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리보는 트렌드 & 키워드
2024년의 마무리, 그리고 2025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뒤만 돌아보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 2024년엔 어떤 이슈들이 있었고, 또 2025년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전체의 그림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2024년으로부터 2025년까지 이어질 이슈와 사건들, 그리고 각 분야의 젊은 외식인 12인에게 듣는 ‘2025년 예상 트렌드’에 이르기까지 한 해의 마무리와 함께 또 다른 출발을 준비해 본다. - 편집자주
2024 외식업계 10大 뉴스
올해 외식업계는 다양한 이슈 속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폐업 사례가 늘어가며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진 한편,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하지만 개정된 김영란법, 외국인 근로자(E-9) 채용 확대, 배달비 상생안 등은 외식업계에 새로운 기대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프랜차이즈의 M&A, 초저가와 가치소비의 공존, 비건 및 대체식품 트렌드는 2025년 외식업계의 흐름을 또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글 임나경 편집장 사진 월간식당DB
1 최저임금 9860원? 고용축소, ‘나홀로 경영’의 시대
2024년 최저임금 시급이 9860원으로 인상되면서 외식 자영업계와 소상공인들이 ‘한숨 경영’에 돌입했다. 업계는 “최저임금 결정이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7년 동안 무려 52.4% 오른 과속 인상이 결국 고용축소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계는 ‘고용축소’와 ‘나홀로 경영’ 시대에 들어선 셈이다. 업계는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했으나 설상가상으로 2025년엔 전년대비 1.7%(170원)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돼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러다 우리 모두 ‘나홀로 경영’의 시대를 맞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2 김영란법 5만원 ‘상향’ 외식업계 함박웃음?!
2024년 8월 27일부터 ‘김영란법’의 식사비 한도가 마침내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를 두고 외식업계는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김영란법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직무 수행,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3만원 이하 음식물만 받을 수 있게 제한해왔다. 이로 인해 외식업계는 소비자들의 외식문화 위축과 함께 큰 부담을 느껴왔던게 사실. 그러나 20여년 만에 5만원으로 상향되면서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여파와 경기불황 속에서 경영안정의 새로운 희망을 엿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도 마음 편히 외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3 프랜차이즈 M&A 열풍, 돈방석(?)에 앉다
2024년,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M&A 시장이 그야말로 ‘핫’했다. 명륜진사갈비 브랜드를 운영하는 명륜당은 포레스트파트너스에 1600억원에 경영권을 넘겨줄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컴포즈커피는 필리핀 식품기업 졸리비푸즈에 4700억 원에 매각돼 창업 10년 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일명 요아정은 삼화식품공사와 PE에 인수됐다. 이 외에도 매각돼 투자금 회수 시점이 다가오는 노랑통닭, 메가MGC커피, 맘스터치와 같은 브랜드의 행보도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4 외식업계 줄줄이 폐업 및 파산 위기!
2024년 외식업계는 혹독한 한해였다.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종 점포는 6290곳으로, 1분기의 5922곳보다 많았고, 코로나19 당시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프랜차이즈들도 잇따라 파산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과의 ‘차액 가맹금 반환 소송’에 패소해 210억 원을 지급하게 돼 기업 회생을 신청했고, 인쌩맥주는 상표 소유권 문제로 인해 상호명을 사용할 수 없게 돼 본사가 피해보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망원동 티라미수도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2024년 외식업계의 파산 소식이 내년에도 지속될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5 2024년 외식업계 두 얼굴 ‘초저가’와 ‘가치소비’
올해 외식업계에선 그야말로 ‘초저가’ 바람이 거셌다. 이자카야 콘셉트의 1900원 생맥주전문점이 급성장하며 업계 전반에 퍼진 이 열기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업계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한편 ‘초저가’ 만큼이나 뚜렷한 또 다른 흐름은 한 번 소비할 때 아낌없이 즐기는 ‘플렉스’였다. 한 끼 식사에 20~30만원을 소비하는 파인다이닝이나 오마카세, 일식 외에 다양한 업종에 ~카세를 붙이는 트렌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졌다. 즉 가성비를 중시하면서도 ‘나를 위해’ 한 번쯤은 제대로 즐기고자 하는 트렌드가 뚜렷이 나타났다.
6 외국인 근로자(E-9) 채용 확대, 인력난 해소될까?
정부는 외식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7월 19일 외국인력(E-9) 도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식뿐만 아니라 중식, 일식, 서양식 등 다양한 외국식 업종에서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됐으며, 지역 제한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또 5년 5인 이상 또는 7년 5인 미만의 기존 업력 제한 기준도 종사자 수 상관없이 5년 이상으로 완화되며, 주방보조 업무는 내국인 구인이 어려운 한식 및 외국식의 직종으로 한정했다. 외국인력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고용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됐다. 이번 조치로 외식업계는 고용창출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 배달 수수료 ‘2.0~7.8% 협의’ 상생방안 맞나?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지난달 14일 12차 회의에서 배달비 수수료를 2.0 ~7.8%로 낮추는 상생안에 합의했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제출한 새 상생안을 들고 12번째 회의를 진행, 이 같은 개선안을 발표했다. 공익위원들은 이 방안이 입점업계의 기대에 미치진 못하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반면 한국외식산업협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입점업체 대표자 단체들은 상생안 발표 하루 만에 국회의사당과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며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8 컬래버레이션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식품 및 외식업계가 컬래버레이션과 팝업스토어 황금기를 맞았다. 식품기업은 물론 모빌리티, 패션, 주류, 제과, 베이커리 등 다양한 브랜드가 색다른 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외식 브랜드들이 외식업체와의 협업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신선하고 특별한 기획과 이야기가 담긴 구매 트렌드가 형성되었기 때문. 브랜드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통해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전달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는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사 브랜드만으로는 불가능했던 프로젝트를 협업으로 실현하고 다양한 고객층 유입과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9 대체식품 및 비건 푸드 열풍
최근 식품 및 외식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비건 및 대체식품이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반기 외식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로우 스펙 푸드(Low Spec Food)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칼로리, 나트륨, 카페인 등을 줄여 음식의 본연의 맛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다. 이는 지난달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푸드위크 2024에서도 ‘비건푸드 쇼케이스’ 부스를 마련하는 등 올해 유난히 비건 및 대체식품 부스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떠오르고 있다.
10 올해도 K-푸드 열풍은 계속된다~
올해도 K-푸드의 열풍은 멈출 줄 몰랐다. 한류 인기에 힘입어 건강한 식단, 색다른 맛, 접근성 등이 K-푸드의 인기를 견인했다. 올해는 특히 많은 식품 및 외식업계가 해외 진출을 꿈꾸며 한식을 외국 입맛에 맞게 다채롭게 개발하고 있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김밥, 비빔밥, 불고기뿐만 아니라 떡볶이, 파인다이닝, 한식디저트까지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장류, 젓갈 등도 서서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붐을 타고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호시탐탐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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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앞서 훑어보는 2025
각 분야 전문가 12人의 예상 시나리오
임대료·인건비·식재료비는 오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인공지능과 A.I.의 시대는 모든 걸 급격하게 바꿔놓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2025년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외식 브랜딩, 외식 콘텐츠, IT, 메뉴 R&D 전문가 등 각 분야별 12인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그리고 여기 한데 모인 전문가들은 대부분 트렌드에 밝은 30~50대 위주로 선별했으며, 설문의 짧은 답변을 기반으로 문장을 재구성했다.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월간식당DB
올투딜리셔스 정한석 대표
IP 기반의 해외 브랜드, 한국 진출 예상
해외에서 지식 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중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로, 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 중소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도 늘어날 것이다. 또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영향으로 인해 중식 요리, 돼지고기 요리 등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외에 디저트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고, 외식업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스마트 키친이나 기물들의 적용이 가속화될 것이다.
내년엔 동파육, 그리고 일본에서 직수입되는 식사 메뉴나 베이커리가 인기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베이커리와 디저트 시장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도제’와 ‘유부 빚는 마을’ 등을 운영 중인 올투딜리셔스의 2025년은 일본과 태국 등의 해외 진출, 그리고 신규 브랜드 론칭 등을 계획하고 있다.
주목할 키워드 해외 지식 재산권 기반의 브랜드들 한국 시장 진출, 국내 외식 브랜드들 해외 진출 증가, 중식 요리와 돼지고기 요리에 대한 관심도 상승, 디저트 시장 지속 발전,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스마트 키친 가속화
무엇이 뜰까? 동파육, 일본 직수입 식사 메뉴와 베이커리
예상 매출성장률 30%
박가네푸드시스템 추상미 대표
일식풍 가미한 김밥, 남미 음식 시장 확대
SNS로 밈을 유발할 수 있는 메뉴를 가진 브랜드들이 성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또 각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고. 기존 외식 브랜드들의 서브 브랜드 출시, 해외 현지의 유명 디저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것도 주목해 볼 트렌드이자 이슈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타코 이외의 건강식 위주로 남미 음식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가성비·가심비의 트렌드가 지속됨으로 인해 김밥과 덮밥, 해장국 종류가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밥의 경우엔 프리미엄 김밥과 가성비 김밥의 시장으로 양분될 텐데, 특히 후토마키 등 일식풍을 가미한 김밥 메뉴들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본다. 이외에 오차즈케 스타일의 해산물 덮밥, 가성비 갖춘 뼈해장국이나 감자탕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즉, 고물가로 인해 서민 음식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2025년엔 박가네빈대떡의 해외 진출, 그리고 제2브랜드 출시를 구상·계획 중이다.
주목할 키워드 밈을 유발하는 메뉴 가진 브랜드의 성장, 해외 진출, 기존 브랜드들의 서브 브랜드 출시, 해외 유명 디저트의 국내 시장 진입, 건강식 위주의 남미 음식 시장 확대
무엇이 뜰까? 일식풍을 가미한 김밥, 오차즈케 스타일의 해산물 덮밥, 뼈해장국과 감자탕 등의 서민 음식
예상 매출성장률 10% 이하
엔지티컴퍼니 진내경 대표
슈퍼푸드와 커스터마이징 메뉴 인기
2024년과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가심비와 가성비 중심의 메뉴 또는 제품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며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에 대한 관심 또한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올해 저속 노화식단 및 저당 음식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증가했는데, 내년에도 혈당 스파이크를 조절하기 위한 식단 또는 음식들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에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조합해 먹을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형태의 음식, 여기에 들어가는 소스의 다양화 등 개별화·세분화된 메뉴와 제품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2025년엔 큰 부담 없으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이나 김밥, 샌드위치류가 그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가지 않을까. 기존의 국밥·김밥·샌드위치의 형태가 아니라 최근의 가심비나 가성비, 건강에 좋은 식재료, 커스터마이징 등의 트렌드를 반영한 메뉴들이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2025년엔 자체적으로 개발한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주목할 키워드 가심비와 가성비, 슈퍼푸드, 소스, 커스터마이징, 혈당 스파이크
무엇이 뜰까? 국밥, 김밥, 샌드위치류
예상 매출성장률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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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소비자의 행동 양태, 트렌드는 어느 한 분야에서만 투영되지 않는다. 즐겨 듣는 영화와 음악, 콘텐츠 소비, 패션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범주에서 소비자 취향과 습관은 일관된 특성으로 나타나고, 식품이나 식당 선택에 있어서도 똑같이 반영된다. 때문에 단순히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의 특성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건 단지 수박 겉핥기식 이론과 유행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의 트렌드를 전망하고 대응하기 전에 반드시 꼭 알아야 할 것,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다.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월간식당DB
지난 10월 발간된 《장사 고수 32명이 꼽은 자영업 트렌드 2025》 중에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불러올 7대 외식업 뉴트렌드’의 내용을 살펴보면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크게 ‘개인화·양극화·체험 소비·효율주의·성분표를 본다·안 남는다’ 등으로 구분·정리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 중 몇 가지를 하나하나 깊이 곱씹어 외식업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형·주류·빅 스피커의 몰락, 소형·비주류·스몰 토커의 시대
1980~1990년대 말까지 한국 사회는 공동체 문화가 강했다. 나보다는 회사를 위해 일했고, 개인보다는 국가를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1인 미디어가 많지도 않아 모두가 똑같은 방송과 신문을 보며 시대의 공감을 함께하기도 했다. 때문에 업종별로 몇 개의 대중매체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고, 남들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이처럼 당시엔 모든 게 규격화되어 그것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개인화 및 문화적 다양성은 그 변화의 속도를 높여갔다. 대학 문화는 언젠가부터 사회 운동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복지를 챙기기 시작했고, 영화·음악·패션 등의 문화 콘텐츠들 또한 ‘남들과는 다른’ 소수의 취향이 더 주목받게 됐다. 게다가 2010년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혼자서도 SNS와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공론화를 할 수 있게 되고, 국가나 회사보다는 ‘나’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신문과 매거진, 공중파 방송 등 기존 전통 미디어가 힘을 잃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식품이나 식당 등 외식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 3~4인 가족 단위의 식재료들은 1인 단위로 소량 포장되기 시작했고, 똑같은 레토르트 식품들도 분량과 맛을 살짝 달리해 다양한 취향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식당은 다양한 취향의 토핑 메뉴들을 갖추기 시작했고 서비스의 정기구독 단위도 연간이 아닌 1, 3, 6개월로 세분화하고 있다. 뿐만 인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개인 식당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본사 이름을 노출하지 않는다거나 로컬 문화와의 접목을 통해 지역별로 서로 다른 메뉴 구성 및 인테리어로 꾸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즉, 이제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고 유명한 것만을 쫓지 않는다. 조금은 서투르게 보이더라도 자신만의 색을 가진 골목식당과 웹툰, 소수의 탄탄한 팬을 가진 식료품점과 1인 미디어 채널 등이 큰 인기를 누린다. 물론 세밀하게 쪼개져 있는 개인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뾰족한 콘셉트, 그걸 만들기 전에 어느 정도의 시장성이 있는지 체크해 보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아무 데서나 만나볼 수 없는 식당 또는 제품, 미디어 콘텐츠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양 성분표까지 살펴보는 10~20대
이제 젊은 층은 영양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본다. 건강에 좋은 음식, 영양소 등 수많은 정보들이 온라인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체지방 및 건강 상태에 맞춰 하나하나 따져가며 먹는다. 과거엔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연령대에서만 영양성분을 유심히 살폈지만, 이제 그런 소비 형태는 10~20대 젊은 층으로까지 확산됐다.
이러한 부분은 동네 마트나 샐러드 전문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리온·빙그레·롯데·농심 등 제과·음료업체들은 저마다 단백질칩·프로틴칩과 같은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밀가루나 설탕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흘러가고 있다. 또 샐러드 전문점에서는 각각의 메뉴에 따라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 및 칼로리 정도를 표기해 고객들의 메뉴 선택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이제는 단순히 양 많고 맛있으면 잘 팔리는 시대라고만 규정할 수 없고 ‘작은 거 하나 먹더라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 또는 제품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외식업에서도 ‘이 정도 분량 주면 누구나 좋아하겠지’ 또는 ‘뭘 집어넣든 맛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등의 과거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우린 이미 그런 현재를 살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4년 12월호를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