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적토발효구이 김성빈 대표가 처음부터 외식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외식업 전에는 패션 및 테크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기획, 운영했었다. 하지만 산업 자체가 지닌 구조적 문제 때문에 수익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성장해나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러던 중 커피라는 아이템이 눈에 들어와 에스프레소 바(Bar)를 창업해 1년 만에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인풋과 아웃풋의 운영 효율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패션업을 할 당시엔 30만원짜리 여행 배낭을 판매했었다. 단가가 높으니 수익 올리기에도 좋았지만 재구매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 게 문제였다. 그때 창업한 게 재구매가 쉽게 발생하는 에스프레소 바였는데 원두 납품 사업으로 수익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매장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제아무리 유명한 브랜드여도 7000~8000원짜리 제품을 팔아서는 매출 볼륨을 키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택한 것이 고깃집이었다. 높은 객단가와 짧은 재방문 주기, 그리고 밸류를 높이는 스타트업의 게임이 아니라 매달 순이익을 높이는 게임. 이 완벽한 삼박자를 충족시키기에 고기만큼 좋은 아이템도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2023년, 그렇게 적토발효구이를 기획하고 오픈하게 됐다.”

고깃집 기획의 첫 단계는 차별화였다. 외식시장에서 숙성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많이 띄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고객이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로감마저 들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발효’였다. 단지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가 숙성이라면 미생물 활동에 따른 변화인 발효. 김치와 장, 전통주와도 일맥상통하는 키워드이기에 정체성을 만들기 좋다고 판단했다.

“선진포크한돈을 선택한 이유도 이 맥락이었다. 젓과 특제소스로 절여 만든 ‘젓삼겹’이 시그니처이기에 향이 강하지 않은 원육을 찾아야 했다. 또 얇은 양념 삼겹살은 야들야들한 식감을 강점으로 내세워야 하기 때문에 원육 식감이 최상으로 부드러워야만 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바로 선진포크한돈이었다.” 이렇게 만들어 낸 젓삼겹은 수많은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젓과 특제소스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독특한 풍미, 9mm 고기 두께에 배인 양념과 숯불이 만나 만들어내는 쫄깃한 식감, ‘발효’의 키워드로 통일감 갖춘 콘셉트, 그리고 ‘적토’로 빚은 옹기 불판과 그릇의 고급스러움까지. 적토발효구이의 고기 맛과 식감, 콘셉트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재방문율 또한 서서히 높아지며 유명세를 타게 됐다. 적토발효구이는 이외에도 토장찌개, 더덕구이 등의 매력적인 곁들임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탁주·소주·약주 등의 전통주를 준비해두고 있다. 

결국 누가 뭐라 해도 고깃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육이다. 특히 운영하려고 하는 고깃집이 어떤 특징과 강점을 내세우려고 하는지에 따라 원육의 선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적토발효구이는 시그니처 메뉴인 젓삼겹에 어울릴만한 원육을 발 빠르게 고르고 선택, 그리고 선진포크한돈을 통해 그들만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