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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드서울 & 카페 드 우영미  <통권 498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6-09-03 오전 01:53:04

패션과 미식, 하나의 공간에 담다

사피드서울 & 카페 드 우영미


 

 


패션과 미식은 다른 감각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재료를 고르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해 하나의 경험을 만든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서울 이태원 우영미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 두 영역의 경계를 허문 공간이다. 지하에는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을 서울의 식재료로 풀어낸 ‘사피드서울’, 상부에는 우영미의 미학을 맛과 휴식으로 확장한 ‘카페 드 우영미’가 자리한다. 두 공간은 한 건물 안에서 패션과 건축, 디자인과 미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완성한다.
글 이동은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사피드서울 SAPID SEOUL

파리의 철학에 서울의 계절을 더하다

사피드서울은 알랭 뒤카스가 파리에서 선보인 ‘SAPID’의 철학을 한국의 식재료와 서울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레스토랑이다. 파리의 사피드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자연과 계절, 식재료를 존중하는 철학을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다시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요리의 중심에는 채소와 곡물이 있다. 해산물과 동물성 식재료는 절제해 사용하며 좋은 식재료를 복잡한 조리로 가리기보다 본연의 맛과 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Plant-forward’ 요리를 지향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철 채소와 곡물, 발효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먼저 재료의 맛과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뒤 프랑스 요리의 기술을 활용해 가공을 최소화하고 각각의 식재료가 가장 잘 드러나는 조리법을 찾아 메뉴로 완성한다. 프랑스 요리의 기술 자체를 드러내기보다 한국의 계절과 식재료를 앞세움으로써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사피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공간과 오브제로 풀어낸 요리 철학

사피드서울에서 음식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공간이다. 우영미의 디자인 감성과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은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식기와 오브제까지 이어진다. 각 요소가 강한 개성을 지니면서도 어느 하나가 음식보다 앞서지 않도록 조율한 것이 특징이다. 
벽면을 장식한 오래된 식물 작품은 알랭 뒤카스가 직접 수집한 18세기 허바리움(Herbarium)이다. 식물을 채집해 건조하고 압착한 뒤 종이에 고정해 형태와 특징을 기록한 식물 표본으로 수백 년 전 자연의 모습과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천장을 넓게 감싸고 있는 대형 패브릭도 공간의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우영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한국 민화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패브릭 작품으로 완성했다. 패션 컬렉션의 시각적 언어를 레스토랑까지 확장한 동시에 조명의 빛을 부드럽게 퍼뜨려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소재의 질감과 빛의 흐름으로 분위기를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공간 곳곳에는 서로 다른 시간을 간직한 오브제도 배치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70년대 이탈리아 무라노에서 제작한 빈티지 램프다. 새롭게 완성한 공간을 새것으로만 채우는 대신 오랜 시간이 축적된 물건을 배치해 공간에 깊이를 더했다.


제철 식재료로 완성하는 사피드의 맛

사피드서울의 메뉴는 프랑스 요리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식재료와 발효 문화를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스타터 ‘도미, 당근 레체 데 티그레 & 김치’는 프랑스의 클래식한 당근 라페에 한국의 김치와 발효 문화를 접목했다. 가볍게 염장한 도미에 산뜻한 당근 김치와 허브 소스를 곁들여 담백한 감칠맛과 산미의 균형을 살렸다. 메인 메뉴인 ‘가리비, 셀러리악 & 머스타드’는 가리비와 셀러리악의 풍미를 조화시킨 메뉴로 손질 후 남은 셀러리악 껍질까지 육수에 사용해 식재료를 최대한 온전히 활용하려는 철학을 보여준다. 디저트 ‘바닐라, 두유와 프랄린 에끌레어’는 프랑스의 클래식한 에끌레어를 두유와 퀴노아로 가볍게 재해석했다. 과도한 단맛보다 두유의 담백함과 곡물의 고소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사피드서울 이국진 총괄셰프는 “사피드서울은 앞으로도 한국의 좋은 생산자와 제철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패션·디자인·문화와 연결되는 협업을 이어가며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SAPID’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페 드 우영미 CAFE DE WOOYOUNGMI

레드와 유리, 빛으로 완성한 극적인 대비

카페 드 우영미는 패션 브랜드의 미학을 ‘입는 것’에서 ‘머물고 맛보는 것’으로 확장한 곳이다. 고객이 브랜드의 세계관 안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공간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건물의 건축은 스위스 건축사무소 스토커 리 아키테티가 맡아 조도와 질감의 강한 대비를 통해 우영미 컬렉션이 가진 분위기를 건축적으로 표현했다.
공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레드 컬러의 커튼과 유리블록의 벽면이다. 묵직하고 우아한 레드 커튼과 투명하고 차가운 유리의 물성이 대비를 이뤄 공간에 긴장감을 만든다. 유리블록은 시간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세기가 달라지며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강한 시각적 요소 속에서도 고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가구와 좌석은 여유롭게 구성했다. 내부에는 아티스트 최동욱과 협업한 가구 컬렉션을 배치했으며 테이블 사이 간격도 넉넉하게 확보했다.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비워둔 여백까지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셈이다.





반 층씩 열리는 공간, 체류를 이끄는 동선

우영미 플래그십 스토어 전체의 눈에 띄는 특징은 스킵플로어(Skip Floor) 구조다. 1층 로비부터 루프탑까지 반 층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며 자연스럽게 다음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한다. 패션 컬렉션을 둘러보던 고객은 이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카페에 도착한다. 카페에서 다시 야외 정원과 루프탑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이어진다. 실내에서 실외로, 패션에서 F&B로 경험의 장르가 바뀌지만 동선은 하나의 물결처럼 연결된다.
이러한 구성은 실제 고객의 체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 매장을 찾은 고객이 카페까지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카페를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우영미라는 패션 브랜드를 새롭게 접하는 고객도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고객뿐 아니라 넓은 테이블 간격과 루프탑의 개방감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도 많다. 이는 카페 드 우영미가 패션 매장에 딸린 부속 카페가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패션의 감각을 메뉴에 담다

카페 드 우영미에서는 패션 브랜드의 정체성을 메뉴로도 연결한다. 대표 메뉴 ‘WYM Tea like’는 우영미 로고를 새긴 큐브 얼음에 히비스커스와 사과, 로즈힙, 오렌지 필을 블렌딩한 음료다. 공간의 포인트 컬러인 붉은 색감을 한 잔의 음료에 옮겨냈다. 인기 디저트 ‘파리-서울’은 프랑스 디저트 파리-브레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흑임자로 만든 슈에 크림치즈와 프랄리네를 채우고 김부각을 더했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우영미의 정체성을 한국적인 식재료로 풀어낸 메뉴다. 
메뉴 개발 역시 패션 브랜드의 방식과 닮았다. ‘Steady’와 ‘Season’으로 나눠 스테디 메뉴에는 대중성과 최신 음료 트렌드를, 시즌 메뉴에는 우영미 컬렉션의 주요 색과 소재를 음료의 색과 질감, 재료로 풀어낸다. 카페 드 우영미는 앞으로도 시즌 컬렉션 연계 메뉴와 DJ 퍼포먼스 등 음악·패션·아트를 결합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우영미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6년 9월호 및 <월간식당>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참고하세요.

 
2026-09-03 오전 01:53:0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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