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즐기는
미식 여행
서울은 다채로운 미식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로 독창적인 음식이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4 서울미식 100선’은 서울을 대표하는 레스토랑과 바들을 소개하며 서울의 미식이 가진 깊이와 다양성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글 조수연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안재훈
서울의 미식 문화
서울시가 지난 2024년 11월 ‘2024 서울미식주간(Taste of Seoul)’ 개최에 앞서 국내 미식 전문가 45인이 추천하는 레스토랑&바 리스트인 ‘2024 서울미식 100선’을 발표했다. ‘서울미식 100선’은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미식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20년부터 푸드 콘텐츠전문가, 미식 여행가, 식음 저널리스트 등 국내 미식 전문가들이 독창성, 전문성, 화제성 등을 고려해 엄선한 서울의 대표 미식 안내서다.
2024년에는 한식(21곳), 아시안(14곳), 양식(23곳), 그릴(11곳), 채식(10곳), 카페&디저트(10곳), 바&펍(11곳) 총 7개 분야로 구성됐다. 전체 100곳 중 28곳이 2024년 새롭게 100선에 이름을 올렸으며 ‘서울미식 100선’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5년 연속 선정된 곳도 28곳에 달해 식당의 개성과 고유의 맛을 지속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또한 ‘서울미식 100선’과 함께 ‘서울채식 50선’도 함께 발표했다. 지구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미식의 가치에 주목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브런치 카페는 물론 사찰 음식 등을 별도로 소개했다.
색다른 경험 제공
특별한 메뉴, 독특한 조리법, 창의적인 음식 구성, 인상적인 인테리어 스타일 등 독창적인 레스토랑&바는 고객들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다. 이런 요소들은 고객들에게 단순히 음식 제공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요즘은 화제성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로 특별한 이벤트나 시즌 한정 메뉴 등이 화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고객들이 공간을 더 많이 방문하게 하고 브랜드 인지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숙련된 조리법으로 품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맛과 스타일을 가진 네 브랜드를 소개한다. 맛있는 음식 제공과 함께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 지속적인 방문을 이끌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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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특성과 계절감을 담다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
2022년 3월 오픈한 이곳은 이탈리아 요리와 한국의 재료를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미식 경험을 창조해 왔다. 맛있는 요리 만드는 것을 넘어 계절과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메뉴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형규 헤드 셰프는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을 이끌며 이탈리아 미학을 기반으로 사계절에 따른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활용한다. 한국과 이탈리아 두 문화의 미식을 접목해 고객들을 특별한 미식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두 해 연속 ‘서울미식 100선’에 선정된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의 셰프와 키친팀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신선하고 계절감 있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재료를 중시하는 것은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를 한국적인 배경에서 풀어내며 지역적이고 특색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 흑돼지나 한라봉과 황금향, 이천 쌀, 흑마늘, 봉화 오리 등 다양한 재료를 찾아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고객의 테이블 위에 올리고 있다. 참나물 페스토와 유채꽃, 제주 흑돼지 등심으로 봄을 표현한 요리부터, 한국의 여름철 보양식인 민어와 이탈리아의 요리를 접목한 디쉬까지 한국의 사계절이 이탈리아의 미식과 함께 어우러지며 특별한 미식 경험이 된다.
전 헤드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의 전통은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심플하지만 깊은 맛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해산물부터 육류, 다양한 채소에 이르기까지 재료의 선택지가 매우 풍부하다. 이를 통해 한국의 지역적 특성과 계절감 담은 요리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이와 동시에 이탈리아 각 지역의 전통 요리와 조리법을 접목해 독창적이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소개한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업을 통해 계절별로 완전히 새로운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이는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은 요리의 맛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고객들에게 특별한 추억과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23 6F
Signature Courses 22만원, GAOK Courses 16만원, 카르보나다 알라 발도스타나 8만8000원, 인 폰도 알 마르 4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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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레스토랑의 신선한 바람
<레귬>
채소와 업사이클링을 결합한 독창적인 요리 철학을 통해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 코스 요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레귬은 고객들에게 비즈니스 미팅과 격식 있는 자리에서 특별한 채식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성시우 오너 셰프는 “채소 요리와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좋아해 두 가지를 묶어서 고민 하며 레귬을 기획했다”고 소개한다. 레귬은 ‘서울미식 100선’과 함께 ‘서울채식 50선’에도 선정됐으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에도 소개됐다.
레귬은 100% 식물성 재료만 이용한 요리를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스토리텔링적인 요소에서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식기류, 유니폼, 인테리어에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독창성을 가지고 채식이라는 장르에서도 화제가 됐다.
코스요리는 토마토, 베지 샌드, 채소 꼬치, 히마카, 당근, 옥수수, 뿌리채소 수프, 호박, 버섯, 디저트인 유자, 바닐라, 과일젤리&차 등 직관적인 메뉴명을 가지고 있다. 그중 ‘버섯’은 아위버섯을 썰지 않고 통째로 오븐에 익혀 메인 스테이크로 내는데, 수분을 유지하고 입안에서 버섯즙이 한 번에 터지는 식감으로 호응받는 메뉴 중 하나다. ‘계절 채소 커틀릿’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채소를 튀긴 요리다. 겨울에는 아스파라거스를, 여름과 가을에는 호박꽃을 준비하고 있다. 식물성 소르베인 ‘트러플&헤이즐넛 소르베’도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다.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는 샤베트 종류로, 견과류로 소르베를 만들어 진한 헤이즐넛 맛을 느낄 수 있다.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격식 있는 모임, 비즈니스 미팅 등으로도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레귬은 전문적인 테이스팅 코스를 통해 다양한 계절 채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성 오너 셰프는 “채식주의자 구성원이 있는 가족이 처음으로 외식다운 외식을 했다는 말씀에 진심이 전해졌다”며, “채식은 빠르지 않지만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속도가 더디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것이기에 조바심 내지 않고 해야 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레귬은 채소가 주재료이기에 농가들과 협업해 재료를 수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탄소배출 ‘0’인 레스토랑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레스토랑이 자체적으로 밭에서 자급 자족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652 신사스퀘어 2층 207-2호
런치 8만7000원, 디너 15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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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음식의 재해석
<호라파>
2023년 3월 경복궁역 인근에 오픈한 호라파는 태국 음식을 다루고 있다. 태국이라는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한국의 친숙한 맛으로 음식을 만드는 호라파. ‘서울미식 100선’의 아시안 분야에 선정된 호라파를 만나본다.
태국 길거리 음식에 소용돌이처럼 빠져들어 방콕의 요리 학교에서 유학을 한 손승희 오너 셰프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최대한 이용해 태국 음식을 만들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에도 소개된 호라파는 ‘서울미식 100선’에는 올해 처음 선정됐다.
손 오너 셰프는 “호라파는 피시소스, 코코넛크림, 간장, 설탕류를 제외하고 소스류와 커리 페이스트 등을 직접 만들고 있다. 태국을 여행하면서 아이디어 얻어 태국에서는 많이 먹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먹지 않는 태국 음식들을 한국에 맞춰 풀어낸 것이 독창성에서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한다. 완제품을 쓰지 않기에 모든 맛을 컨트롤하면서 호라파만의 맛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태국 음식 문화를 존중하면서 한국의 현실에 맞게 만드는 음식이 화제가 되고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호주 출신의 데이비드 톰슨 셰프에게서 영감을 받은 손 오너 셰프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식문화적으로 요리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호라파의 ‘카이 룩 커이’는 튀긴 유정란과 달콤한 피시소스, 샬롯과 고수로 이루어진 음식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메뉴다. 달걀을 뜨거운 기름에 넣어 흰자는 바삭하고 노른자는 반숙인 것이 특징이다. ‘까이 고르레’는 태국 남부의 바비큐 커리로 커리 소스를 발라서 숯불에 구운 닭다리살에 소스로 먹을 수 있는 반숙란, 라임이 제공된다.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쏨땀’도 흥미롭다. 5월에는 초당옥수수를 넣으며 더운 여름엔 자두와 복숭아로 당도를 조절하고 가을에는 감과 배, 겨울에는 딸기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고객이 없어서 미리 구워 놓아야 하는 음식이 남기도 했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동네 와인바, 카페 등 가게에 나눴더니 그 가게의 고객들이 호라파를 찾아오고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매일 예약이 되는 성과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손 오너 셰프는 최소한 일 년에 두 번은 태국에 가면서 영감을 얻고 방대한 요리책을 보면서 자신이 먹어 본 음식을 호라파만의 스타일로 바꿔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7-1 2층
카이 룩 커이 8900원, 마크아야오 텃 쌈롯 1만5900원, 쏨땀 2만2900원, 까이 고를레 2만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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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가지 리스트로 본질에 집중
<레꼬빵>
소믈리에로 약 20년 가까이 근무한 동갑내기 오너 소믈리에 둘이 2022년 10월 와인바를 열었다. 불어로 ‘친구 둘’이라는 이름의 공간은 친구들끼리 오는 공간, 와서 친구가 되는 공간이 됐다.
‘레꼬빵’은 와인바 다운 와인바, 전문적으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인바,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바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한욱태·신동혁 공동 오너 소믈리에가 오픈했다. 약 20년 동안 소믈리에로 커리어를 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2000여 가지 와인 리스트를 꾸려가는 것이 레꼬빵의 힘이다.
한·신 공동 오너 소믈리에는 “소믈리에로서 용기를 내서 와인바를 시작했고 처음엔 300~500가지 와인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모든 수익을 와인에 집중해 와인구매에 투자했다. 와인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곳 가운데 오너십을 가지고 하는 곳이 많지 않다. 고객이 와인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설명을 듣고 적절한 핸들링이 더해진 와인을 마시고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레꼬빵은 와인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와인도 확보하고 있다. 좋은 셀렉션을 통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해외 와인 메이커들도 이곳을 방문해 벽면의 싸인보드에 메시지를 남기는 등 레꼬빵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화제가 됐다. 고객들에게 레꼬빵은 두 소믈리에와 와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와인의 매력을 알아가면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와인 소비층들이 활동하는 범위를 고려해 강남구 청담동 상권에 자리 잡아 고객들은 근처에서 다이닝을 즐기고 쉽게 레꼬빵을 방문할 수 있다.
수입사에서도 시음회 등 다양한 행사를 레꼬빵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와인이 새로 들어오거나 와인 관련 행사가 있으면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올로케이션으로 소량 한국에 소개되는 와인이 많아 애호가들이 마셔보고 싶어 하는 와인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면서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신 공동 오너 소믈리에는 “오랫동안 매장을 유지해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바를 만들고 싶다. 소믈리에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한다.
한편 레꼬빵은 ‘서울미식 100선’에서 와인바가 차지하는 부분은 작은 포지션이지만 기대하지 않던 부분에서 수상하게 돼 기쁨이 두배라고 한다. 레꼬빵은 이미 2023년, 2024년에 ‘와인 스펙 데이터’에, 2024년 ‘스타 와인 리스트’ 아시아 부분에 들었던 바가 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2길 17 지하1층
양송이+잠봉 2만5000원, 화이트 라구 파스타 2만5000원, 샤퀴테리 3만5000원, 아티장 치즈 3만5000원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5년 1월호를 참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