링을 만드는 중이다.

탭샵바는 현재 1400여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으며, 직접 시음이 가능한 탭은 80종으로 2주에 한 번씩 교체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와인 100~160가지 이상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신이 마신 와인리스트와 정보를 알 수 있어 와인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또 와인과 잘 어울리는 페어링 음식 22종도 함께 제공한다. 대표 메뉴인 ‘오이스터’는 24시간 내 통영에서 올라온 신선한 ‘삼배체’ 굴만을 사용해 인기다. 루꼴라 치즈 떡볶이, 토마토 블루베리 브라타, 엔초비 파스타, 하몽 부라타, 스테이크 등도 인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영국 왕립농업대학에서 와인을 공부하고, 와인비즈니스 석사과정을 밟는 동안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하고, 다양한 와인바에서 소플리에로 활동하는가 하면 MD로도 일했다. 졸업논문으로 ‘한국시장에서 와인의 대중화’라는 내용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와인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됐다. 한국 와인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만큼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20살 때 스타벅스 에스프레소를 먹고 너무 맛이 없어 “사람들이 이걸 왜 마시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한두잔씩 마시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와인 역시 한국인들이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동안 와인이 너무 어렵고 비싸게 접근해왔기에 기회가 없었던 거다.  

지난 2009년에 한국에 들어와 와인 수입사 MD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실무와 국내 와인시장에 대해 섭렵했다. 급기야 ‘와인주막차차’를 창업하면서 20여개까지 가맹사업을 전개했고, ‘한잔차차’도 10개까지 운영했다. 이 외에 ‘차차등심’ ‘스테이크슈퍼’ ‘부라타랩’ ‘와인도깨비’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재미있는 것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점포 문을 많이 닫았는데, 이 시기를 거치면서 와인시장이 커졌고 결국 ‘탭샵바’라는 콘셉트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었다. 점포 문을 닫을 때마다 힘들었지만 그런 여정이 있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한국에서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결국엔 해외진출을 위해서다. 뉴욕시장이 탭샵바의 콘셉트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내년 1년 동안 국내에 전개한 탭샵바 매출과 영업이익을 충분히 재점검한 뒤, 뉴욕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전략적인 파트너가 나타나는 곳에 먼저 오픈을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엔 배달서비스 외에 구독서비스도 전개할 생각이다. 일정 비용의 구독서비스 신청 고객을 대상으로 가정용 탭테이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싶다. 매월 와인을 제공하고, 질소 교환 및 세척 서비스를 하는 등 정수기 업체에서 진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모든 온라인 커머스를 총 망라하는 앱 론칭은 선불권 사업과 연계돼 있어 다소 늦어지고 있다. 내년 3월경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앱서비스 이후엔 고객이 와인을 즐긴 이력에 따라 와인 등급과 포인트를 제공해 다양한 와인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일반적으로 문턱이 높아 불편하기도 하지만 멋있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와인의 퀄리티나 그 위상은 잘 유지하면서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게 즐기는 공간을 연출하고 싶다.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와인의 기본적인 이미지들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다. 한때 일부에선 고객이 와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혹은 손잡이 없는 스템 와인잔을 활용했는데 그건 아니다. 내가 모든 잔에 와인을 마셔봤는데, 와인은 손잡이가 있는 유리잔에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다. 탭샵바는 와인 동호회나 와인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와인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또 점심시간에 식사로 메뉴를 주문한다거나 스페셜티커피도 제공해 고객들이 낮 시간대에도 즐겨 찾는다. 카페를 찾듯, 이곳 역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