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올 한 해 ‘여주쌀’ 캠페인을 통해 여주쌀의 전국적인 명성과 우수성을 조명한다. 남한강과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여주쌀의 모내기부터 재배, 유통까지의 과정에서 차별화되는 점을 알아보고, 여주 고유의 쌀 품종, 쌀과 관련된 여주 관광지, 그리고 유명한 여주쌀밥집부터 여주쌀을 활용한 F&B에 이르기까지, ‘진상미’로서 명성을 떨쳤던 여주쌀의 특징과 탁월함에 대해 소개한다.
왕실납품 진상미에서
쌀 산업 특구까지 여주쌀
남한강의 물줄기를 품은 비옥한 여주평야는 우리나라 쌀을 대표하는 여주쌀을 재배하는 곳이다. 쌀의 고장 여주답게 쌀과 관련한 행사도 다채롭다. 8월 18일 쌀의 날이면 유색벼를 이용해 여주 쌀을 홍보하는 논 그림을 공개하는가 하면 햅쌀이 나오는 매년 10월경에는 지역 대표 축제인 ‘여주오곡나루축제’를 통해 여주가 맛있는 쌀의 본고장임을 보여준다.
특히 여주쌀은 예로부터 고품질 쌀로 인정받았는데 조선시대 왕실진상품용 쌀이었을뿐 아니라 왕실 내수사에서 여주까지 내려와 벼를 직영 재배했던 ‘왕실진상답’ 까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쌀이 나기로 손꼽힌다. 그리하여 오늘날 여주는 대한민국 유일의 쌀 산업 특구이자, 명품 쌀의 고장으로 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글 임나경 편집장 사진 여주시 제공
청동기 시대부터 재배한 여주쌀
1970년대에 발굴된 여주 흔암리 유적에서는 약 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탄화미와 같보리, 조, 수수 등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청동기 시대부터 쌀을 비롯해 오곡이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다양한 문헌에서 여주쌀에 대한 기록이 꾸준히 발견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여주는 들이 평평하고 산이 멀리 보이는 곳이라며 여주평야를 묘사하기도 했고,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남한강 유역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쌀이라고 했다. 또 조선왕조실록 영조, 헌종, 철종 편에서는 내수사 및 왕실에서 벼를 재배했다는 문헌을 통해 여주 지역이 쌀 재배에 알맞은 지역이었고 쌀이 유명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중앙 지역에 있어 기후가 벼농사에 알맞았을 뿐 아니라 풍부한 수원인 남한강, 비옥한 여주평야로 인해 여주의 쌀 농사는 번성했다. 특히 왕에게 진상되었던 ‘자채쌀’은 유명하다. 자채(紫彩)쌀은 밥을 지으면 붉은 색을 띈다고 해 자채벼, 자광벼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는 최고급 품질의 쌀을 왕실과 중앙 정부에 공납 형태로 바쳤는데, 여주에서 생산된 쌀이 진상미로 지정돼 왕실에 공급하기도 했다. 조선 왕들도 여주쌀의 식감과 풍미를 높이 평가해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재배된 쌀은 여주의 젖줄이기도 한 남한강의 여러 나루를 통해 유통되면서 전국적으로 지명도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천혜의 자연환경, 끊임없는 노력
여주쌀이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맛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연환경과 지리적 요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주는 높은 산이 적어 일조량이 많은 데다가 가을에는 일교차가 커서 벼가 알차게 여문다. 또 규산과 유기물 함량이 높은 토지는 벼가 자라는 동안 충분한 양분을 공급하며, 깨끗하고 풍부한 수원인 남한강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여주쌀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쌀의 고장답게 2006년에는 전국 최초로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쌀 산업의 육성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것으로, 여주시는 논 토양 정밀 검정, 양질미 단지 시범사업, 병해충 종합방제 시스템 등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친환경농법까지 도입해 고품질이면서도 안전한 쌀을 생산하기 위해 지도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노력한 결과, 농가의 비용도 절감되고 있고 병해충도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여주쌀의 브랜드 품질 유지 및 명성 재고를 위해 지역에 적합한 품종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쌀 산업 특구 이후 다른 곡식도 추가로 특구가 만들어졌으나 쌀 산업 특구는 여주가 유일하다.
이렇게 여주쌀은 세계적인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국내외 품질 인증은 물론, 농업 경진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면서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특히 2023년 12월에는 일본 니가타현에서 열린 ‘제25회 미(米)·식미분석 감정 콩쿠르 국제대회’에 출전해 5000여개의 출품작 가운데 특별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주쌀의 우수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여주오곡나루축제에서는 쌀을 비롯한 다양한 농특산물을 옛 나루터를 통해 임금님께 진상했던 역사를 재현하면서 가을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주시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쌀의 밥맛을 평가하는 ‘여주쌀 품종 대체사업 밥맛 평가회’를 2회째 진행했으며, 여주 쌀과 여주 도자기를 결합한 전자레인지용 간편식 ‘한끼솥밥’도 12월에 출시 했다. 지난 10월에는 여주시 농산업 공동브랜드 활성화센터를 열어 더욱 적극적이며 체계적인 홍보도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여주 대왕님표’ 브랜드 홍보에 힘쓰고 있는데, 통합마케팅, 지식재산권 관리 강화 및 보호, 유통 다변화, 기업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브랜드 팝업 스토어 등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지난 12월에는 진상미 중에서도 엄선한 ‘여주 대왕님표 프리미엄쌀’을 출시해 신세계백화점 10개 지점에 입점시키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다양하게 발전하는 여주 ‘진상미’
왕실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진상미’는 이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쌀이 되었다. 그 바탕에는 여주가 가진 자원으로 더 맛있는 쌀을 만들기 위한 여주시 및 농업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자채쌀’ 맛을 구현한 진상미의 특징은 청정한 남한강과 우수한 옥토에서 엄격한 품질관리, 낮은 아밀로스 함량으로 부드러운 식감, 낮은 단백질 함량으로 쫀득한 밥, 진상미를 그대로 담아낸 상등급 단일품종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찰짐과 풍미는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쌀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밥맛을 아는 사람들은 여주쌀을 꾸준히 즐겨 찾고 있다. 밥맛이 좋아 밥쌀용으로도 인기가 높으며,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맛이 유지돼 김밥이나 초밥용에도 어울리는 등 언제 어디서 먹어도 최고의 식감과 맛을 자랑한다. 또 여주시에서만 재배되는 진상벼는 전국 쌀 생산량의 0.6%밖에 되지 않아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독특한 풍미를 가진 여주쌀의 재배 과정과 유통 과정을 통해 여주쌀의 경쟁력에 대해 알아본다.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여주쌀의 생산 과정과 등급 그리고 유통에 대해 알아보며, 여주쌀이 왜 믿고 먹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